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기주입 소식에 울음 멈추고 환호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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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9   |  발행일 2014-04-19 제1면   |  수정 2014-04-19
시신 신원 뒤바뀌자 “제대로 하는 게 없다”…가족들 구조당국 비난

‘세월호’가 침몰한 지 사흘째인 18일 진도군 팽목항 주변. 사고 해역과 가장 가까운 항구다.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먼 바다를 지켜보면서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이틀 동안 흩뿌리는 비와 망망대해에 가득 찬 안개는 항구에 힘없이 서 있는 실종자 가족의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했다.

이날 팽목항은 전날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망자 시신이 하나둘 수습되자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기다리던 가족과 친지들이 너도나도 이곳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입항하는 배가 있으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항구로 뛰쳐나왔다.

자식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거듭 실신했다. 주변 학부모들도 몸서리를 치며, 스스로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맸다.

한 학부모는 쉰 목소리로 “하루가 정말 백년 같다”며 모깃소리처럼 작게 읊조렸다.

항구에 설치된 사망자 현황판 앞에는 수많은 가족이 일찌감치 진을 치고 새 소식이 들어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특히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선체내부 진입과 공기주입 소식이 알려지자 항구에 설치된 TV앞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텐트에 대기하던 사람들도 TV와 사고 현장의 모습을 비춰주는 CCTV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CCTV화면에는 목포 3009함과 목포 1508함, 목포 513함, 목포 1010함에 설치된 카메라가 사고 해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주고 있었다.

구급차 수십대도 팽목항 곳곳에 배치됐다.

하지만 오전 11시50분쯤 물 밖으로 자그맣게 노출됐던 세월호의 뱃머리마저 완전히 가라앉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일부 가족들은 다시 발을 동동 굴렀다. 한 학부모는 “어떡해, 우리 아이들 어떡해…”라며 연방 무릎을 손으로 치면서 대성통곡했다.

침통한 상황에서 한때 시신의 신원이 뒤바뀌어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당국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남성은 “도대체 구조당국에서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구조업무를) 민간에 맡겨라”고 목청을 높였다.

오후가 되자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구조작업에 전혀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극도로 민감해진 실종자 가족들은 소방관계자들이 있는 텐트에 모여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의 구조 작업 지연과 늑장 대처에 대한 비난마저 쏟아졌다.

구조활동을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민간 잠수부들은 해양경찰의 잠수 금지령에 철수하면서 한때 마찰을 빚었다.

땅거미가 지고, 칠흑같은 어둠이 무심하게 찾아오자, 분노하던 가족들은 또다시 온몸에 기운이 빠진 듯 먼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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