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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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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의 효시는 고대 로마의 인술라(insula)다. 기원전 2~3세기 포에니 전쟁의 승리와 지중해 패권 장악으로 영토가 늘어나며 로마엔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로마는 심각한 주택난에 직면했다. 해법은 오늘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건립. 초기엔 주로 2~3층짜리가 지어졌으나 갈수록 높이가 치솟았다. 말하자면 용적률이 상향된 거다. 층고 상승은 인술라에 투자한 귀족들의 수익률 극대화로 귀결됐다.카이사르·폼페이우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펼친 크라수스도 인술라 임대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서민 착취형 임대소득의 원조쯤 되는 인물이다. 지주계급 불로소득의 뿌리가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네로 황제 때의 로마 대화재 이후엔 인술라의 높이와 용적률 규제가 강화됐다. 다닥다닥 붙은 인술라가 화마를 키웠다는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간 거리를 3m 이상으로 띄우고 층고도 6층으로 제한했다. 당시 로마엔 5만 채가량의 인술라가 있었다. 2020년 우리나라 주택의 63%가 아파트이며 지난해 주택 인·허가 건수의 88%가 아파트라고 한다. 아파트는 어느새 현대 주거형태의 벤치마크가 된 것이다. 1970년엔 아파트 비중이 0.77%에 불과했다. 윤수일의 히트곡 '아파트'가 흘러나왔던 1982년에도 아파트촌이 지금처럼 빼곡하진 않았다. 노래가사에도 아파트 주변 풍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하지만 1995년 37.7%로 아파트 비중이 높아지면서 급격한 상승궤적을 그린다. 아파트가 선호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편의성·환금성·투자 효율성은 현대인이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아파트는 14% 오른 데 비해 단독주택은 5% 상승에 그쳤다. 시세 차익의 비교우위가 확연히 드러난다.주거만족도에서도 아파트는 4점 만점에 3.12점을 받아 주택 유형 중 유일하게 3점을 넘겼다. 다세대주택은 2.91점, 단독주택 2.87점이었다. 아파트 거주자 90%는 집을 옮기더라도 아파트로 이사하길 희망했다. (국토부 '2020년도 주거실태 조사')우리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아파트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는 도시의 바람길을 막고 미관을 해친다. 사위(四圍)에 아파트만 치솟아 있는 대도시 풍경은 삭막한 '콘크리트 문명'을 웅변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1956년 건립된 서울 주교동의 중앙아파트이며 첫 아파트단지는 1964년 완공한 마포아파트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1969년 지어진 동인아파트. 동인아파트 부지엔 다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아파트 역사라고 해봐야 기껏 60여 년. 한데 어느새 아파트는 부(富)의 척도가 되고 아파트 신분사회는 더 강고해졌다. 아파트의 위치·브랜드·평수는 이미 현대인의 계급이다. '어느 지역' '몇 평'으로 경제력이 까발려진다. 가계의 재산목록 1호도 아파트다. 가히 '아파트 자본주의'라 할 만하다.아파트는 정치에까지 파장을 일으킨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 실패도 아파트가격 급상승 탓이 컸다. 부동산이 시대의 화두이자 선거의 주요 변수라는 의미다. 아파트 시세 역시 급등이나 급락이 없는 '골디락스' 상황이 이상적이다. 경제가 그렇듯.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만기친람의 역설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만기친람은 양가적(兩價的)이며 현대에선 외려 부정적 평가가 많다. 만기친람의 원조 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지시사항이 1만자가 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국정을 챙겼다. 좋게 봐주면 '깨알 리더십'인데 살짝 비틀면 '좁쌀 정치'로 폄훼된다. 대통령이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다 보면 큰 틀에서의 방향 제시와 갈등 조정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발로일 게다.지난달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낙선·낙천자 위로 오찬. 낙선·낙천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면전에서 불만과 원망을 쏟아냈다. "장관에 책임 맡기고 잘못하면 책임 물어 경질하라" "대통령이 정책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사안까지 간섭해선 안 된다". 권한 위임하고 책임 묻고 만기친람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기실 윤 대통령의 권한 위임은 애매모호했으며 친윤 관료와 이너서클의 책임 추궁엔 유독 관대했다. 159명이 죽은 이태원 참사에도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건재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 및 안전을 총괄·조정한다'고 명시된 재난안전법이 버젓한데도.R&D 예산 삭감엔 만기친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R&D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33년 만에 R&D 예산 16.6%가 삭감됐다. 그 불똥은 대학원생 연구원 등 약한 고리에 주로 튀었다. 과학계의 반발과 여론 질타가 비등하자 정부는 올핸 다시 R&D 예산 대폭 증액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통령 한 마디에 괜한 소동을 치르며 정책 일관성에 흠집만 남겼다. "과학계의 오랜 관행과 부조리를 개선하라"는 식의 원론적이고 포괄적 지시가 대통령 언어로서는 차라리 합당했을 듯싶다. 의대 증원 역시 대통령이 2천명을 못 박을 일이 아니었다. 국민여론도 의대 증원엔 공감했지만 2천명 고수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2천명 증원이 금과옥조가 아니거늘 윤 대통령은 2천명을 교조(敎條)처럼 반복했다. SNS엔 무속인 천공의 본명이 '이천공'이어서 2천명에 집착한다는 낭설이 떠돌았다. 대통령이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면 해당 부서의 재량과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민생토론회도 웬만하면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국정 운영의 큰 틀을 고심하고 야당 의원들 만나고 기자회견 하는 게 통치자의 진면목이다. 