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변동 없는 해외여행객 면세한도 400달러…이번엔 인상될까?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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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10 07:21  |  수정 2014-07-10 10:06  |  발행일 2014-07-10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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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00달러로 정해진 후 18년째 변동이 되지 않고 있는 해외여행자 1인당 면세한도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는 제주국제공항. <영남일보 DB>

오랫동안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해외 여행객 면세한도에 대한 조정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를 중심으로 일부 경제단체뿐만 아니라 국책연구기관들도 현실에 맞는 면세한도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면세 확대 반대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반대 강도는 다소 약해진 모습이다.


◆ 1996년 이후 고정된 여행객 면세한도

해외 여행객 면세한도 확대 논의는 지난 3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규제완화 건의가 나오면서 급진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00달러로 동결돼 있는 면세기준을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꼽으면서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현실을 반영해 면세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2012년에도 정부에 면세한도를 1천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여행자 1인당 면세한도는 1979년 10만원이었다가 88년 3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후 96년 면세 기준이 달러로 바뀌면서 400달러로 고정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5천달러 수준이던 88년 이후 사실상 변동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2010년 기준 한국의 면세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29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일본(2천400달러), 노르웨이(1천달러), 호주(902달러), 미국(800달러), 유럽연합(564달러) 등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중국(750달러)이나 대만(678달러)보다도 낮은 것이다.

면세한도가 너무 낮아 한도를 초과해 물품을 구입한 뒤 짐에 몰래 숨겨 들여오다 적발되기도 하고, 아예 해외 면세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관세청이 2012년 66만7천건의 여행객 휴대품을 조사한 결과 43.6%인 29만1천건이 면세 한도를 초과해 적발된 바 있다.


재계 ‘인상’ 목소리 이어
산업연구원 필요성 제기
“규제개혁 과제 포함”
총리실도 조기해결 의지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
반대 입장도 만만찮아
주무부서 기재부 고민 중


◆ 면세한도 상향 목소리 잇따라

면세한도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재계뿐만 아니다.

8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여행자 휴대품에 대한 기본 면세한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기획재정부가 의뢰한 이번 연구용역에서 산업연구원은 외화유출로 인한 서비스 수지 악화나 국내 산업의 피해, 위화감 조성 등 면세한도 상향에 따른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대체로 한도 상향의 긍정적 효과를 소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본 면세한도 400달러가 설정된 1996년 국내 1인당 국민소득은 1천7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천870만원으로 늘어났다”며 상향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국민소득이 파악된 세계 64개국 중 절반은 한국보다 소득이 낮은데도 면세한도는 높다”고 분석했다.

즉 유럽 국가들에 견주면 626달러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에 맞추면 576달러 수준을 면세한도로 제시했다.

한국재정조세연구원도 2011년 높아진 국민소득,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을 고려할 때 면세한도를 600~1천달러로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국회에서도 면세한도를 현행 400달러에서 800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국무총리실이 면세한도 인상을 규제개혁 추진과제에 포함시켜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것이란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 기재부, 현실성과 과세형평성 두고 고민

이 같은 현실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해외 여행객 면세한도에 대해 지금껏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세금=규제’라는 재계의 인식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세금감면과 규제개혁을 동일시하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금을 규제로 규정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세정 집행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00달러’라는 것이 구매한도가 아닌 면세한도인 만큼 규제로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과세형평성 또한 기재부를 고민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면세한도 상향 조정의 수혜가 해외여행을 다니는, 전체 국민의 15%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과세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8일 열린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및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김갑순 납세자연합 회장은 “해외여행을 한다는 게 더 적은 세금을 내야 할 근거가 될 수 없는 만큼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도 ‘검토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일부 면세한도 상향 주장에 대해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여부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나, 면세한도 인상 여부는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산업연구원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정책 판단 과정에서 참조할 사항이지 면세한도를 당장 높이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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