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늪 빠진 대구공항…'관광대구'가 탈출구 될까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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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1 20:11  |  수정 2024-03-11 20:14  |  발행일 2024-03-12 제3면
2월 국제선 청주에 역전 허용, 개항 이래 최초
김해와 청주 사이서 포지셔닝 실패 지적
업계서 수요 부족 판단, 공급도 줄어
‘관광대구’ 브랜드 알릴 방안 찾아야
대구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전경. <한국공항공사 대구공항 제공>

대구국제공항이 국내 'BIG 5' 자리를 수도권에 인접한 청주공항에 완전히 내줬다. 김해와 청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대구공항의 입지를 굳히려면 확고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여객은 12만1천548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청주공항 국제선 이용객(13만8천110명)보다 적었다.

대구공항 국제선 여객이 청주공항보다 적은 것은 개항 이래 처음이다. 지난달 대구공항 국제선은 전년 동월(7만5천여 명) 대비 6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청주공항 국제선은 무려 1천% 넘게 성장(1만2천여 명→13만8천여 명)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국내선은 이미 2018년 11월부터 추월당한 상태였지만, 중국·일본 노선 등에 강점이 있는 국제선 경우 대구공항의 우위가 지속됐다.

업계에선 이미 대구공항이 청주공항보다 수요가 낮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청주공항은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은 물론, 경기 동남부권 수요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상 수요는 1천만 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대구공항 수요는 대구·경북에 한정됐고 이마저도 지척에 있는 김해공항에 상당수 뺏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항공사들도 대구공항에서 신규 노선 창출을 꺼리는 실정이다. 이는 운항 편수에서도 입증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운영비 절감을 위해 국제선 항공기를 반납했던 항공사들이 엔데믹 후 수요가 높은 공항부터 우선 배치하면서 대구공항이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대구공항 국제선 운항 편수는 7천34편으로 2019년(1만8천35편)의 39%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청주공항 회복률(93%)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수요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공급이 줄고, 공급이 줄면서 수요가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셈이다.

현재 대구공항 국제선 노선은 티웨이항공 일색이다. 대구를 거점으로 한 티웨이항공은 노선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외 항공사는 오히려 김해·청주공항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제주항공은 이달부터 필리핀 세부 노선을 폐지할 방침이다. 대만 국적의 타이거항공도 주 1회 운영하던 타이베이 노선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비용항공사의 격전장인 김해공항은 물론, 충청 기반 항공사 에어로케이와 티웨이항공 등이 경쟁적으로 노선을 발굴 중인 청주공항의 분위기와도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청주공항과의 불필요한 경쟁보다 대구관광 브랜드 마케팅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영수 티웨이항공 대구지점장은 "위치적 강점으로 청주공항이 급성장 중이지만, 한계도 뚜렷해 보인다. 일단 청주공항 수요에 외국인은 거의 없다. 한국인이 외국으로 오가는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청주 도시 자체가 해외에서 매력적인 관광지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관광지로 알려진 부산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는 바꿔 말하면 대구가 해외에서 매력적인 관광지로 떠오른다면 항공사들도 용기를 갖고 신규 노선 발굴에 충분히 뛰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대구는 근대 관광, 시장 문화 등 외국인이 흥미를 느낄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인플루언서 혹은 연예인, K-문화 등과 연계해 대구관광 브랜드를 알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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