총선 전 24회의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 중 입법사안은 거야의 벽에 막힐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신(神)이 나에게 하루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텐데"라고 말했다. 하루를 48시간 쓰는 방법이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존 맥스웰도 저서 '리더십의 21가지 불변의 법칙'에서 "권한을 위임하고 간부와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통치자의 사유(思惟)는 넓을수록 좋다. 장자(莊子)의 언어 광대무변(廣大無邊)이면 금상첨화다. 대통령은 밑그림만 그리고 디테일은 실무진에 일임하는 게 옳다. 굳이 만기친람하고 싶다면 외교 쪽으로 눈을 돌려라. 예컨대 라임 지분을 넘기라고 압박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대응이라면 외교부나 주일 대사관보다 대통령의 말에 더 무게가 실릴 테니까.논설위원논설위원
[자유성] 영수(領袖)
우리글의 많은 단어가 그렇듯 산림(山林)도 복수의 뜻을 지닌다. 국어사전엔 ①산과 숲 ②학식과 덕이 높으나 벼슬하지 않고 숨어 지내는 선비 ③절에서 불법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적시돼 있다. 산림을 은둔하는 선비로 풀이했지만 실제 조선시대의 산림은 정치에 참여한 학파의 우두머리, 즉 영수였다. 산림은 학문적 권위와 사림(士林) 세력을 바탕으로 학계와 정계를 넘나들며 국정의 기본방향을 설계했다. 왕의 신임을 얻은 산림은 정치판의 얼개를 짜고 사림의 여론인 청의(淸議)를 공론화해 붕당정치를 이끌었다.영수의 어원을 산림이 득세한 조선 중기에서 찾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당파의 우두머리를 영수로 묘사한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송시열을 노론의 영수로, 윤증을 소론의 영수로 지칭했다. 영수(領袖)를 글자 그대로 옮기면 옷깃과 소매다. 때 잘 묻고 잘 닳고 남의 눈에 잘 띄는 부위란 의미로 우두머리란 뜻이다. 대통령(大統領)은 큰 줄기의 옷깃이니 우두머리 중 우두머리란 함의가 내재돼 있다. 하지만 영수는 권위주의 냄새를 풍기는 시대회귀적 언어이긴 하다.협치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은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의료 개혁을 제외하곤 평행선을 달렸다. 채 상병 특검법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양측의 간극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렇더라도 소통의 물꼬를 틔웠다는 의미는 있다. 정치 복원과 협치 구현은 이루어질까. 영수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선거의 공식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정립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불변의 공식이다. 선거에도 거의 정형화된 공식이 있다. 이를테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는 승리 방정식으로 통한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가.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흐름은 반복된다"고. 선거 역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4·10 총선도 그 흐름을 비켜가지 않았다. # X맨 많으면 진다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X맨은 SBS의 심리 추리 버라이어티 'X맨'에서 유래한 조어다. 지난 총선의 X맨은 누굴까. 국민의힘 지지율의 변곡점은 황상무 '회칼 테러' 겁박과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불거지면서다. 거기에 '대파 875원' 소동까지 가세했다. 결정적 순간에 대통령실이 민감하고 불리한 이슈를 생산한 셈이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윤석열이었다."(김경미 섀도우캐비닛 공동대표)방어기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수정 전 국민의힘 후보는 허접한 논리로 대파 사태를 옹호하려다 외려 불씨를 확산했다. 선관위는 "대파 투표장 반입 금지" 결정을 내리며 '대파 모자'로 선거를 희화화한 야당 전략에 말려들었다. X맨들이 바통을 받아가며 불리한 이슈를 재점화했다.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대파 파동은 고물가와 연계되며 파괴력을 키웠다. 대파와 '런종섭' 사태로 국민의힘이 족히 20석은 날렸을 법하다. "대파 때문에 총선에서 대파 당할 것"이라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힐난이 맞아떨어졌다. # 원심력 약하면 진다영남당·강남당·부자당·노인당으로 웅변되는 국민의힘의 구심력은 꽤 괜찮은 편이다. '개딸'과 4050, 호남이 받쳐주는 민주당 못잖다. 아킬레스건은 원심력이다. 수도권, 2030, 서민·중산층, 중도·무당층으로 뻗어 나갈 원심력이 부족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한계도 원심력이다. 팬덤에겐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지만 외연 확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절대다수는 60대 이상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쳐내고 안철수와 나경원을 무력화하고 유승민을 배제함으로써 우군의 영토를 좁혔다. 총선도 한동훈 원톱 체제였다. 지난해엔 친윤 당 대표 옹립을 위해 '당원 100% 룰'을 만들며 스스로 확장성을 차단했다. 총선 패배는 '친윤 순혈주의'에 집착한 폐쇄성의 후과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낙선자 대회에서 쏟아진 성토에도 묘한 기류가 읽힌다. "용산과 단절하라." "당원 100% 룰을 고쳐라." 원심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선거는 상대평가다"목련꽃 피면 김포는 서울에 편입될 것".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공약은 달콤했으나 현실성이 없었다. 목련꽃은 벌써 졌건만 서울 편입은 더 가물가물해졌다. 괜히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지르고 보는' 공약의 역설이다. 약체 민주당에 패배했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친명횡재 공천에다 궁중애로 전문가 김준혁 후보의 막말 시리즈, 양문석 후보의 사기 대출로 구설이 끊이지 않은 민주당에 졌다. 한동훈이 '범죄자 집단'으로 지칭한 사람들에 대패했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유권자는 때론 차악을 선택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밉보였다는 방증이다. 패배 루틴을 혁파해야 차기 선거에라도 기회가 열린다.논설위원
