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식도 아닌데 가슴 찢어져…”

  • 임호 이현덕
  • |
  • 입력 2014-04-19   |  발행일 2014-04-19 제7면   |  수정 2014-04-19
대한민국 ‘세월호’ 쇼크 외상후 스트레스 호소 급증
20140419
18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기약없는 생존자 소식에 흐느끼고 있다. 진도에서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제 자식이 아닌 데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눈물이 나요.”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유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

세월호가 차가운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사흘이 지났지만 200여명 실종자들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자 우울함과 슬픔,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일상생활을 힘들어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리적 충격은 특히 심각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이은경씨(36)는 “길을 가다가도 세월호에 갇혀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며 “마음이 너무 아파, 신문이나 방송 등 뉴스를 보는 것조차 두렵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다른 주부 강민주씨(46)는 “17일 저녁 방송을 보다, 차가운 배 안에 갇혀 있을 아이들 생각에 고교생 딸아이와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며 “요즘은 가슴이 답답해 일상생활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흔하지는 않지만 세월호 참사와 같은 충격적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직접 당사자와 같은 수준의 충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세월호에는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청소년들이 갇혀 있어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감정이입이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심한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성만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당수 국민이 생방송을 통해 세월호가 뒤집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을 봤다. 그 속에 청소년들이 갇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충격으로 인한 고통은 일시적이지만, 일상 생활이 힘든 상황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와 같은 수준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또 “정신적 충격이 큰 경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피하는 것이 좋다”며 “심리적 고통이 심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