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러시:더 라이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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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11   |  발행일 2013-10-11 제42면   |  수정 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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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장르 : 액션·스릴러,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아빠라고 불렀던 자와 극한의 대결…독창적 액션 눈길

살인과 폭력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무자비한 다섯 남자가 있다. 낮도깨비로 통하는 리더 석태(김윤석)를 위시해 기태(조진웅)와 진성(장현성), 동범(김성균) 그리고 범수(박해준)가 그들이다. 선(善)의 대척점에 선 이들은 치밀하고 일사불란하게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그런 그들에겐 아들로 부르는 한 소년이 있다. 거액의 몸값을 얻어내기 위해 세살 때 유괴한 아이지만 엉뚱하게도 그들의 손에 의해 14년간 키워졌다. 아이는 그들을 ‘아빠’라고 부르고, 소년의 이름은 화이(여진구)로 붙여진다. 그리고 17살이 된 화이는 아빠들의 각기 다른 기술을 전수한 또 다른 인간병기로 성장했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는 아빠와 아들의 대립구도를 선과 악의 극단에서 진동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간다. 여기엔 아빠와 아들로 상징되는 세대 간 갈등, 성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 등이 장르적 형태로 흥미롭게 담긴다. 그 중심에 각자의 방식으로 화이를 대하고 사랑하는 다섯 아빠들이 있다.

말을 좀 더듬지만 순수하고 정이 많아 친구처럼 스스럼 없는 아빠 기태, 범죄집단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진성은 이들 중 가장 이성적이고 치밀하다. 또 냉혈한 같은 아빠 동범도 있다. 칼을 잘 쓰고 열쇠를 잘 따는 그는 사이코패스처럼 사람을 죽이면서도 웃는 그런 인물이다. 그리고 막내 범수는 총기를 가장 잘 다루는 총기전문 저격수다.

화이는 그렇게 괴물 같은 아빠들에게 순응하며 살아왔다. 왜 자신에게 다섯명의 아빠가 생겼는지, 자신은 누구이고, 또 어떻게 세상에 태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사격솜씨를 칭찬해주는 아빠들에게 더욱 잘보이고 싶은 그다. 유일한 취미라면 소속 없는 교복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것 정도.

그런 그들의 관계에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화이를 향한 석태의 지나친 욕망 때문이다. 다섯 아빠 가운데 유일하게 ‘아버지’라 부르는 석태는 화이에겐 가장 무섭고도 두려운 존재다. 석태는 다른 아빠들과는 달리 엄격하고 강하게 화이를 키웠다. 특히 괴물 환상을 보는 화이에게서 자신과의 묘한 동질성을 확인한 석태는 “괴물이 두렵다면 스스로 괴물이 돼”라고 다그쳐왔다. 결국 석태는 화이를 자신의 진짜 아들로 만들기 위해 반인륜적인 행위까지 화이에게 강요한다.

‘화이’는 아빠로 대변되는 석태와 화이의 싸움으로 압축된다. 동시에 다른 아빠들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화이에게 행한 가르침이 업보가 돼 자신에게 돌아왔음을 깨닫는다. 이제 화이와 아빠들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된다. ‘화이’는 ‘지구를 지켜라’(2003)로 걸출한 신인 감독의 탄생을 알렸던 장준환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코미디에서 진지한 드라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를 보여줬다면 ‘화이’에선 우직하게 스릴러 장르 본연에 천착한다. 특히 이야기와 캐릭터를 밀도있게 다지는 한 축으로서 기능하는 독창적인 액션신은 역동적이고 강렬하다. 그중 압권은 화이와 아빠들과의 카체이싱 장면. 공사장과 좁은 도로, 터널 등의 공간적 특색을 적절히 활용한 이 장면은 화이가 처한 위기감과 절박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색다른 카체이싱의 묘미까지 전한다.

