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경제] '학원 끊고 엄마표 수업'…팍팍한 살림에 교육비까지 줄인다

  • 이지영
  • |
  • 입력 2023-10-30 16:23  |  수정 2024-01-04 10:43  |  발행일 2023-10-31 제5면
교육비 지출전망 CSI 2018년부터 내림세
교제, 동영상 강의로 자녀 공부 봐주기

학원1-0.jpg
고물가 시대에 사교육비를 아끼려는 서민가구가 늘고 있다. 대구 북구 읍내동 한 아동이 엄마표 영어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주부 이모(43·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최근 초등 수학 문제집을 다시 풀고 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지난 여름부터 아들에게 수학을 직접 가르치고 있는 것. 비록 초등 수학이지만 미리 문제를 풀어보지 않으면 아들을 가르치기 힘든 탓에 동영상 강의까지 매일 챙겨보며 수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씨는 "영어, 수학, 축구교실만 다니는데도 한달에 70만원이 지출된다. 여기에 방과후 수업과 교제비까지 합하면 한달에 교육비만 90만~100만원가량 든다"며 "남편월급이 너무 빠듯해 수학학원 수강을 멈추고 직접 가르친다"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불황의 터널 속에서 여태껏 차마 손대지 않았던 자녀 교육비까지 줄이는 서민 가구들이 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유별난 한국에서 교육비는 가계 소비 항목 중에서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이젠 서민 가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방증한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중 사교육 참여 학생만 놓고 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천원에 이른다. 대구지역 사교육 지출비(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는 초등생 46만3천원, 중학생 60만1천원, 고교생 70만4천원이다. 대구에서 자녀 2명을 둔 학부모의 한달 교육비 지출액만 1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생활물가에 월 50만원 이상 지출되는 교육비는 가계에 큰 부담이다. 실제 지난해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녀 교육비 부담 인식' 조사에서도 자녀를 둔 30세 이상 가구 중 절반이상이 자녀 교육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원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달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교육비 지출전망 CSI는 100이다. 이중 40세미만과 40~50세의 CSI는 각각 102와 114로 5년 전 10월(40세미만 108, 40~50세 119)보다 낮았다. 40대의 교육비 지출전망은 2018년부터 내림세다.

지출전망 CSI는 소비자가 6개월 뒤 해당 항목에 돈을 쓸 계획이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100이상이면 '지출을 늘리겠다'는 이가, 100이하면 '지출을 줄이겠다'는 이가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수치가 100을 넘어도 전보다 낮으면 돈을 쓰려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이다.

교육비를 줄인다고 해서 자녀 교육을 포기한 건 아니다. 학원을 끊은 학부모들은 '엄마표 수업'을 위해 직접 팬을 잡았다. 시중판매되는 홈스쿨링 교재나, 동영상 강의를 이용해 집에서 자녀의 학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맘카페에도 홈스쿨링 관련 글이 부쩍 늘었다. 수학·영어는 어려운 문제를 올리면 풀이 과정이나 답을 댓글 형태로 알려준다. 일부 학부모는 자신의 홈스쿨링 노하우를 정리해 회원들과 공유한다.

김은정 감성힐링코치아카데미 대표는 "부모가 단순하게 '교육비를 아끼겠다'는 생각으로 자년 공부를 봐 주기보반 아이와 함께 공부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매일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 수업하고, 결과보다는 노력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면 학원수강 못지않게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지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