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애플, 사과

  • 박규완
  • |
  • 입력 2024-04-09 06:55  |  수정 2024-04-09 06:56  |  발행일 2024-04-09 제23면

인류 역사의 한 켠엔 사과가 있었다. 제1의 사과는 아담과 이브의 금단의 열매, 2의 사과는 뉴턴에게 만유인력의 영감을 준 사과다. 폴 세잔이 그린 정물화 속의 사과는 인류 제3의 사과 반열에 올랐다. 제4의 사과는? 빅테크 기업 애플이란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로고는 괜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i시리즈 네이밍도 남달랐다. i에는 인터넷(internet), 알림(inform), 영감(inspire)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한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약 4천조원)를 돌파했다.

은유적 표현의 예를 들 때 자주 소환하는 문구가 있다. 조어(造語)의 달인 셰익스피어의 'The world is your oyster(세상에 못 할 게 없다)'와 'The apple of my eye(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다. 한국의 사과가 딱 그렇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귀하디 귀한 사과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는 빅테크 애플이고 두 번째가 한국산 사과라는 말이 냉소적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천하의 애플도 AI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몇 달 새 시가총액 400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1월엔 시총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겨줬다. 한데 국산 사과 값은 요지부동. 도무지 추세적 하락 낌새가 없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재배면적이 줄고 착과율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수확량 감소가 상수(常數)라는 의미다. '합리적'인 가격에 사과를 먹을 날이 오기나 할까.

박규완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박규완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