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셋째 낳으면 4억5천만원?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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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2 06:59  |  수정 2024-05-02 07:00  |  발행일 2024-05-0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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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 사회부장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다. 올해 2월 태어난 출생아 수는 1만9천362명. 통계를 조사한 이래 2월 기준 처음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067년쯤이면 대한민국 인구가 지금보다 1천500만명이 줄어 3천500만명 수준이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이런 감소세는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견해도 있다. 인구절벽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닌 '현실'이 됐다.

정부는 재난과도 같은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18년 동안 380조원을 쏟아부었다. 2017년 이후 지난 5년간 저출생 대응 예산은 24조1천150억원에서 51조7천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출생 예산은 지난해에만 48조2천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2012년 48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22년 24만9천명으로 반 토막 났다. 그 많은 예산을 다 어디다 썼는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아이 낳는 국민에게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60%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23만명이다. 아이 한 명당 1억원을 줄 경우 연간 23조원이 필요하다. 작년 저출생 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2월 아이 낳은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부영그룹이 쏘아 올린 출산 장려책이 이제 정부 정책으로 채택될 날도 멀지 않았다. 예전 '공중부양'한다던 한 대선 후보의 황당한 공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1억 지원' 정책을 도입하면 현재 저출생 예산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어린이집, 대학등록금 지원, 내 집 마련 저리 융자 등의 지원책이 사라질 수 있다. 그래도 1억 지원책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해왔던 별의별 정책들이 아무 소용 없었기 때문이다. 백약이 무효인 정책을 무작정 고집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봄 직하다. 해보고 정 안되면 다시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

1억 지원책의 핵심은 '한꺼번에'다. '찔끔찔끔' 표시 나지 않은 지원이 아니라 목돈을 손에 쥐여 주는 데 있다. 아이를 낳는 순간 현금 1억원이 통장에 꼽힌다면 받아들이는 체감온도가 다를 수 있다. 목돈이 필요해 출산에 나서는 젊은이도 나올 것이다.

여기에 '1억 +알파'를 제안한다. 첫째 아이 '1억원'에 이어 둘째 '1억5천만원', 셋째는 '2억원'을 주는 방안이다. 아이 셋 낳으면 '4억5천만원'이 생긴다.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둘째까지 낳은 부부가 한 명만 더 낳으면 2억원을 만질 수 있다. 십중팔구는 셋째에 도전할 것이다. 주위의 젊은 친구들에게 이 방안을 말했더니 100% 아이를 낳겠다고 했다.

문제는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연간 50조원이면 가능하리라 본다. 지금껏 간접 지원으로 헛심만 쓴 50조원을 직접 지원으로 돌리자는 얘기다. 셋째까지 낳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 60조, 70조라도 투자한들 대수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국가 소멸'을 막는 일보다 더 중한 게 있나.

물론 한꺼번에 출산 장려금을 주면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부작용 없는 정책이 어디 있나. 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아이 낳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광고 카피까지 등장한 시대다.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초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봐야 한다.

진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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