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선거의 공식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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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5 06:57  |  수정 2024-04-25 06:58  |  발행일 2024-04-25 제22면
대통령실 불리한 이슈 생산
대파·'런종섭' 사태 변곡점
국힘, 수도권·중도 동력 부족
구설 넘쳐난 민주당에 대패
루틴을 혁파해야 차기 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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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정립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불변의 공식이다. 선거에도 거의 정형화된 공식이 있다. 이를테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는 승리 방정식으로 통한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가.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흐름은 반복된다"고. 선거 역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4·10 총선도 그 흐름을 비켜가지 않았다.

# X맨 많으면 진다

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X맨은 SBS의 심리 추리 버라이어티 'X맨'에서 유래한 조어다. 지난 총선의 X맨은 누굴까. 국민의힘 지지율의 변곡점은 황상무 '회칼 테러' 겁박과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불거지면서다. 거기에 '대파 875원' 소동까지 가세했다. 결정적 순간에 대통령실이 민감하고 불리한 이슈를 생산한 셈이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윤석열이었다."(김경미 섀도우캐비닛 공동대표)

방어기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수정 전 국민의힘 후보는 허접한 논리로 대파 사태를 옹호하려다 외려 불씨를 확산했다. 선관위는 "대파 투표장 반입 금지" 결정을 내리며 '대파 모자'로 선거를 희화화한 야당 전략에 말려들었다. X맨들이 바통을 받아가며 불리한 이슈를 재점화했다.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대파 파동은 고물가와 연계되며 파괴력을 키웠다. 대파와 '런종섭' 사태로 국민의힘이 족히 20석은 날렸을 법하다. "대파 때문에 총선에서 대파 당할 것"이라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힐난이 맞아떨어졌다.

# 원심력 약하면 진다

영남당·강남당·부자당·노인당으로 웅변되는 국민의힘의 구심력은 꽤 괜찮은 편이다. '개딸'과 4050, 호남이 받쳐주는 민주당 못잖다. 아킬레스건은 원심력이다. 수도권, 2030, 서민·중산층, 중도·무당층으로 뻗어 나갈 원심력이 부족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한계도 원심력이다. 팬덤에겐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지만 외연 확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절대다수는 60대 이상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쳐내고 안철수와 나경원을 무력화하고 유승민을 배제함으로써 우군의 영토를 좁혔다. 총선도 한동훈 원톱 체제였다. 지난해엔 친윤 당 대표 옹립을 위해 '당원 100% 룰'을 만들며 스스로 확장성을 차단했다. 총선 패배는 '친윤 순혈주의'에 집착한 폐쇄성의 후과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낙선자 대회에서 쏟아진 성토에도 묘한 기류가 읽힌다. "용산과 단절하라." "당원 100% 룰을 고쳐라." 원심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 선거는 상대평가다

"목련꽃 피면 김포는 서울에 편입될 것".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공약은 달콤했으나 현실성이 없었다. 목련꽃은 벌써 졌건만 서울 편입은 더 가물가물해졌다. 괜히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지르고 보는' 공약의 역설이다.

약체 민주당에 패배했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친명횡재 공천에다 궁중애로 전문가 김준혁 후보의 막말 시리즈, 양문석 후보의 사기 대출로 구설이 끊이지 않은 민주당에 졌다. 한동훈이 '범죄자 집단'으로 지칭한 사람들에 대패했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유권자는 때론 차악을 선택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밉보였다는 방증이다. 패배 루틴을 혁파해야 차기 선거에라도 기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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