[자유성] 현대판 하마평
하마평은 말(馬)에서 내린 관리들이 업무를 보는 사이 하마비(下馬碑) 앞에 남은 마부끼리 잡담을 나눈 데서 유래됐다. 마부들의 쑥덕공론 속에 그들이 모시는 상전이나 주인의 인사이동, 승진 등에 관련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마비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석비(石碑)다. 조선 태종 재위 때인 1413년 종묘와 궐문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標木)을 세워놓은 것이 하마비의 효시다. 이후 지방관아와 성현고관의 출생지, 문묘에도 하마비가 세워졌다.조선시대 하마평이 마부들의 입방아였다면 오늘날의 하마평은 고도의 레토릭이자 정치행위다. 자천(自薦)으로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평소 친분 있는 기자나 언론사 간부를 동원하는 '셀프형'이다. 찔러보기, 간보기 하마평도 있고 사전 여론 검증을 위해 정보를 슬쩍 흘리는 방식도 있다.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유력 검토설'이 딱 그렇다. 보도 4시간 뒤 대통령실은 공식 부인했지만 실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기실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끈끈한 사이다. 박 전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 시절 검사 윤석열과 인연을 맺었고 양 전 원장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친윤 인사 낙점으로 유턴하는 건 나쁜 시나리오다. 벌써 장제원 비서실장설이 무게감 있게 나돈다. 신임 총리, 비서실장 임명은 협치의 시금석이다. 야당과 대화 채널을 만들고 협의하는 건 어떤가.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통합의 길 '제3의 길'
좌파이면서도 우파 같은 정치인이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다. 41세에 노동당 대표를 맡은 뒤 44세 때 총리에 올랐다. 1997년 5월부터 10년간 재임한 두 번째 장수 총리다. 진보 정당의 블레어 총리는 좌파 도그마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시장경제와 일자리 중심 정책을 펼치며 복지국가 영국의 비효율을 개혁했다. 좌파의 사회적 형평성과 우파의 경제 효율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취적 '정치 DNA'에다 준수한 외모, 세련된 매너를 겸비한 블레어는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블레어 정부의 정책 브레인이 런던정치경제대 교수 앤서니 기든스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다 반대하며 '제3의 길'이란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우파이면서 좌파 같은 정치인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다. 그가 주창한 혁신보수론엔 한국판 '제3의 길'의 정치철학이 녹아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2015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기조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결국 배신자 낙인이 찍히면서 밀려났다. 여당의 아웃라이어 유 전 의원은 지금도 여전히 '따뜻하고 진취적인 보수'를 추구한다.김대중 정부는 '제3의 길'의 시험대였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에서 모진 핍박을 받았다. 중앙정보부 요원에 납치돼 현해탄 바다에 수장(水葬)될 뻔도 했다. 그럼에도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 후엔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개인적 은원(恩怨)만 따졌다면 박정희 기념관 건립 약속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은 김대중 어록의 백미다. 마치 '제3의 길'의 가치와 정체성을 응축한 경구 같다. 김대중은 진보 대통령이었지만 시장경제의 도도한 흐름을 존중했다. 시장경제의 물꼬를 틀어막은 문재인 정부와 달랐다. 내각 경제팀엔 보수 성향의 전문 관료를 주로 기용했다.4·10 총선 후 새로 생겨난 사자성어가 있다. '서파동빨'이다. 실제 총선 당선자 지도를 보면 서쪽은 파랗게 동쪽은 빨갛게 물들었다. 108대 192의 여소야대와 '서파동빨'의 정치지형.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불편한 현실'이다. 이 난삽한 구도를 타개할 방책이 '제3의 길'이다. 물론 실천은 쉽지 않다. 국정기조 전환이 전제돼야 하는 까닭이다. 무분별한 감세 정책을 고수하거나 대통령 거부권을 반복하면 협치는 멀어진다. 팬덤 정치를 지양하고 '아스팔트 우파'와 단절하며 부자감세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리한 방송 장악을 중단하고 인사 청문회를 무력화하는 독선도 버려야 한다.신임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임명이 협치와 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낙점 인물에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동관 비서실장'이라면 불통과 독선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정운영 철학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정책 입안 때 진보의 가치를 살짝 녹여내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정책 스펙트럼을 넓히자는 뜻이다. 코드 인사는 접어두자. 이념의 경계를 허무는 실용 인사가 필요하다. 진영논리는 땅속에 묻는 게 낫겠다. 진영논리에 집착하면 국정 추동의 원심력이 작동하지 않는다. '제3의 길'도 국민통합의 길도 열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앤서니 기든스의 저작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와 '제3의 길'의 일독을 권한다. 논설위원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국회의원 특권 없애자
