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에 정부 당국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황당한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김 실장은 23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라며 “국가안보실은 안보·통일·정보·국방 분야를 다루며 자연재해(와 같은 재난상황이)가 났을 때 컨트롤타워는 아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를 빨리 알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며 “NSC의 역할은 정보를 습득해서 각 수석실에 전달해주는 것이지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안전행정부에 설치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번 사고의 컨트롤타워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NSC는) 국가안보와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은 부서”라며 “왜 안보실이 모습을 안 드러내느냐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16일 사고 발생 이후 김 실장이 실시간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히는 등 박 대통령을 대신해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김 실장이 이날 안보·외교·국방분야 외에는 정보전달 역할에 국한한다고 밝히자 이번 참사와 관련해 각 부처들의 미숙한 대응, 책임 떠넘기기와 마찬가지로 궁색한 책임 회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련 전문가들은 대형 재난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에 재난 관련 공무원을 배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대재난에 군이 투입되는 것 자체가 ‘재난은 곧 전쟁’이라는 안보관과 위기관리 인식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 보고만 하는 것이 상황실장의 역할인지 의문”이라며 “국가 위기관리상황센터에 상주하며 위기 상황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고 반문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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