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금융기관과 거래 강화해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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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7 17:15  |  수정 2023-11-01 08:36  |  발행일 2023-11-01 제23면
공공기관, 지역 혁신도시 이전 불구 낙수효과 크지 않아
기존 지역산업과 클러스터 형성, 지역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충원, 풍부한 유동성 공급 등에 적극성 안보여
‘지역발전추진실적’ 항목에 ‘지역금융기관 거래실적’ 포함 등 필요
이승로
이승로 새마을문고중앙회 대구광역시지부 회장

최근 정부는 미국의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인구소멸지역이나 낙후지역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기회발전특구(Opportunity Development Zone)'의 지정·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회특구펀드'를 조성해 낙후지역으로 자본의 유입을 촉진하는 '미국의 세금감면 및 일자리법(2017 Tax Cuts and Jobs Acts)'에서 유래한다. 다양한 세제 혜택과 인프라 제공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인 지방 이전을 촉진하여 지방주도, 민간주도의 지방시대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도 우리보다 먼저 수도권 집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8개 지역으로 수도권의 315개 공공기관을 이전시키고, 직원 3만5천여명을 이주시켰다. 그 결과 수도권 인구집중률은 1960년대 이후 20%를 넘지 않고 있다(1960년 18.2%, 2000년 18.6%, 2015년 18.8%).

우리나라도 1970년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지역 균형개발정책을 시행하였지만, 수도권 인구집중률은 1960년 20.8%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2022년에는 50.4%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균형개발정책은 효과가 미온적이고 수도권 집중은 날로 가속화되는 것일까?

가장 큰 차이는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지역에서 이전 공공기관과 연관산업이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지역의 산업을 부흥시키고, 정주 환경의 개선을 통하여 지역으로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지역 균형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역산업과의 클러스터 형성, 지역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충원, 풍부한 유동성 공급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 가운데 '풍부한 유동성 공급'은 기업의 생산활동을 촉진하는 필요조건이다. '지역균형특별법 및 혁신도시 건설법 제29조의 2, 제29조 5,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2, 제31조의 3'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역의 인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조항이 있지만, 지역금융과의 거래에 대한 의무 또는 권고 조항은 없다.

최근 일본은 지역경제가 침체되자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공급 증가, 지역 기업의 설비투자 촉진으로 경기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 주요기업의 주거래은행 점유율을 전국적으로 보면 지방은행(40.10%), 신용금고(23.30%), 도시은행(19.78%), 제2 지방은행(9.96%)의 순으로 지방은행의 비율이 가장 높다.

미국은 저소득 또는 빈곤 지역에 대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지역재투자법(CRA: 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실시해 지역금융시장 내 '금융배제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전반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호주는 1995년 시중은행의 지방은행 인수에 따른 지역시장에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주에 최소 1개 이상의 지방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펠스 정책(fels policy)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사정에 밝은 지역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외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지역의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이 일정 비율(규모) 이상 지역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법규를 정비하거나, 국토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역발전추진실적' 항목에 '지역금융기관과의 거래실적'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지역금융기관을 통해 지역 기업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이는 지역내총생산과 고용증가를 견인한다. 궁극적으로 지역기업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혁신도시가 지역의 성장거점 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로<새마을문고중앙회 대구시지부 회장·<주>수성고량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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