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경제] 가계에 부담 주는 '아동 장롱 한복'…이젠 나누고 물려줄때

  • 이지영
  • |
  • 입력 2023-09-10 20:01  |  수정 2024-01-04 10:44  |  발행일 2023-09-11
액세서리까지 갖추면 한 벌 10만원대
명절 하루 입고 고이 접어 상자에 보관
'한복 물려주기'로 자원 재활용·나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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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보름여 앞둔 1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한복가게들이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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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보름여 앞둔 1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한복가게들이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 감삼동에서 5·7세 남매를 키우는 주부 박은희(42)씨는 최근 고심끝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동 한복 한 벌을 장만했다. 추석을 맞아 어린이집에서 한복을 입고 등원하라는 공지가 와서다. 딸 아이는 지난해 입었던 한복으로 충분했다. 문제는 아들이다. 훌쩍 커버린 탓에 예전 한복은 입을 수 없었다. 박씨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면 한복 입을 일이 없는데 하루 입으려고 구입하려니 고민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초등생 아들을 둔 주부 김해선(44)씨는 옷장을 정리하다 장롱 깊은 곳에서 아동용 한복 두 벌을 발견했다. '돌쟁이 한복'과 어린이집 행사 때 장만한 7호 사이즈 한복이다. 두벌 가격만 30만원이 넘는다. 한때 중고마켓에 팔려고 했지만 추억이 깃던 것이라 여태 보관했다. 김씨는 "맞춤 한복이라 당근마켓에 팔기는 아까웠다.유행이 지나 이젠 팔지도 못한다"고 했다.


추석 명절과 어린이집 전통놀이 체험 때 입기위해 장만한 아동 한복이 '장롱 속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어린이집·유치원이 명절을 맞아 '한복입는 날'을 운영하면서 한복이 필수 준비물이 됐지만 이후 재활용이나 나눠줄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해 장롱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


10일 오후 서문시장을 찾아가니 아동 한복 한벌 가격은 3만원 후반~ 5만원 후반대였다. 고급스런 파스텔톤을 원하면 7~8만원, 머리띠와 복주머니 등 액세서리까지 갖추면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어플에도 아동 한복관련 글이 쇄도한다. 한복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2만~3만원에는 거래됐다.


아동 한복은 명절 전에 큰 맘 먹고 장만하지만 그외엔 딱히 용처가 없다. 다음 명절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콩나물 크 듯 덩치가 커지고, 유행도 지난다.


서문시장의 한복가게 주인은 "아동 한복도 다 유행이 있다. 예전엔 퓨전 한복과 북유럽 스타일의 리버티 한복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파스텔톤 원단의 한복과 생활한복이 대세"라고 호객했다. 아동 한복의 쓰임새 찾기가 사회적으로 필요해 보였다.


올 초 맘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서 한 보육원 관계자가 '한복 기부받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시설 아이가 설날 행사때 입을 한복이 필요했던 것. 당시 한복을 기증하겠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복을 직접 갖다 주겠다며 시설 주소를 묻는 주부의 댓글도 적잖았다.


최근 한복을 깨끗하게 입고 물려주자는 캠페인과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더봄센터'는 입지 않는 한복을 기증받아 세탁한 후, 3천~5천원에 판매한다. 대구에도 한복 물려주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수년 전 교복물려주기 사업을 벌였던 수성구와 달서구는 다음 사업으로 한복 물려주기를 검토하고 있다.


허창덕 영남대 부총장(사회학)은 "'한복 물려주기'는 단순한 구입비 절감차원을 넘어 아이에게 자원 재활용 및 나눔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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