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港(홍콩) 예술의 香에 취하다

  • 나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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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18   |  발행일 2014-07-18 제40면   |  수정 20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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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뉴욕, 런던, 두바이 등 글로벌 갤러리 네트워크를 구축한 오페라 갤러리가 2004년 홍콩에도 문을 열었다. 2007년엔 서울 지점도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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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투소 박물관은 유명인의 실제 크기 밀랍상(像)이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아인슈타인, 안젤리나 졸리 부부, 오드리 헵번, 다이애나 빈 등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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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Q 건물 각 방에는 입주 테스트를 통과한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구상하고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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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 기념품 가게에서 아이들이 드레스와 인형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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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사원 앞에서 사람들이 향을 피우며 복을 기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소원을 빌기 위한 향이 엄청나게 크다.


홍콩 정부 전폭 지원
문화예술업 ‘전성기’
세계최고 ‘아트 바젤’
홍콩에 자리잡으며
아시아 미술시장 주도
부가가치 창출 위한
창작공간 활성화도

그 옛날 중국인들은 바닷가에서 향을 피워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그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향(香) 내음은 항구(港)를 휘감아 흐르다 그대로 그곳의 이름(香港, 홍콩)이 되었다. 아직도 많은 홍콩인들이 600개가 넘는 불교 사원과 도교 사원에서 향을 피우며 발복을 기원하고 있으며, 일부 민속신앙과 결합한 다양한 주술적 행사가 그들의 삶과 함께한다.

조용하던 어촌마을은 1842년 영국에 할양되면서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해갔다. 현재 홍콩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곳으로 미식과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며 중국 본토 1인당 국민소득의 5배가 넘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1·2차 산업으로 부를 창출하기 어려웠던 홍콩은 유통과 서비스업에서 기회를 찾았고 이제는 문화와 예술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가지 빛깔로 세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홍콩의 모습을 다양한 ‘술(術)’을 주제로 들여다봤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아트 페어 ‘아트 바젤’이 2013년 ‘홍콩 아트 페어’ 지분을 인수하면서 ‘아트 바젤 홍콩’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리는 기간이면 동·서양의 주요 컬렉터, 화랑, 작가가 이곳에 모여 성황을 이루게 된다. 화이트큐브, 페로탱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도 이곳에 진출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호 지역 갤러리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구해 홍콩으로 떠나보자.

다양한 문화와 예술 활동이 진행되는 홍콩은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최근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홍콩 정부는 과거와 전통을 보전하면서도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PMQ라는 장소를 선택했다. 이곳은 홍콩 최초의 서구식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였는데(중국 근대화 혁명을 이끈 정치인 쑨원도 이곳에서 공부했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건물이 파괴되자 기혼 경찰을 위한 기숙사(Police Married Quarters, PMQ)로 재건축했다. 160여 개의 방과 공동 거실 겸 주방으로 쓰이던 복도로 이루어진 PMQ 건물은 원래의 용도를 끝낸 뒤 수년의 공백 기간을 거쳐 2014년 4월 디자이너들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재생되었다. 증축과 보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선에서 공사를 시행해 그때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거주자격을 갖춘 디자이너들은 각자 배정된 방에서 창작물을 고안하고, 작품을 만들며, 그것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PMQ는 육성과 지원이 목적인 곳이기에 교육도 이루어진다. 아이디어는 있으나 그것을 창업으로 이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각종 등록과 허가에 관한 절차와 방법 교육,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연계 기회 등을 제공한다. 정부 재생산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신진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산업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대구예술발전소와 비슷하다. 비교적 규모가 크고 지역민과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며 제품의 판매도 왕성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대구예술발전소가 관심을 기울이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았다.

