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 기자의 '지구촌 산책' .28] 일본 도쿄 메이지신궁…도심 울창한 숲속 경계의 문 지나니 神聖의 공간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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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2 07:52  |  수정 2023-01-20 08:11  |  발행일 2022-09-02 제35면
메이지 천황 사후 8년뒤 1920년 완공
美 공습으로 대부분 파괴, 1958년 낙성
정문 광장과 입구 사이 관문 '토리이'
술 잘 익기 기원하며 바친 제물 술통
본전 앞 백년해로 의미 부부나무 神木
전통혼례식 장소 인기…日 공주도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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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메이지 신궁에 있는 토리이(鳥居) 중 하나. 토리이는 신성한 공간과 세속적인 공간을 구별짓는 경계 역할을 한다.

일본의 대표적 종교는 신도(神道)와 불교다. 2017년 12월 현재 일본의 종교 신자 수는 신도 8천474만명, 불교 8천770만명, 기독교 191만명, 기타 790만명으로 추산되었다. 일본 문화청 통계자료다. 이 인구를 모두 합하면 일본 총인구를 훨씬 웃도는데, 이러한 수치는 한 사람이 복수의 종교 신자임을 보여준다.

일본인의 종교관은 좀 특이하다. 종교 생활을 신앙에서 우러나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일상적 삶의 관습으로 삼는 독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종교를 넘나들며 각 종교에서 파생된 문화를 각자의 생활 전반에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종교 생활을 하면서도 무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은데, 특히 신도 신자는 대부분 종교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도는 자연과 조상을 숭배하는 일본 고유의 토착 신앙이자 종교다. 신도 신자들이 숭배하는 신들을 모시는 종교시설이 신사(神社)다. 일본의 신사는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는 곳이 8만8천 곳에 이르는 것으로 10여 년 전쯤 파악되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신사들까지 포함하면 20만~30만 곳이나 될 것이라고 한다.

일본 국민은 이사하거나 아기가 태어났을 때, 시험을 앞두었을 때 등 중요한 일이 있으면 신사를 찾아가서 소원을 빌거나 복을 기원한다.

신사에 대한 호칭은 신사 외에도 신궁(神宮), 궁(宮), 대사(大社), 사(社)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궁은 황실과 관계가 있는 신을 모신 신사이고, 대사는 중추적인 신사에 해당한다. 3대 신궁으로 꼽히는 메이지(明治) 신궁, 이세(伊勢) 신궁, 우사(宇佐) 신궁이 대표적 신궁이다.

2011년 10월 일본 도쿄를 여행할 때 메이지 신궁을 찾아가 잠시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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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신궁 본전으로 향하는 길옆에 있는 일본 술통들. 주류회사들이 술이 잘 익기를 기원하며 제물로 바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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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신궁 본전 앞에서 일본 전통혼례식이 열리고 있다.

◆일본 3대 신궁 중 하나인 메이지 신궁

메이지 신궁은 왕정복고 후 단행한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성공으로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가져온, 일본인의 존경을 받는 절대군주 메이지 천황(明治天皇·1852~1912) 부부를 제신(祭神)으로 모신 신사다.

메이지 신궁은 메이지 천황 사후 8년이 지난 1920년에 완공됐다. 지금의 건물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전소된 후 1958년에 재건됐다. 1920년 11월1일 낙성식을 겸하여 메이지 천황 부부의 신위를 봉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의 패전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던 1945년 4월 중순 미군 공습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됐다. 패전 이후인 1946년 5월 부지에 가건물을 짓고 행사를 열었으며, 그 뒤 본격적으로 재건을 시작해 1958년 11월에 다시 낙성했다.

전체 부지는 22만평(70만㎡) 정도. 둘러본 후 무엇보다 도심에 그렇게 넓고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다는 것만 해도 정말 부럽다는 마음이었다. 다 둘러보지도 못했다.

메이지 신궁의 숲은 일본 전국에서 '헌납'한 다양한 나무 12만 그루로 조성됐다.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일본 국내는 물론, 당시 식민지에서도 나무를 공수하여 심은 것이다. 처음 조성 때는 장기적으로 100년 정도 지나면 그럴듯한 숲을 이루리라 예상하였으나, 50년 만에 지금과 같은 숲이 되었다고 한다.

신궁은 울창한 숲속에 본전을 비롯해 메이지 박물관, 신궁 내 정원인 메이지신궁어원(明治神宮御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실의 황태후가 출입하던 곳이었다는 어원에는 연못, 창포밭, 정자, 우물 등이 있다.

신궁 옆으로 흐르는 하천을 건너는 다리(神宮橋)를 건너면 신궁 정문 앞 광장과 정문 입구의 토리이(鳥居)가 눈에 들어온다. 토리이가 엄청나게 크다.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토리이를 몇 개 더 만나게 된다.

토리이는 우리나라 사찰의 일주문이나 서원의 홍살문과 유사한 시설이다. 신성한 공간과 세속적인 공간을 구분 짓는 경계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 신성한 곳이 시작됨을 알리는 관문인 토리이는 흔히 신사 앞에서 볼 수 있다.

토리이의 기본 구조는 두 개의 기둥이 서 있고, 기둥 꼭대기를 서로 연결하는 가사기(笠木)로 불리는 가로대가 놓여있는 형태이다. 그리고 제일 위에 있는 가로대의 약간 밑에 두 번째 가로대가 있는데 누키(貫)라 부른다.

통나무로 만든 이곳 토리이는 대만에서 헌납을 받아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당시 대만은 삼림 황폐화가 덜해 원시림이 비교적 많았다.

정문 토리이를 지나 숲길을 걷다 보니 길옆에 같은 크기의 다양한 술통 200개 정도를 쌓아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주류회사들이 술이 잘 익기를 기원하며 바친 제물 술통이라고 한다. 맞은편에는 포도주통 60개가 3단 높이로 진열돼 있다. 생전에 포도주를 좋아한 메이지 천황을 추모하기 위해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기증받은 것들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토리이를 통과해 들어가면 메이지 신궁 건물 구역이 펼쳐진다. 신을 모시는 본전(本殿), 손과 입을 씻은 후 참배하는 내외배전(內外拜殿), 축사전(祝祠殿) 등이 자리하고 있다.

본전 앞 양쪽에 신목(神木)이라는 큰 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신궁 건립 당시에 심은 녹나무로, 백년해로의 의미를 담고 있어 '부부나무'라고 불린다 한다. 이곳에서는 전통혼례식이 많이 열린다. 전통혼례식 장면도 볼거리다. 2018년 아키히토 천황의 5촌 조카 아야코 공주 결혼식도 여기서 진행됐다.

본전의 건축물 자체는 특이한 점이 별로 없다. 지붕의 푸른 기와는 구리로 만든 것이다. 붉은빛이던 새 구리 기와가 공기 중에서 물과 이산화탄소에 의해 산화되어 푸른빛으로 변한 것이다. 녹청 피막이 형성되면 더는 녹슬지 않아 반영구적이다.

신도를 믿는 사람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참배를 하는 곳인 신궁이나 신사는 일반적으로는 신의 신위를 봉안한 본전, 신을 예배하고 각종 의례를 행하는 배전(拜殿), 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문인 토리이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더불어 신에게 바치는 신락(神樂)을 연주하는 신락전, 신관(神官)의 집무를 위한 사무소, 신원(神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런 신도는 관련 경전이나 교의가 없고 설교도 없다. 대신 신을 향해 소원을 빌고 감사를 드리는 축사(祝祀)를 한다. 장례의식은 신사에서 하지 않는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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