국회의원을 흔히 '신의 직장'이라 한다. 왜일까. 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라서? 지역 민의의 대표자라서? 아니다. 당론을 충실히 따르는 '정당 병정'일 뿐이며, 민의를 대변하기보단 정쟁과 명예 탐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국회의원이 '신의 직장'인 까닭은 오롯이 그 많은 특권과 특혜 때문이다. 의원 당선이 입신양명의 압축판인 이유이기도 하다. 특권·특혜 및 의전 관련 조항이 무려 186개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을 공짜로 타고 공항과 역 귀빈실을 이용한다. 의원회관 내 이발소·헬스장·목욕탕과 약국·치과·내과·한의원이 무료다. 수입도 쏠쏠하다. 2023년 기준 국회의원 세비는 연 1억5천426만원이다. 국민소득 대비 OECD 국가 중 3위다. 여기에 1억원가량의 의원실 경비를 별도로 지원받는다. 의원 차량 유류비, 출장비 등이 포함된다.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는 것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만의 시그니처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인턴 1명이다. 보좌진 총급여는 5억2천여만 원. 의원 1인당 연간 7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꼴이다. 2000년 이전까진 보좌진이 5명이었다. 국회의 씀씀이가 더 방만해졌다는 증좌다. 이뿐이랴. 국회의원은 매년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출판기념회도 공공연히 의원들의 주머니를 불려준다. 게다가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환급받는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출마하고 돈도 받고. '선거 재테크'가 가능한 구조다. 국민세금으로 의원 전용 '화수분'을 만들어주는 격이다. 특권의 백미는 또 있다. 불체포 특권이 방호해주니 웬만한 비리·불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거짓말해도 면책특권 뒤에 숨으면 그만이다. 유감스럽게도 의회 효용성 평가는 OECD 국가 최하위다. "가성비가 낮다"는 말만으론 우리 국회의 '고비용 저효율' 체계를 온전히 웅변할 수 없을 듯싶다.한데 '신의 직장'치곤 진입 문턱이 낮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거나 막말을 쏟아낸 인물, 성범죄 옹호자, 부동산 투기꾼이 걸러지지 않는다. 특권은 강고하고 구성원은 열화(劣化)하는 형국이다. 구태정치의 야누스다. "국회부의장이 직접 커피를 뽑아 탁자 위에 놓았다. 3선 의원인데도 따로 보좌관이 없고 방은 작았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가 전한 스웨덴 국회의 단면이다. "온갖 특권을 누리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니 정치가 부패·타락하는 것"이라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진단은 틀리지 않는다. 이제 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 계몽주의의 초석을 놓은 영국 정치사상가 존 로크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이라고 했다. 일하는 대리인에 특혜와 특권, 과잉 의전이 왜 필요한가. 특권 폐지는 22대 국회에 부여된 소명이자 국민의 여망이다. 국회의원은 '신의 직장'이 아닌 '3D 업종'이어야 한다. 그래야 상시 '일하는 국회'가 구현된다. 지역패권주의와 양당 독과점 구도를 혁파할 수 있다. 여의도가 바뀌어야 공정과 지방의 가치가 존중되며 대화와 협상의 문화가 작동할 수 있는 '새 정치'가 열린다.세계가치조사에 의하면 스웨덴 국회의 신뢰도는 63.3%인데 비해 한국 국회는 20.7%에 불과했다. 특권의 역설이다. 특권 폐지가 정치 업그레이드의 시작점이다.박규완 논설위원논설위원
[자유성] 애플, 사과
인류 역사의 한 켠엔 사과가 있었다. 제1의 사과는 아담과 이브의 금단의 열매, 2의 사과는 뉴턴에게 만유인력의 영감을 준 사과다. 폴 세잔이 그린 정물화 속의 사과는 인류 제3의 사과 반열에 올랐다. 제4의 사과는? 빅테크 기업 애플이란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로고는 괜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i시리즈 네이밍도 남달랐다. i에는 인터넷(internet), 알림(inform), 영감(inspire)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한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약 4천조원)를 돌파했다. 은유적 표현의 예를 들 때 자주 소환하는 문구가 있다. 조어(造語)의 달인 셰익스피어의 'The world is your oyster(세상에 못 할 게 없다)'와 'The apple of my eye(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다. 한국의 사과가 딱 그렇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귀하디 귀한 사과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는 빅테크 애플이고 두 번째가 한국산 사과라는 말이 냉소적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천하의 애플도 AI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몇 달 새 시가총액 400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1월엔 시총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겨줬다. 한데 국산 사과 값은 요지부동. 도무지 추세적 하락 낌새가 없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재배면적이 줄고 착과율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수확량 감소가 상수(常數)라는 의미다. '합리적'인 가격에 사과를 먹을 날이 오기나 할까.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진부한 클리셰는 이제 그만
#1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이 매년 출간하는 소비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는 이미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10월 나온 16번째 책 '트렌드 코리아 2024'의 첫 번째 트렌드는 '분초사회'. 시간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세태를 투영했다. 빠른 재생 속도로 영상을 보는 것도 분초사회의 단면일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 '육각형 인간'은 완벽한 인간을 말한다. 꽤 논쟁적이다. 예컨대 '육각형 아이돌'이라면 노래·춤·외모는 물론 학벌·집안·성격까지 좋다는 식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호모 프롬프트'. AI 시대에도 인간의 역할과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저자의 시각이 깔려 있다. 트렌드에 뒤처진 곳이 정치 분야다. 표심 구애작전도 변죽만 울린다. 진부한 클리셰를 반복한다.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를테면 감세 포퓰리즘 따위다.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확대 등 일련의 감세 공약을 줄기차게 제시했다. 하지만 민심은 요지부동. 좀처럼 판세 반전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다. 베네수엘라식 선심 정책이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이슈를 던져야 여론이 요동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같은 파격 제안이 민심 포획의 한 방법이다. 트렌드 불감증이 민주당이라고 다르랴. 