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가왕에게 보내는 박수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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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3 06:57  |  수정 2024-05-03 06:57  |  발행일 2024-05-03 제26면

지난 2월 가왕 '나훈아'가 은퇴를 시사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소리로 외쳐드리고 싶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등의 내용과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며'라는 문구가 담겼다. 편지 발표 후 팬들과 가요계는 충격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공연만 그만두고 작곡 활동은 이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기자 역시 가왕의 은퇴 소식에 적잖이 놀랐고 영원한 은퇴는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나훈아는 지난달 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 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에서 "저는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으려고 한다"고 말해 은퇴를 못 박았다. 그는 "'그래 이제 니 그만해도 되겠다' 하고 서운해하지 않으시면 돌아서는 제가 얼마나 슬프겠느냐"면서 "여러분이 '그래 서운해, 더 있어라' 할 때, 박수 칠 때 (그만두려 했다)"고 은퇴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30대인 기자에게 나훈아는 친근한 존재다. '홍시'를 부르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억하는 아버지, '남자의 인생'을 들으며 아버지를 응원하는 어머니 등 부모님들이 가수 나훈아의 팬이었던 것.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나훈아의 노래는 언제나 익숙했다. 이후 2020년 추석 연휴 기간 비대면 콘서트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보면서 시선을 사로잡혔다. 또 콘서트에서 본 나훈아의 열정 가득한 무대에 팬이 됐다.

이번 은퇴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가수 나훈아에게 매료됐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는 편지 내용과 인천 공연 막바지 "혹시 누구에게 곡이라도 써주며 연예계에 기웃기웃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후배 가수들을 잘 모르기에 누구에게도 가사나 곡을 주지 않는다. 살짝 옆눈으로도 연예계는 안 쳐다볼 거다"라고 말한 그만의 삶의 철학이 뚜렷해 보였기 때문.

가왕은 은퇴 퍼포먼스도 트렌디하게 장식했다. 공연 말미 나훈아가 "저는 마이크가 없어서 이제 노래를 못 부른다. 여러분이 대신 불러 달라"고 요청하자 공중에서 드론이 나타났다. 드론에 마이크를 떠나보낸 뒤 사라지는 마이크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것으로 그는 공연을 마무리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수 나훈아의 은퇴 상황들을 지켜보며 기자는 삶의 철학에 대해 돌이켜보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까지 울림을 남겨준 가왕에게 고마움을 담은 박수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응원을 보낸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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