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영남일보마라톤을 즐기는 법

  • 이효설
  • |
  • 입력 2024-04-23 20:21  |  수정 2024-04-24 18:51  |  발행일 2024-04-24 제26면
이봉주후 '침체' 한국마라톤
마라톤 인구 700만 명 넘어
'수육 마라톤' 오픈런 예고
'소확행 실현' 마라톤 인기
NFT 기록증, 재미 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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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라톤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봉주가 2시간 7분 20초로 한국기록을 쓴 뒤 24년째 소식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은 마라톤 공화국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대회만 300개가 넘고, 마라톤 인구가 7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그 수많은 러너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뜀박질을 하는 걸까.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있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수육 마라톤'. 요즘 인기가 뜨겁다. 서울 금천구에서 주최하는 건강달리기 대회인데, 단돈 만원만 내면 달리기는 기본, 수육과 두부김치, 막걸리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다음달 하순에 열리지만 벌써부터 티케팅 오픈런이 예고됐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얼마전, 금천구육상연맹 홈페이지가 접속자 폭주로 일시 차단됐다. 인기의 일등공신은 단연 수육. 올해로 20회를 맞은 나름 전통있는 마라톤대회지만 완주나 기록에 집착하지 말고 달리는 즐거움을 발견해보자는 취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불굴의 마라톤 정신에는 다소 '위배'될지 몰라도 일단 재밌을 것 같다.

롯데물산이 최근 잠실 롯데타워에서 개최한 '수직마라톤 대회'는 어떤가. 이름처럼 이 마라톤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123층까지 2천917개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2017년 시작했는데, 올해는 2천200여 명이 몰렸다. 82세 최고령 참가자는 매일 도봉산 정상을 밟은 실력으로 도전장을 냈고, 다섯 살 아이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1시간 2초를 걸어 2천917개 계단을 꼬박 올랐다. 19분대 기록을 낸 대회 우승자는 "내년에는 18분대로 단축하겠다"고 호기롭게 소감을 전했다. 대회 참가비 전액은 어린이재활센터 건립 기금으로 사용된다니 의미도 깊다.

'소확행'의 대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의 에세이 모음집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에서 "기록이야 어찌 되었든 42㎞를 다 뛰고 난 뒤에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그야말로 최고다. 이 맛을 능가할 만큼 맛있는 것을 나는 떠올릴 수가 없다"고 적었다. 더구나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42㎞라는 아득한 거리를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떨 때는 지극히 정당한 거래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하루키의 마라톤은 그가 사랑하는 맥주, 재즈와 함께 그의 소확행을 완전하게 실현시켜줬다.

5월 19일 개최되는 제17회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대회는 처음으로 'NFT(대체불가토큰) 디지털 기록증'을 발급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개념조차 낯설지만, 카카오톡 전자지갑에 뱃지를 부여하는 일종의 '온라인 메달'이다. 실물 기록증이나 메달과 달리 디지털 파일로 보관돼 분실, 훼손되지 않는다. 완주 기록이 담긴 NFT 기록증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신만의 객관적인 마라톤 역사를 작품처럼 소장할 수도 있겠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GPS(위성위치확인시템) 스마트워치로 달린 구간을 지도로 만든단다. 'GPS 아트'란 고급스런 명칭도 붙였다. 그냥 달리기 보다 사소한 의미를 부여해 달리는 즐거움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월19일이라면 5.19㎞를 달리는 식이다. 젊은 러너들의 달리는 즐거움 리스트에 NFT 기록증이 하나 더 추가되어도 재밌을 것 같다.

 

이효설 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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