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경북의 중심 조문국에서 즐기는 힐링여행 .1] 1만여 점 유물 간직한 의성 조문국 박물관

  • 김봉규 영남일보 한국스토리텔링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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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5 07:43  |  수정 2024-04-25 07:47  |  발행일 2024-04-25 제14면
1800년 전 왕국 후예들의 '위대한 나눔'
의성 조문국 박물관의 열린 수장고. 지하 수장고의 유물 중 의성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와 기증유물 등 토기류 700점을 수장 전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기증유물로는 의성 출신 고(故) 일양 박찬 변호사 기증유물 1천253점 중 200점을 계단식 보관장에 전시하고 있다.
경북 의성에 자리 잡았던 고대 왕국 조문국. 1960년대부터 조문국 유적(고분)이 발굴되면서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2013년 4월에는 의성 조문국 박물관이 개관했다. 이후 조문국 이야기는 의성 관광의 핵심 테마가 되었고, 의성군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볼거리나 즐길 거리도 점점 더 풍성해졌다. 조문국 이야기에 끌려 의성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의성 여행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고대 경북의 중심, 조문국에서 즐기는 힐링여행'을 주제로 세 차례(1 1만여 점 유물 간직한 의성 조문국 박물관·2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의성조문국박물관·3 지붕 없는 박물관, 의성)에 걸쳐 조문국 관련 이야기와 볼거리를 소개한다.

삼한시대 진한의 12개 소국 중 하나였던 조문국(召文國)은 고대 경북도 의성지역에 있었던 초기국가(읍락국가) 형태의 나라였다. 삼국사기 기록에 벌휴왕 2년(서기 185년)에 사로국(신라)이 조문국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공격으로 조문국이 멸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때까지 조문국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고분군이 있는 의성군 금성면 일대가 조문국이 있었던 터전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고분에서 조우형(鳥羽形) 금동관, 금동관모, 은제관장식, 금동귀걸이, 의성양식 토기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대부분 5~6세기의 유물로 조문국의 후예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화려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었던 조문국의 옛 터전인 의성금성산고분군(374기의 고분 산재)에서 출토된 유물이 의성조문국박물관(경북 의성군 금성면 초전1길 83)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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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관한 의성 조문국 박물관 전경(위). 박물관은 조문국 고분에서 발굴된 유물을 비롯해 기탁 및 기증 유물 등 1만2천500여 점의 유물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자두꽃 천지가 반긴, 조문국 가는 길

1천800년 전 조문국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이 각별했다. 지난 10일이었는데, 자두 꽃이 만발한 때였다. 봄이 되면 고대하다 맞이하는 매화에 이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꽃이다. 자두 꽃은 크기는 좀 작지만, 청매화와 비슷한 느낌이다. 흰 꽃잎에 연초록 꽃받침이 어울려 매우 청초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 보아도 좋고 가까이서 보아도 좋다. 이 꽃이 활짝 핀 자두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10리가 넘는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달렸다.

중앙고속도로 의성IC에서 의성조문국박물관을 향해 한동안 달리니, 길옆 산비탈에 꽃을 피운 자두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가니 길옆 멀리까지 자두 꽃 천지가 펼쳐졌다. 그런 길이 십 리는 넘을 것 같았다. 마늘밭이 간혹 보이고 복사꽃이 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밭이 자두 과수원이었다. 맑은 날 오전, 찬란한 신록의 빛 속에 깨끗한 자두 꽃이 만발한 천지를 만끽하니, '조문국'이 선사하는 선물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가기도 했다.

의성조문국박물관에 도착해서 의성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의성군 봉양면은 우리나라에서 자두 최대 생산지이고 해마다 자두 축제도 열린다고 했다. 봉양 자두는 일교차가 크고 수확기에 강수량이 적어 전국 최고의 맛과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봉양면 삼산1리가 봉양 자두의 시배지라고 한다. 6~7월이 되면 붉고 누렇게 잘 익은 자두가 침을 돌게 할 것이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니 오른편에 자연석 모양의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 비석에 조문국의 역사를 상상하게 만드는 미수 허목(1595~1682)의 시가 새겨져 있다. 허목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성리학자이자 서예가이며, '미수체'라는 독특한 전서 글씨체로도 유명하다.

'과조문유감(過召文有感)'이라는 제목의 시다.

