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가라앉아선 안된다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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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9   |  발행일 2014-04-19 제1면   |  수정 2014-04-20
“꼭 살아서 돌아오라 그리고 무책임한 어른을 용서 말라”
세월호 船首 바다 아래로…리프트백 설치 구조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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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남 관매도 앞 해상에서 일어난 전복 사고 직후 선수(船首) 부분이 나온 세월호의 모습과 18일 선수가 거의 물에 잠긴 모습.(위쪽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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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사력을 다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의 뱃머리는 이날 오후 완전히 물에 잠겼으며 구조대는 추가 침몰을 막기 위해 대형공기주머니인 리프트백을 설치했다. 연합뉴스

희망의 촛불이 가물거리고 있다. 찬 바닷속 생명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지만 더 이상 돌아오는 이가 없다.

사건 발생 3일째인 18일 오후 물 밖으로 내민, 세월호의 선수(船首)마저 야속한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답답함과 안타까움 속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깜깜한 바다에 빠진 양 슬픔과 두려움을 주체할 길이 없다. 사무실에서 혹은 식탁 위에서, 분노와 탄식은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도 내 자식을 잃은 양 눈물을 떨군다. 대한민국이 온통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비극은 꼬리를 무는가. 구조됐던 단원고 교감(52)은 끝내 목숨을 끊었다. 학생을 뒤로한 자책감에 몸을 떨었다.

설상가상, 세월호로의 접근은 우리 모두에게 무력감을 안기고 있다. 가용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지만, 속시원한 진척이 없다.

세월호 침몰은 ‘신뢰의 침몰’마저 몰고 올 기세다. 원칙과 기본의 부재를 뼈저리게 알린다.

세월호에 갇힌 이들의 가족들은 급기야 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현장을 책임지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사람이 없다”고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 행복의 버팀목’이란 구호가 공허해지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직접 하소연했다. ‘현장 관리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 모른다’며 대통령의 확인 전화까지 부탁했다.

퇴보한 안전의식과 낙제점이 분명해보이는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은 추후 철저한 복기(復棋)가 필요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종착점이 대한민국 신뢰 회복을 향한 출발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냉엄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돌아오라 아이들아, 그리하여 이 땅의 무책임한 어른들을 단죄하라.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피해상황 (18일 밤 11시 현재)
탑승 476명
사망 28명
실종 274명
구조 17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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