중국에도 대만에도 "셰셰" 하라고? 이재명 대표는 중국의 갑질 행태와 우리 국민의 반중정서를 정녕 모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칠십 평생 이렇게 무능한 정부는 처음 본다"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는데 문재인 재임 5년 동안 나랏빚이 400조원 늘었고 부동산이 폭등하지 않았나. "정치를 개같이" "나베는 밟아야" 아류의 거친 언설 역시 정치를 저급하게 할 뿐이다. 미셸 오바마 여사의 경구가 문득 떠오른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열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2 처칠은 "민주주의는 다른 제도에 비해 덜 나쁠 뿐이지 아주 나쁜 제도"라고 비판했고, 루소는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질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정치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차선의 대안임에 틀림없다. 대의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다. 선거(選擧)는 글자 그대로 고르는 일이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란 명언을 남겼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란 뜻이다. 민주주의 또한 선택으로 점철(點綴)된다. 이번엔 총선이다. 4년을 좌우할 선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보 선택의 고려 사항으로 인물·능력, 정책·공약, 소속정당이 각각 29% 안팎으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대구경북과 호남은 '정당을 우선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정당 우선? 진부한 클리셰다. 정당 깃발만 보면 편법대출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양문석 후보, 김준혁 같은 막말 후보를 걸러내지 못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비만 고양이' 정치인의 관성을 끊어낼 수 없다. 정치권의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음) 행태도 바루지 못한다. '선택의 기술'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그 '정치적'에 내재된 함의 중 하나는 '지혜로운 선택'일 게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은유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4·10 총선 기상도
4·10 총선은 정치지형의 변혁을 촉발할 판도라 상자다. 입법권력 쟁취의 분수령이며 정당의 명운을 가를 변곡점이다. 151석이면 국회의 지배주주로 올라선다. 의석 5분의 3을 넘으면 법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패스트트랙 기능까지 장착한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 빼곤 다 된다. 여야가 사생결단으로 총선에 매달리는 이유다. 벌써 포연이 자욱하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선거가 있으랴만 2024 총선만큼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표심의 향연은 드물지 싶다. 국민의힘이 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다. 조기 레임덕은 말할 나위가 없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아예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벼른다. 민주당이 패배하면 정권교체 교두보 마련에 실패하고 그나마 야당의 입지를 살려줬던 의회권력마저 상실한다. 역시 치명상이다. 선거의 승패 요인은 구도·이슈·조직·인물·전략·정책이다. 총선은 여기에 '공천'이 더해진다. 공천은 여당 판정승. MBC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긍정(43%)·부정(44%) 평가가 팽팽한 반면 민주당 공천은 긍정(36%)보다 부정(51%) 응답이 많았다. 구도는 어떨까.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으로 여당은 윤석열-이재명 구도를 한동훈-이재명 프레임으로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바람을 일으키며 윤석열-조국 프레임이 가세했다. 정권심판론이 다시 부각됐다는 의미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도 국민의힘엔 떨떠름한 대목이다. 야권 강성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어서다. 지역에 따라 여야 강세가 뚜렷한 조직은 호각지세다. 다만 수도권에선 현역 의원이 많고 그래서 더 오래 지역구 관리를 해온 민주당이 살짝 유리하다. 게다가 수도권 유권자 비중이 2002년 46.9%에서 2022년 50.5%로 늘었다. 인물과 전략은 다들 고만고만하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정책·공약은 아무래도 여당 프리미엄이 작용한다. 대통령이 23번의 민생토론회를 열고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 해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 같은 솔깃한 표심 유인책을 내놨다. 한데 살갑게 공을 들이면 뭐 하나. 무리수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는데. 대통령실이 그걸 제대로 시전했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회칼 테러' 겁박은 4·10 총선 최대의 '흙빛 이슈'다. 중도층이 획 돌아섰다. 수도권 표밭을 다지던 국민의힘 후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며칠 새 10%포인트 넘게 지지율이 추락하는 건 처음 봤다." '이재명 방탄' 공천과 내홍으로 점수를 까먹던 민주당이 쏠쏠한 반사효과를 누렸다. 다시 정권심판론(51%)이 야당견제론(36%)을 따돌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정부여당의 수습 능력도 의문부호다. 황상무 수석 사퇴는 일주일간 끌었고, 이종섭 대사의 일방적 귀국은 '민심 강탈 쇼'에 가까웠다. 호주대사 임명 자체가 메가톤급 악수다. 그렇다면 자진 사퇴해 아예 논란의 빌미를 끊었어야 했다. '대파 875원' 구설도 마찬가지다. 한 뿌리 가격이라고? 실드를 치려다 불리한 이슈를 재점화한 꼴이다.필자는 지난해 8월 'Serendipity는 어느 당으로'란 칼럼에서 '하수들끼리 붙으면 흔히 상대 실책이 승패의 결정적 변수가 되곤 한다'고 썼다. 예상대로 실책이 총선 표심을 흔드는 형국이다. 2주일 남았다. 아직은 모른다. 어떤 돌발변수가 튀어나올지. 어느 당이 '뜻밖의 행운'을 누릴지.박규완 논설위원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중도의 실종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조국혁신당이 떡하니 제3지대에 똬리를 틀 줄이야.