의성 조문국 박물관의 대표 유물 조우형 금동관. 탑리리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로 진품은 국립대구박물관에 있다.
'천 년 조문국(千載召文國)/ 옛터 몹시 처량하도다(亡墟足悲凉)/ 번화한 모습 찾을 수 없고(繁華不復睹)/ 들풀과 들꽃 향기뿐이네(荒草野花香)/ 눈에 보이는 건 빽빽한 무덤 뿐(疊疊見古墳)/ 백양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하네(濯濯無白楊)/ 둔덕에 밭 가는 농부는(田父耕롱上)/ 아직도 경덕왕을 이야기하네(猶說景德王)/ 산하는 여전히 그대로인데(天地一何悠)/ 국가의 흥망은 몇 번이던가(終古幾興亡)/ 만물의 이치는 무상한 법인데(物理本無常)/ 인정은 부질없이 서러워하네(人情徒自傷)/ 옛날의 슬픈 정 일어나기에(感起前古恨)/ 홀로 서서 한참을 탄식하노라(獨立慨嘆長)'

경덕왕은 조문국의 왕이다.

◆1만2천500여 점 유물 소장한 박물관

의성 금성면 고분군(조문국사적지) 인근에 있는 의성조문국박물관은 2013년 조문초등학교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의 건물로 개관했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열린 수장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주변 야외 전시장에는 고인돌 정원, 모형 석실 고분, 미로 정원, 공룡 정원, 야외공연장, 국보 제77호 탑리리 오층석탑 모형 등이 조성되어 있다. 박물관은 조문국 고분에서 발굴된 유물을 비롯해 기탁 및 기증 유물 등 1만2천500여 점의 유물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금성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의성의 역사(선사시대~삼국시대)를 한자리에서 알아볼 수 있는 전시실이다. 조문국에 대한 설명과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관, 환두대도(고리자루큰칼), 의성 양식 토기, 금동관모 등 명품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기획전시실은 매년 1회 이상 특별한 주제와 테마를 선정해 의성의 역사·문화·예술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그동안 14번의 전시가 열렸다. 지난해에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기증·기탁 유물 특별전 '오래된 기억 위대한 나눔'을 개최했다. 2013년 개관 이후 기증·기탁받은 유물 중 교지와 고서, 토기, 호패 등 중요 유물 80여 점을 선정해 2023년 6월28일부터 2024년 4월21일까지 전시했다.

2024년 특별기획전은 유춘근(우일농산 대표)이 기증한 토기류 및 고문서(300여 점)를 '나눔과 공유, 그리고 실천'이란 주제로 선보이는 것으로 6월부터 8월 말까지 열린다. 오는 10월부터는 박물관 소장 유물을 테마로 한 '탑리리에서 찾은 고대 의성'이 열릴 예정이다.

열린 수장고는 1층의 어린이 고고 발굴체험장을 리모델링 해 2021년에 개관했는데, 공개되지 않고 있던 지하 수장고의 유물 중 의성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와 기증유물 등 토기류 700점을 수장 전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기증유물로는 의성 출신 고(故) 일양 박찬 변호사 기증유물 1천253점 중 200점을 계단식 보관장에 전시,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 유물, 새 깃털 모양의 금동관

의성 조문국 박물관의 대표 유물로는 먼저 조우형 금동관을 꼽을 수 있다. 5세기경 축조된 것으로 전하는 의성 금성면 고분 중 탑리리 고분Ⅰ 덧널에서 출토됐다. 띠 모양의 테두리 위에 가장자리를 가늘게 자른 후 이를 꼬아 새의 깃털 모양으로 만든 세움 장식 세 개를 달고 있어 조우형(鳥羽形) 금동관이라고 부른다. 신라 금관 또는 금동관의 '출(出)'자 모양의 장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인다. 현재 전시된 금동관은 복제품으로, 진품은 국립대구박물관 고고실에 전시되어 있다.

금동관모도 대표 유물로 꼽힌다. 의성 금성면 고분군에서 출토된 것이다. 그동안 천마총, 금관총 등 경주지역에서만 출토되었는데, 경주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굴되었다. 금동관모는 지방의 귀족이나 세도가에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던 대표적인 위세품(威勢品)으로, 경북 북부지역에 신라와의 관계에서 일정하게 독립된 지방 세력이 존재했다는 것을 이 유물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의성 양식 토기도 특별하다. 의성 금성면 고분군 등 의성 지역에서 출토되는 토기는 다른 지역의 토기와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를 '의성 양식 토기'라고 부르고 있다. 학계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용어이다.

의성 양식 토기는 4세기 말부터 5세기 중반까지 많이 제작되다가 5세기 말에는 소량으로 제작,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토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는 굽다리접시(高杯), 목항아리(長頸壺), 항아리(短涇壺), 뚜껑(蓋) 등이 있다. 토기에 관심이 있는 관람객은 설명문을 읽으며 전시된 토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차이를 느끼며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의성 양식 토기들은 의성 금성면 탑리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현재 안동시에 속하는 일직면 조탑리 일대를 포함해 남쪽으로 군위까지 출토된다. 조문국의 영역을 의성군을 중심으로 해서 남으로 군위, 북으로 안동의 낙동강 이남 지역까지로 이해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글=김봉규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 : 의성조문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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