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보따리 풀자 경로당 어르신들 “10년은 더 젊어진 것 같아”

  • 서영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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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31   |  발행일 2012-10-31 제8면   |  수정 2012-10-31
비산동 ‘햇빛따라’어린이 도서관, 목요일 ‘찾아가는 이야기 극장’
이야기 보따리 풀자 경로당 어르신들 “10년은 더 젊어진 것 같아”
대구시 서구 비산동의 한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이 ‘햇빛따라’ 도서관의 동화구연 ‘찾아가는 이야기극장’ 봉사자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어린이도서관 ‘햇빛따라’. ‘햇빛따라’의 목요일은 ‘찾아가는 이야기극장’을 위한 준비로 다른 날보다 더 분주하다. 영상 상영을 위한 준비물을 챙기고 회원 각자 역할을 점검하는가 하면, 도서관 한쪽에서는 연습이 한창이다.

‘햇빛따라’의 ‘찾아가는 이야기극장’은 지난 봄 회원들을 위한 동화구연 강좌에서 시작됐다. 동화구연 강좌에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회원들이 모였다. 8주간의 교육 후 아쉬움과 함께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모여 이야기 봉사단이 꾸려졌다.

지난 6월 서구노인지회의 도움으로 그들이 처음 찾아간 곳은 비산1동 당산 경로당이었다.

옛이야기를 들려드린다고 했을 때 ‘시끄럽다’고 역정 내시는 할머니, ‘젊은 사람들이 와서 좋다’며 반기는 할머니 등 여러 반응이 있어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이야기극장. 그러나 옛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영상 ‘막걸리 심부름’ 등을 상영한 후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맞아, 저 때는 저랬지” “오늘은 10년은 더 젊어진 것 같다”는 감사의 말을 들으며 회원들은 걱정을 내려놓고 기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찾아가는 이야기극장’은 비산동 일대의 경로당을 돌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기 전에 간단한 몸 풀기 체조 등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야기 봉사단의 김현숙씨는 “처음에 꺼리던 분들이 나중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며, ‘또 온나~’라는 인사를 하실 때 보람을 느꼈다”며 “신입회원이 더 들어와서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분께 좋은 동화로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햇빛따라’의 김은자 도서관장은 “‘찾아가는 이야기극장’이 도서관과 지역 어르신들과의 매개체가 된 것 같다”며 “회원들도 즐거워하고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며, 내년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요양원에도 찾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어린이 도서관 ‘햇빛따라’가 남녀노소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 속의 문화공간으로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서영희 시민기자 sky-0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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