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이 26.8%를 찍으면서 18%의 민주연합을 앞섰다(리얼미터 여론조사). 이 정도면 '지지율 깡패'다. 조국혁신당의 득세는 종전의 총선 방정식과는 사뭇 궤가 다르다. 대개는 중도 성향 정당이 제3지대를 평정했다. 2016년 총선에서 3지대를 섭렵하며 원내 3당으로 우뚝 선 국민의당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극중'이란 말을 즐겨 사용했다. 조국혁신당은 튄다. 강성 정당에다 좌편향 색채가 짙다. 당 강령을 봐도 비례대표 후보 면면을 봐도 그렇다. 1호 공약이 '한동훈 특검법 발의'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에 눌렸을까.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줄곧 '약풍 모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진단대로 "지역구에서 제3세력을 이끌 주체가 없다".제3지대뿐 아니다. 거대 양당의 공천 지도도 강성 일변도다. '친윤불패' '친명 프리미엄' '이재명 방탄' 같은 조어는 주류의 압도적 승리를 웅변한다. 국민의힘 핵심 친윤 의원들이 단수공천 됐고,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주저앉혔던 '연판장 초선' 대부분도 당의 천거를 받았다. 민주당은 '개딸'의 지지를 업은 친명 후보의 기세에 비명 현역 의원이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대장동 '법률 호위무사'들이 대거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면접에서 탈락한 김동아 변호사를 구제하는 과정은 블랙 코미디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으로 비하한 친명 양문석 후보도 살아남았다. 정봉주 후보가 '목발 경품' 막말로 아웃된 서울 강북을에선 결국 비명 박용진 후보가 탈락했다. 이재명 대표는 친명엔 "표현의 자유"라며 감쌌고 비명은 노골적으로 비토했다.다양성 상실도 나쁜 그림이다. 254개 지역구 공천을 확정한 국민의힘 후보의 평균 연령 58.1세. 10명 중 8명이 5060이다. 여성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비례대표 명단을 두곤 호남·청년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양당은 공천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성을 정립하지 못했다. 감동과 쇄신도 없었다. 대통령과 당 대표에 대한 충성도, 선명성이 후보 낙점의 결정적 동인이 되곤 했다. 정작 가산점을 받아야 할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후보는 배제됐다. 김세연·표창원을 닮은 후보를 기대했건만, 시스템 공천을 빙자했지만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공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다 공천을 통해 강성 정당을 예약했다. 22대 국회의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강 대 강 여야 대치정국이 이어지며 극단의 정치가 펼쳐진다는 의미다. 팬덤 직거래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실사구시 정책의 추동력이 약화한다는 뜻이다.'골디락스'는 인플레이션 뇌관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에 육박하는 성장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경제 국면을 말한다. 정치도 골디락스 상황이 이상적이다. 협상과 대화의 정치, 연중 일하는 국회, 정당의 중도 외연 확장, 중산·서민층에 소구력 높은 정책 입안 등이 골디락스의 필요조건이다. 한데 여야의 공천과 정책은 '중용(中庸)의 철학'을 투영하지 못했다. 제3지대도 강성 정당이 지배하고 거대 양당마저 강성으로 물드는 중이다. 이러면 "'개딸'도 싫고 '용산'도 싫다"는 중도·무당층이 갈 곳이 없다. 4·10 총선 또한 '묻지마 선거' '운칠기삼 선거'가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한국 정치의 난삽한 현주소다. 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왜 공적 권위를 희화화하나
장면1="꽃가마 태워서 해외도피 시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묘사는 대체로 팩트에 부합한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기어이 호주로 떠났다. 서슬 퍼렇던 출국금지 조치는 순식간에 무력화됐다. 수사 받는 피의자에 '호주 대사' 직함을 내려 해외로 내보낸다? 신박하다고 해야 하나, 오컬트하다고 해야 하나. 법치국가에선 보기 드문 기이한 장면이긴 하다. SNS엔 "수사외압 수사에 대한 또 다른 외압"이란 주석(註釋)이 달렸다. '법치'를 떠받들어온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그 시그니처를 뭉개는 형국이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추가 소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총선 악재라는 걸 인식했을 텐데 왜 굳이 무리수를 뒀을까. 파장이 간단치 않다. 야당 반발은 예정된 수순. 민주당 의원들이 인천공항까지 가서 규탄 회견을 한 데 이어 당론으로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가권력을 이용한 범인 은닉"이라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 신임장을 받지 않고 몰래 출국하는 모습도 저어했다. 망신살은 호주까지 뻗쳤다. 호주 공영언론 ABC는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 수사에도 호주 입국' 제하의 기사에서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출국금지 해제 과정, 야권 반발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입국 반대 집회를 연 호주 교민들의 플래카드 문구가 계면쩍다. "이종섭씨, 호주는 1868년 이후 죄수 수송을 안 받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세요."채 상병 사건과 무관치 않은 인물의 총선 후보 간택(簡擇)도 상식적이진 않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각각 국민의힘 단수공천을 받았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검사장 승진을 거론하며 "일종의 '입막음' 같다"고 해석했다.장면2=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 제재의 나비효과인가. '김건희 특검'이라고 하던 방송사들이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앞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여사'를 빼고 '김건희 특검'으로 방송한 SBS에 대해 공정성 위반이라며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 제공된 상황에서 패널, 앵커들이 '입조심 모드'로 돌입한 모양새다. '김건희 특검'은 이미 우리 국민에게 관용어로 굳어졌다. '김건희 여사 특검'보다 '김건희 특검'이라 말하는 게 훨씬 편하다. '여사'로 수식하지 않아도 대통령 부인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런데 반드시 '여사'를 붙이라고? 