[DGIST 교수들의 '4차 산업혁명과 인류 이야기'] '인류 난제' 뇌질환 극복위해 밤낮없이 도전…시냅스 균형 찾기 '열쇠'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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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9   |  발행일 2021-03-19 제21면   |  수정 2021-04-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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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 교수 (뇌·인지과학전공)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엄지원 교수는 뇌기능을 매개하는 기본 단위인 시냅스의 다양한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차세대 여성 신경과학자다.

엄 교수는 시냅스 기능 저하에 따라 발병하는 자폐증·뇌전증과 같은 뇌발달 및 뇌정신질환의 병인 기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 생물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마치고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대학원 학위과정 동안 파킨슨 병의 병인기전을, 박사후연구원 재직기간에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인기전을 연구하였다.

2015년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 교실의 조교수로 부임하며 독립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2017년 뇌연구 신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으로 이직하여 본격적으로 생쥐동물 모델을 이용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시냅스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부교수로 재직중이며, 세계적인 신경과학 전문학술지에 45편 이상의 우수논문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과학자를 꿈꾸는 여성과학도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신경세포 1개당 약 1만개 시냅스 존재
신경물질 억제·활성화 주고 받으며 연결
치매환자는 시냅스 수 정상인 보다 부족

브레이크 역할 억제성 시냅스 연구 중
'IQSEC3' 첫 발견…뇌전증 치료 희망
조현병 등 발병 근본적 원인 발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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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시즌의 트리불빛과 시냅스 모양이 흡사하다.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도심의 도로를 따라 전구빛을 두른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불빛의 향연 속에서 가족끼리 행복을 느끼고, 친구나 연인끼리 추억을 쌓는 이 거리에서 필자는 우리 뇌 속의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떠올린다. 신경세포의 시냅스들이 나무에서 반짝이고 있는 불빛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약 860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고, 신경세포 한 개 당 약 1만개의 시냅스가 존재한다.

크리스마스 시즌 거리의 가로수 한 그루가 신경세포 하나라면, 나무 한 그루에 설치된 약 1만개의 반짝이는 불빛전구가 시냅스라고 상상하면 된다. 신경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시냅스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창구이자 대화창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시냅스들을 통해서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우리의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만약 시냅스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신경세포사이의 대화에 문제가 발생하여 제대로 뇌가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시냅스의 기능 이상으로 뇌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진다.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고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감정조절 문제가 생기거나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이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초기 단계에서도 시냅스의 숫자가 정상인에 비해 감소되어 있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폐증, 강박증, 조현병, 뇌전증과 같은 뇌질환도 시냅스 기능이상이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보면 시냅스를 이루고 있는 단백질들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시냅스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서 이러한 질환들이 발병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있진 않은 실정이다.

◆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은 억제성 시냅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존재한다. 시냅스를 통해서 신경세포들은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을 때, 흥분성 시냅스를 통해서는 글루탐산(Glutamate)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되며 신경세포들의 활성이 증가되는 흥분된 상태를 만들게 된다. 반면, 억제성 시냅스를 통해서는 가바(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되는데, 신경세포들의 활성을 억제하도록 한다. 자동차로 비유해보자면 엑셀은 흥분성 시냅스가 될 것이고, 브레이크는 억제성 시냅스가 되는 것이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나면 끔찍한 사고가 날 것이라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것처럼 신경세포들의 억제성 시냅스에 이상이 생길 경우 신경세포들이 과활성될 것이고 이는 결국 뇌질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냅스 분야의 연구들은 오래전부터 흥분성 시냅스에 국한되어 왔는데, 최근 들어서 억제성 시냅스 형성의 분자 기전과 억제성 시냅스를 이루는 단백질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의 연구팀도 억제성 시냅스 발달 기전을 연구하고 있다. 억제성 시냅스를 형성하기 위해 핵심 골격이 되는 단백질인 게피린(gephyrin)을 중심으로 이 골격 단백질들과 직접 결합하여 억제성 시냅스 기능을 조절하는 결합단백질들을 최근 다수 동정(同定.identification)하여 그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필자의 연구팀에서 최초 발견한 'IQSEC3'라는 단백질은 게피린과 직접 결합하면서 하위의 'Arf' 단백질의 신호전달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며, 억제성 시냅스 형성을 촉진한다. 뇌전증 환자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 게피린 유전자의 돌연변이들이 다수 보고되었는데, 흥미롭게도 일부 돌연변이들의 경우 IQSEC3와의 결합이 저해됨을 확인하였다. 이는 게피린과 IQSEC3 단백질 간의 복합체 형성이 억제성 시냅스 발달에 중요하며, 이들 복합체가 망가질 경우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억제성 시냅스가 망가지고 신경세포의 과활성이 일어나 뇌전증과 같은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IQSEC3 단백질의 발현이 저해된 유전자 조작된 생쥐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이 생쥐도 뇌전증과 비슷한 발작과 같은 행동이상을 보이며 전기생리학적으로 EEG(뇌전도:electroencephalography)분석을 통해 뇌파를 측정해보면 뇌전증 환자에서 보이는 뇌파 파형이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특히, 이 생쥐에서 특이적으로 소마토스태틴(somatostatin)이라는 신경조절자들의 발현이 현저히 감소되고, 신경교세포의 활성이 증가되어 있었는데, 소마토스태틴을 생쥐의 뇌에 주입해서 양을 늘려주거나 신경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처리하면 발작 증세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소마토스태틴이나 신경교세포의 활성 억제 약물이 뇌전증의 치료제로 발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이며, 이는 2020년 2월 셀 리포트(Cell Reports) 저널에 발표되었다.

이러한 뇌질환 연구들은 보통 유전자가 조작된 생쥐동물 모델을 이용한다. 생쥐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뇌질환 증상을 보이는데, 어떤 뇌영역의 억제성 시냅스가 망가지는가에 따라 다양한 증상들을 보인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가 조작된 생쥐동물의 경우 전전두엽의 억제성 시냅스가 망가질 경우 삶의 의욕이 상실된 우울한 생쥐가 되거나, 해마 뇌영역의 억제성 시냅스가 망가질 경우 기억력이 감퇴하기도 한다. 또 다른 유전자 조작 생쥐의 경우 사회성이 극도로 떨어지기도 하고 행동이 산만해지기도 한다.

이는 특정 유전자가 모든 뇌영역의 억제성 시냅스에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뇌영역에 따라, 또 그 뇌영역의 어떤 성질의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억제성 시냅스가 존재하느냐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뇌영역 전반에 걸쳐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가 균형을 고르게 이루는 것이 정상적인 뇌기능에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뇌기능을 매개하는 기본단위인 시냅스의 다양한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뇌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고 치료할 수 있다.

저는 뇌과학자로서 다양한 시냅스 단백질 기초연구를 통해 시냅스 기능 저하에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자폐증이나 뇌전증 같은 뇌발달 및 뇌정신질환의 원인을 찾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흥분성 및 억제성 시냅스의 균형을 이루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게 되어 인류 난제인 뇌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엄지원 교수 (뇌·인지과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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