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추억이 그리운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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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8   |  발행일 2014-04-18 제41면   |  수정 2014-04-18
[짱똘아빠의 식도락] 추억이 그리운 음식들

얼마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형님과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퇴근길 막히는 길을 부지런히 달려서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형님이 뭔가를 먹고 있었다. 시장기가 감돌 시간인지라 먼저 음식을 주문했나 싶었는데 테이블에 올려진 건 뜻밖에도 군만두였다. ‘웬 군만두냐’고 물어보니 시내를 지나오다가 문득 태산만두가 생각이 나서 포장해 왔다고 말했다. 음식점에 가면서 다른 곳의 음식을 포장해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타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 군만두가 며칠 전부터 사무치게 그리웠노라며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그냥 아무말 하지 않고 같이 군만두를 맛나게 비워냈다.

형님의 군만두처럼 누구에게나 가끔씩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음식이 하나씩은 있을 듯하다. 비오는 날의 칼국수나 파전, 더운 여름날의 살얼음 둥둥 뜬 냉면처럼 공통된 감성을 지니고 있는 음식도 있겠지만, 각자의 추억이나 경험에 따라서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을까 싶다.

내게 있어서 가끔씩 사무치는 음식은 진한 멸치향 풍기는 육수에 뚝뚝 끊어지는 밀가루면을 말아놓은 옛날식 우동이다. 분식점, 역앞, 터미널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가락국수, 가케우동 등으로 불리던 그 우동은 이제는 쉽게 만나기는 힘든 음식이 되어버렸다.

이 우동이 내게 특별함을 남기게 된 건 특별한 날에 접했던 추억 때문이다.

특히 대구시 중구 동아백화점 앞에 있는 미성당은 늘 부모님 손을 잡고 쇼핑하고 나서 찾아갔던 곳이라 그 우동 한 그릇에는 유년시절의 즐거웠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때는 추억을 반추하러 찾아가곤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딱히 그 시절이 떠오르지 않아도 미성당의 우동은 가끔씩은 사무치게 그리운 음식이 되어버렸다.

추억이 있어서 맛이 좋은지, 맛이 좋아서 추억이 좋게 포장되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지만 소박한 우동 한그릇 앞에 두고 그 옛날 부모님께서 내게 남긴 추억을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음식이다.

나만큼이나 미성당 우동을 좋아하는 아들을 바라보면 대를 잇는 그리운 음식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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