극한까지 치닫는 화이와 석태의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중반 이후의 장르적 재미를 책임진다. 그리고 그 안의 슬픔과 분노, 증오와 광기를 오가는 폭넓은 진폭의 감정선은 감성이 녹아든 강렬한 드라마로 완성된다. 김윤석이 온기를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알렸다면, 소년의 순수함을 벗은 여진구는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는 녹록지 않은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윤석이 “이 작은 거인이 성숙한 거인이 될 때까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행복”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 ‘화이’는 그렇게 독창적이고 강렬한 이야기와 볼거리로 관객과 당당히 마주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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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더 라이벌 (장르 : 액션·드라마,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F1 전설적인 두 레이서의 스릴 넘친 비하인드 스토리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는 F1(포뮬러원)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카레이서로 통한다. 두 사람은 최대의 라이벌이자 친구였고,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삶으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러시 : 더 라이벌’(이하 ‘러시’)은 그런 두 사람의 최고 전성기이자 F1의 잊을 수 없는 명승부로 기억된 1976년 시즌에 포커스를 맞춰, 그날의 영광을 다시 한번 스크린에 재현한다.

“승리 외의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는 제임스 헌트(크리스 헴스워스)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플레이보이지만 트랙 위에서는 본능적인 스피드 감각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천재 레이서다. 반면 “승리는 철저한 계산과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는 니키 라우다(다니엘 브륄)는 평생 한 여자만 바라보는 로맨티스트다.

영화는 판이한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숙명의 라이벌로 만나, 경합을 벌이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면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평균 시속 270㎞.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서킷을 질주하는 F1 머신에 팬들은 열광하지만 레이서는 언제나 20%의 죽을 확률을 안고 경기에 임한다. 바퀴 달린 폭탄에 올라타는 셈이다.

제임스와 니키 역시 그런 위험을 알고 있지만 모든 레이서들처럼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자 레이싱을 하는 이유다. 레이서들의 질주본능을 보기 위해 연간 관람객 400만명, 188개국 6억명 이상의 인구가 F1을 시청한다. 그래서 F1은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전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F1은 차츰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 최근 전남 영암군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러시’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울 듯 하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방식을 빌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과 그 뒤에 숨겨져 있던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리드미컬하게 담아간다. 트랙 안에서 우승을 놓고 겨루는 단순한 경쟁상대를 넘어, 트랙 밖에서도 서로를 자극하고 용기를 주는 친구의 관계로 포착된 두 사람의 모습은 특히나 그렇다.

제임스와 니키는 이상적인 라이벌이다. 삶을 대하는 자세와 성격은 다르지만 F1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지녔다. 때문에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이 영화에 특별한 감동과 여운을 더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 경기다. 간발의 차이로 제임스와 1, 2위를 다투던 니키는 이 경기에서 전신 화상을 입으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못한 그의 복귀는 제임스를 향한 강한 승부욕과 오기가 동력으로 작용했다. 니키는 자신의 부재를 틈타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제임스의 모습을 본 후 부상을 이겨내야 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러시’는 제임스와 니키의 흥미로운 라이벌 관계와 함께 스피드를 추구하는 F1 경기 장면을 중요하게 다룬다. 일반적인 자동차가 이동수단의 개념이라면 서킷을 질주하는 F1 머신은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속도의 지존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론 하워드 감독은 컴퓨터그래픽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적인 영상을 담기 위해 스턴트의 비중을 늘렸다.

특히 현실적인 레이싱 장면의 구현과 1970년대를 표현하기 위한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기술적 디테일에 큰 힘을 쏟았다. 덕분에 당시 경기에 사용된 페라리, 맥라렌, 로터스 등 전설의 명카들도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스릴과 다이내믹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포기를 모르는 강한 집념의 두 남자. 특히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로 분해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준 크리스 헴스워스와 다니엘 브륄은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강렬한 연기 변신과 열연으로 영화의 깊이를 더했다. 덕분에 ‘러시’는 레이싱 특유의 스피드는 물론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신나면서도 묵직한 감동의 드라마가 됐다. 영화를 보고 나면 F1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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