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중선거구제 도입하자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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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07:00  |  수정 2024-04-22 06:59  |  발행일 2024-04-22 제22면
여당 참패로 끝난 총선
지역구 득표율 5.4%p 차가
의석수는 28%p 차로 벌어져
민의 제대로 반영 위해서는
중선거구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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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22대 총선이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보수 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3연패 성적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불통, 여당의 공천 혁신 미흡, 선거연합 해체(대선 승리를 이끈 이준석 등 일부 세력 배제)에 따른 지지기반 축소 등을 여당의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지금의 여당이 이 같은 패배 원인을 말끔히 털어내고 23대 총선에 나선다면 결과가 달라질까.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의석수는 21대 총선 때부터 고착되는 경향이 있었다. 의석수 차이만으로 선거 결과 참패 여부를 따진다면 지금과 같은 선거구제 아래서는 보수 정당은 참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번 선거 결과를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자.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 얻어 양당의 득표 차는 5.4%포인트에 불과하다. 단순하게 양당의 득표 차만을 보면 특정 정당이 압승하고 다른 쪽이 참패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반면 의석수로 따지면 민주당 161석(254석의 63.4%), 국민의힘 90석(35.4%)으로 71석 차이로 여당의 참패가 맞다. 득표 5.4%포인트 차이가 의석수에서는 28%포인트 차이로 5배로 벌어진 셈이다.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 뚜렷하다. 48석이 걸린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52.2%, 국민의힘은 46.3%를 얻어 득표율에서는 5.9%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의석수에서는 37석(77.1%)대 11석(22.9%)으로 양당의 차이는 54.2%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경기(60석)에서는 민주당 54.7%, 국민의힘은 42.8%로 11.2%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의석수는 53석(88.3%)대 6석(10%)으로 78.3%포인트 차이로 격차는 더 컸다. 과연 이처럼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큰데도 선거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한 쪽은 압승의 축배를, 다른 한쪽은 참패의 반성문을 쓰기에 급급하다.

이 같은 기형적 승자 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 시급하다. 현재처럼 1선거구에 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그만큼 대표성이 낮다. 실제 2022년 실시된 대구 중구-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6명의 후보가 출마해 22.39%를 얻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정치 무관심을 가져올 사표(死票)도 대량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협치를 기대할 수 없다. 특정 지역에는 특정 정당 후보만이 당선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 정개특위에서 중선거구제 도입이 논의되긴 했지만, 각 정당과 국회의원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무산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소선거구제를 고집한 여당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중선거구제가 시행돼 1개 선거구에서 2명을 뽑았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에는 1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조를 깨는 것은 물론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도 막을 수 있어 협치의 정치 부활도 기대할 수 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정치는 존재 이유가 없다. 국민은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선거구제 개편이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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