코미디가 따로 없다. '입틀막'의 김건희 여사 버전? 좀스러운 제재는 공적 권위를 희화화할 뿐이다.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2024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는 0.60점으로 179개국 중 47위였다. 자유민주주의지수는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이 주요 항목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도 한국은 2022년 43위에서 지난해 47위로 내려앉았다.공적 권위는 사회 각 영역의 자율·분별을 통한 독자성과 창발성에서 고양된다. 워싱턴, 링컨, 루스벨트 대통령 시대의 미국 정부권력은 지금보다 보잘것없었다. 그럼에도 공적 권위는 절정에 이르렀다. '우리 편'에도 예외 없이 법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제재보다 자율에 방점을 찍은 까닭이다. 윤석열 정부가 감계(鑑戒)로 삼을 만하다.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혁신 사라진 공천…비호감 총선 되나
#1 현상은 언어로 표현된다. 4·10 총선의 공천 내막과 전모도 언어로 투영된다. 민주당을 휘감는 조어는 '친명횡재' '비명횡사' 그리고 '멸문정당' '야바위'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재명 대표를 "전형적인 야바위꾼"이라고 직격했다. 경기 의정부갑의 풍광도 희한하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예비후보와 당 영입 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의 경선이라니. 문 예비후보는 2020년 총선 때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정치 세습' '아빠 찬스'의 대명사이자 민주당을 탈당해 해당 행위를 한 후보를 경선에 끌어들인다? 이 지역구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마저 "불공정 경선"이라며 분노했다. 이재명 대선 선대위 배우자실 부실장 출신 권향엽 예비후보를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에 단수 공천한 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인가. 전국 유일의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한 저의부터 미심쩍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은 현역 서동용 의원과의 경선으로 방향을 틀었다.친명은 단수공천, 비명은 컷오프 아니면 경선행이 민주당 공천의 큰 줄기다. 당 지도부 우대도 유난하다. 최고위원 및 고위 당직자 23명 중 21명이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친명 정당'을 지향하는 속내가 고스란히 읽힌다. 공천 내홍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이재명 대표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뭉갠다. "공천 갈등 얘기가 나와 당사 앞에 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이재명의 복심(腹心)이 궁금하다. 민주당은 죽어도 나는 살겠다? #2 국민의힘의 공천을 웅변하는 언어는 '현역불패'다. '현역횡재' '신인횡사' '꼰대남당'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고인 물 공천' '세대 정체'란 비아냥도 나온다. 지난해 엑스포 유치 참패는 온 국민에 자괴감을 줬다. 그런데 투표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 오판했던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책임을 묻기는커녕 꽃길을 깔아준 것이다. 친윤 핵심 권성동·이철규·정진석·윤한홍 의원도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주 의원 영입은 정치의 희화화다. 의정활동 하위 20%에 포함돼 민주당서 컷오프 된 인물을 재활용한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공천이 확정된 국민의힘 후보자의 평균 연령은 58세 안팎, 여성 비중은 10% 남짓이다. 20·21대보다 '그림'이 더 안 좋다. 현역 의원 교체율은 20%를 한참 밑돈다. 4년 전엔 현역 43%가 교체됐다. "와이프·아이만 빼고 다 바꾸자"던 인요한 혁신위의 결기가 공허하다. #3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혁신이 없다. 혁신이 없으니 감동이 없고 세대교체도 없다. 이를테면 '3무 공천'이다. 공약·정책에서도 혁신이 실종됐다. 불체포 특권 포기, 구속 의원 세비 박탈 따위의 정치혁신은 침잠한 지 오래다. 후보는 총선 전쟁을 치르는 '절대 무기'다. 여의도 문법을 타파하고 국회개혁을 견인할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혁신을 주도하고 그 기운을 전파할 후보는 언뜻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게다가 거대 양당 다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말마따나 상대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 총선 승패를 가를 개연성이 농후하다. 4·10 총선이 '비호감 마이너리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비호감 선거? 지난번 대선만으로도 신물 나는데. 지금도 늦지 않다. 혁신 경쟁, 정책 경쟁, 비전 경쟁으로 총선의 물길을 돌려야 한다.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이재명의 捨大就小(사대취소)
이철희 전 국회의원이 공천의 조건을 미국 프로농구 'NBA'로 풀어냈다. N은 노이즈. 즉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데 민주당은 '파열음 만땅'이다. '현역불패' 기류의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다. B는 밸런스다. 민주당의 내홍도 계파별 균형이 무너진 까닭 아닌가. 컷오프는 비명 일색, 단수 공천은 친명이 압도적이니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만하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과 친윤·'용핵관'의 밸런스가 주요 변수다. 대구경북의 물갈이 폭 역시 균형의 잣대로 적정화해야 한다. A는 어메이징한 인물을 상징하는데 여야 공히 유권자가 혹할 만한 신선하고 중량감 있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공천 1라운드는 국민의힘 판정승이다. 여론도 여당 우세를 투영했다. '시스템 공천을 어느 정당이 잘했나'라는 질문에는 국민의힘 45.6%, 민주당 35.4%로 답했다. 대선 가상대결은 한동훈 46.4%, 이재명 40.2%였다.