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보감] 좌장지와 보장지

  • 입력 2003-02-20 00:00

사람 몸은 부위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눈, 코, 배꼽 등.
사람을 고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이름이 더욱 중요하다. 뱃속에
있는 위장이나 자궁, 방광 등의 해부학적 이름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의사조차도 입에 올리기 거북한 부위가 있다. 남녀의 외부 성기
가 그것이다. 좋은 이름을 두고 바로 부르지 못하고 은유적으로 돌려 말하
게 된다. 그 이름만 불러도 남녀가 그것을 사용하는 장면까지 떠올리기 때
문일까. 아니면 욕설 속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일까.
이 글에도 선뜻 올리지 못하는 그 이름의 유래를 조선시대 야담에서
찾아보기로 하자. 사내의 것은 본시 좌장지(座藏肢)라 하여 ‘앉게 되면 감
추어져 잘 드러나지 않는 물건’이라고 했다. 여인의 것은 보장지(步藏池)라
하여 ‘일어서 걷게 되면 잘 보이지 않는 연못’이라고 했다. 여기서 중
간의 ‘장(藏)’자가 각각 빠지고 다듬어져 두자로 된 현재의 이름이 완성
되었다는 얘기다.
가만히 생각해봐도 그럴 듯하다. 한복차림의 여인네가 한쪽 무릎을 세우
고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우리는 항상 보아왔기에 우아하고 정숙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의 좌식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이방인의 눈에
는 그야말로 야한 자세로 보인다는 것이다.
보장지라, 여인네의 것은 서서 걸을 때는 감추어지지만 잘못 앉게 되면
드러난다는 말씀이다. 비록 치마 속에 감추어져 있어도 만인 앞에 전시하
는 포즈가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남녀 성기를 부르는 이름 중에 아시다시피 한 글자로 된
것이 있다. 이것 역시 욕설 속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이 글에 선뜻
올리지는 못하겠다. 사내의 것은 건조해야 기력이 넘쳐나므로 마를 ‘조(燥)
’에 ‘ㅈ’을 붙인 그것이란다. 여인의 것은 축축하여야 음기를 보존하므로
젖을 ‘습(濕)’자와 발음이 비슷한 그것이다.
사실 그것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고 누가 잡아가지도 않고, 아주 정상적
인 인체의 명칭이지만 아무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꼭 필요하면 음
경이나 음문같은 조금 어려운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고추나 조개를
먹을 때면 생각나기에 그런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것 아니라도 재미
있는 별명이 수도 없다.
당당하게 부를 수 있는 좋은 이름을 두고도 바로 부르지 못하고 피해
가는 아이러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마음놓고 소리쳐 불러보고
싶은 이름. 여기에 앞으로 풀어야 할 모든 방중(房中)문화의 열쇠와 묘미가
있지 않을까. (053)954-0887
박종현<제생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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