예술은 학교나 갤러리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골목을 지나면서 흘끗 스친 곳에서도 그 흔적은 발견된다. 소호 고미술품 매장을 지나면서는 은은한 빛을 발하는 도자기에서 장인의 고고한 기품을 읽어낼 수 있고 란콰이퐁의 유명한 벽화거리에서는 거침없는 젊은이의 자유분방함을 느끼게 된다. 빅토리아피크 정상에 위치한 마담 투소 박물관은 어떤가. 피그말리온의 상아조각 여인처럼 투소 부인은 그 많은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손끝에서 새롭게 살아 숨쉬길 바라며 밀랍 인형을 빚어냈을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예술이라면? 이상적으로 여기던 것, 꿈이나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것들을 현실로 구현해 낸다는 측면에서 란타우섬에 위치한 디즈니랜드 또한 예술이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상상력을 갖춘 기술자라는 뜻으로 ‘이매지니어’라고 불리는 월트 디즈니의 스튜디오 직원들은 또 다른 의미의 예술가다. 수많은 별과 행성 사이를 빛의 속도로 스릴 넘치게 날아다니게 하는 ‘스페이스 마운틴’, 요술에 걸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디즈니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미키의 필하매직(philharmagic)’ 등을 체험하다 보면 기술을 만난 마술의 세상을 실감하게 된다.

홍콩인들은 스스로에게 작은 마법을 걸어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고 내일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 높은 인구밀도와 좁은 국토 면적 때문에 악명 높은 주택난에 시달리는 홍콩이다. 발코니 만들 공간만 있어도 그 안에서 한두 사람이 더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비좁은 곳에 살면서도 홍콩인들은 주말이면 꽃시장과 금붕어시장을 찾아 부지런히 금색 동식물을 집으로 사들인다. 황금색이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거창한 일을 벌이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금빛 주문을 걸어 생활을 즐기는 홍콩인들의 여유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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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사원 앞에서 사람들이 향을 피우며 복을 기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소원을 빌기 위한 향이 엄청나게 크다.

● 홍콩여행 Tip

‘스타페리’ 타면 美港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홍콩에는 여러 가지 교통편이 잘 마련돼 있다. 시간과 루트가 허락한다면 독특한 이동수단을 다양하게 이용해 보길 권한다. 이색적인 정취의 트램은 기본, 홍콩 섬과 주룽반도 사이를 운항하는 여객선인 스타 페리도 무조건 타보도록 하자. 스타 페리는 7분 만에 빅토리아 항을 건널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우리 돈으로 500원도 하지 않는다) 교통수단이다. 아름다운 항구의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덤이다.

홍콩에서 6월에서 8월은 우기다. 이때는 태풍이 간간이 지나는데 이 기간 홍콩을 여행한다면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방송은 태풍에 등급을 매겨 수시로 관련 상황을 알리고 있으며, 등급이 높은 태풍이 지날 경우 등교나 출근을 통제한다. 관광지나 쇼핑점, 음식점에서 일하는 직원에게도 물론 이러한 통제는 적용이 되므로(꼭 출근을 해야 하는 직원에게는 위험수당이 지급된다) 목적지가 태풍 때문에 출입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체크를 해야 한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면 홍콩 국제공항 제1터미널 1번 게이트 옆에 위치한 플라자 프리미엄 라운지를 이용해 보자. 이코노미 클래스 티켓 소지자라도 입구에서 이용료를 지불하면 2시간 동안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소파에 앉아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고 간단한 식사와 다양한 음료를 즐기면 된다. 약간의 추가요금을 내면 샤워를 하거나 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홍콩 여행에 대한 열정은 충만하나 경비가 문제라면 행운에 기대를 걸어보자. 홍콩관광청은 여름축제 기간을 맞아 최근 ‘버킷리스트 TOP10’을 선정했다. 이를 참고해 홍콩에 관한 추억, 홍콩 여행에 대한 기대 등을 적어 7월말까지 SBS라디오 ‘박소현의 러브게임’으로 보내면 추첨을 통해 2박3일 홍콩여행 상품권, 백화점 상품권 등을 받을 수 있다. 라디오 홈페이지, 고릴라,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우편 등을 이용해 참여하면 된다. 열정을 가득 담은 사연을 홍콩인들처럼 황금색 글씨로 써서 보내면 당첨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홍콩에서 나은정기자 mercu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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