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경제] 5060대의 뜨거운 반찬논쟁…"사 먹는 게 싸" vs "비싸도 직접해야"

  • 이지영
  • |
  • 입력 2023-08-28 18:43  |  수정 2024-01-04 10:44  |  발행일 2023-08-29
“반찬서비스, 가격 대비 영양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
“직접 만들면 가족이 푸짐하게 먹어. 오히려 저렴해”
반찬가게
최근 반찬과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5060 여성이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 반찬 가게 진열대에 놓여진 다양한 반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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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찬과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5060 여성이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 반찬 가게 진열대에 놓여진 다양한 반찬들.

최근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반찬을 사 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주장과 반찬은 '정성'이라 경제적 가치를 논할 수 없다는 '반찬논쟁'이 뜨겁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식탁물가'를 직접 온몸으로 접해야 하는 주부들의 관점에도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특히 손맛을 따지던 5060 여성들조차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반찬 사 먹는 5060주부
직장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60대 주부 A(북구 매천동)씨는 백화점에 갔다가 우연히 반찬 몇 가지를 샀다. 진미오징어채볶음, 장어강정, 고기완자 그리고 소고기무국. 구입에 든 비용은 모두 2만5천원(일반 반찬 각 5천원, 국 1만원)이었다. 그날 저녁 A씨는 사온 반찬으로만 밥상을 차렸다. A씨는 "가끔 시장에서 고추장아찌와 김치를 사 먹긴 했지만 국까지 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남편과 애들도 잘 먹고, 반찬 재료를 사는 것보다 저렴했다. 앞으로 계속 사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 주부 B(53)씨는 '반찬 정기구독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다. 한 달 이용료는 33만원. 일주일에 세 번(월·수·금요일) 국과 메인요리, 김치·절임 각 한 가지, 밑반찬 세 가지가 집으로 배달된다. B씨는 밥만 준비하면 돼서 편하다고 했다. B씨는 "반찬을 사 먹으니 오히려 식비가 줄었다. 반찬이 매번 바뀌니 외식도 안 하게 된다"며 흡족해 했다.


물가 고공행진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반찬을 사 먹는 5060 주부가 확산하고 있다. 가격 대비 영양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 구매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멤버스가 신한카드와 함께 대형마트·수퍼마켓을 대상으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가정간편식 구매 소비자 중 50대와 60대 이상 비율은 각각 26.3%와 14.3%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조사 때보다 각각 5%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가정간편식 생산 실적도 4조4천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 늘었다.


◆집밥을 고수하는 주부
달서구 송현동에 사는 워킹맘 C씨에게 집밥은 보약이며, 반찬은 손맛이다. 그래서인지 C씨는 조미료부터 반찬까지 모두 자신이 직접 만든다. C씨네 밥상엔 유행하는 반찬보다는 제철 채소와 생선, 그리고 신선한 육류로 조리된 반찬이 주로 올라온다. C씨는 "장 볼 때 조금 비싸도 일부러 제철에 나는 재료를 많이 사려고 한다. 외식 한 번 할 돈이면 일주일치 반찬거리를 살 수 있다"고 했다.


60대 주부 D(북구 태전동)씨 역시 반찬을 손수 만들어 먹는다. D씨는 물김치·백김치·오이소박이·부추김치 등 김치류를 자주 담근다. 고추장불고기도 즐겨하는 요리다. 고추장불고기를 하는 날이면 넉넉히 만들어서 인근에 사는 아들 내외에게도 나눠 준다. D씨는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인공조미료를 많이 넣어서 몸에 좋지 않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에 돼지고기만 사면 온 식구가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고물가 시대에도 간편식보다는 건강한 집밥과 집반찬을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집에서 해 먹는 게 경제적으로도 '득'이라는 확고한 '살림철학'을 갖고 있다. 실제 구글트렌드를 통해 최근 1년간 '집밥'과 '외식' 키워드 검색량을 조회해 본 결과, 8월 말 현재 집밥은 '60'인 반면, 외식은 '28'에 그쳤다.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반찬논쟁'이 이어지자 한 네티즌은 요리·살림 커뮤니티 '82cook'에 비빔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과 반찬가게에서 사먹는 가격을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비빔밥을 직접 조리하면 무 한 개 2천원, 콩나물 한 봉지 2천원, 양파 1.5㎏ 3천500원, 돼지고기 다짐육 500g 5천원 등 총 1만2천500원이 든다. 반면 반찬가게에선 비빔밥용 나물 네 가지(무·콩나물·애호박·고사리) 한 팩과 제육볶음 1인용을 1만1천원에 구입했다.


글쓴이는 "금액으로 따지면 비슷하다. 직접 조리하면 온 가족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고, 가게에서 사면 조금 저렴하긴 해도 양이 적다"고 설명했다. 주부의 노동력 등을 감안하면 어느 쪽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셈이다. 한동안 주부들의 반찬값 논쟁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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