(데일리안·공정<주> 여론조사) 여론이 출렁거린 덴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하위 20%에 대한 평가 기준은 오리무중이며, 비명 현역 의원을 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살생부인 양 나돌았다.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요상한 조어는 계파 양극화를 부추겼다. 공관위는 존재감을 잃었다.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 똑같은 잣대라면 이재명 대표는 하위 몇 %에 포함될까.홍익표 원내대표는 논란의 여론업체 리서치디앤에이의 배제를 요구했고, 정필모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사퇴했다. 전직 총리도 거들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딴청을 피운다. "환골탈태 과정의 진통"이라거나 "시스템에 따라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환골탈태? 개악이나 무리수를 환골탈태란 단어로 치환할 순 없다. 경쟁력? KBS·한국리서치의 서울 동작을 여론조사에선 이수진 의원이 전략공천설이 나도는 추미애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임종석 컷오프는 이 대표의 당내 경쟁자를 솎아내려는 의도로 비친다.공천 전횡이나 농단은 예외 없이 선거 폭망으로 이어졌다. '진박 감별사' '옥쇄 들고 나르샤' 소동으로 리더십이 붕괴됐던 2016년 새누리당의 예상 밖 패배, 황교안 대표의 막장 공천과 공천관리위원회의 고무줄 잣대에서 비롯된 2020년 자유한국당의 수도권 참패를 반추해본다.위기십결(圍棋十訣)은 당나라 현종 때 바둑 고수 왕적신이 정리한 열 가지 바둑 요결이다. 위기십결의 다섯 번째 계명이 사소취대(捨小就大·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이재명의 친정체제를 위한 공천 무리수는 '사대취소'다. 국민의힘보다 앞서가던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당하고 정권심판론도 약화했다. "이 대표가 당을 친위대로 꾸리려다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이준한 인천대 교수).위기십결의 동수상응(動須相應·돌이 움직일 때는 주위의 돌과 호응해야 한다)은 다른 돌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계율이다. 정당 공천도 마찬가지다. 민심과 호응하고 후보와 호응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러지 못했다. 어렵사리 '이재명 당'을 만들어봐야 총선 폭망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재명의 대선 가도가 붕괴됨은 물론이다. 공천 불공정 시비를 의뭉스러운 말로 눙칠 때가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공관위에 전권을 주고 이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옳다. 아니면 '김부겸 비대위' 체제로 가든가. 총선 표심을 얻을 막다른 외통수다.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무능 리더십'의 장기집권
#1 군왕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으레 등장하는 인물이 세종과 정조다. 또 고려 하면 창업자인 왕건과 광종, 공민왕 정도만 인구에 회자되지만, 11대 왕 문종은 '고려의 세종대왕'이란 수식(修飾)이 아깝지 않은 현군이다. 양전보수법을 제정해 전답의 세율을 정하고 녹봉제를 시행하는 등 내치 기반을 다졌으며, 대외적으론 조정의 진면목을 발휘했다. 북변에 침입한 동여진을 토벌한 후엔 회유책으로 평정했다. 송나라와 친선을 도모하고 선진문화를 수입해 당나라 현종 시대에 버금가는 고려의 문화 황금기를 열었다. 이를테면 '조율의 리더십'이다. 고려사는 "문종 재위 땐 창고에 곡식이 쌓였고 집집마다 살림이 넉넉하였으며 나라는 부유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학문을 좋아하고 서예에 능했으니 문종(文宗)이란 묘호가 절묘하다. 대각국사 의천이 문종의 아들이다.#2 '경영의 신'이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경영자, 리더십의 특장(特長)을 고루 갖춘 지도자라면 잭 웰치를 빼놓을 수 없다. 잭 웰치 리더십엔 속도, 혁신, 단순함, 자신감 등이 공식처럼 따라붙는다.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침몰 직전의 거함 GE(제너럴 일렉트릭)를 살려냈으며 4천% 성장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왜 글로벌 기업과 대학들이 잭 웰치의 '경영 코드'와 '혁신 기법'을 신봉하고 연구했을까.잭 웰치가 '위기극복 리더십'의 표상이었다면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리더십 요체는 '미래 통찰'이다. 1983년 이병철의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은 한국 기업 100년사의 퀀텀 점프 순간이었다. 2020년 전경련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6·25 전쟁 발발 후 70년간 우리 산업사의 최대 업적으로 삼성의 반도체사업 진출(64.2%)을 꼽았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지혜로운 지도자는 미래를 읽어 현재의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과대망상증이란 비아냥을 들어가며 반도체 투자를 결단한 이병철의 경영철학이 바로 '미래 읽기'다. #3 경질된 클린스만의 리더십은 아예 '색깔'이 없다. '무전술 방임' 축구였으니 말이다. 무능, 불성실, 무책임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한데 클린스만 선임을 주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계속 자리를 지킨다? 자가당착이며 꼬리 자르기 아닌가. 사퇴는커녕 내년 초 4연임에 도전할 거란 말이 나돈다. 불감청 고소원? 정몽규 회장의 리더십은 클린스만을 빼닮았다. 무능, 무책임에 독선과 불통을 더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고, 쓴소리하는 김판곤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자리에서 밀어냈다. 김판곤 전 위원장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다. "대표팀 감독 선임보다 중요한 게 운영과 관리다. 훈련과 경기에 대한 리포트를 받아 피드백을 줘야 한다.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정 회장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정몽규 체제 11년간 축구협회는 행정·경영·외교에서 뒷걸음쳤다.무능한 지도자의 장기집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가 대통령 5년 단임을 헌법으로 못 박은 이유이기도 하다. 세종이나 고려 문종 치세의 5년은 너무 짧겠지만 연산군 치하라면 5년이 길디길다. 3연임만으로도 정몽규 회장의 분에 넘친다. 영화 '친구'의 대사가 불현듯 떠오른다. "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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