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서 생존의 U턴…대구섬유 길을 찾아라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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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7 07:12  |  수정 2014-08-27 07:12  |  발행일 2014-08-27 제1면
원화 강세·염료값 인상으로 설상가상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 육성 등 시급

대구·경북지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섬유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1970년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누리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세계적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해오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투자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부터 섬유는 지역의 핵심산업으로 군림해 왔다. 한창 수출시장을 개척해가던 1970년대에는 대구지역 총 수출 중 섬유류 비중이 90%에 달했으며, 지역 전체 제조업체수의 48.7%, 고용인력의 73.1%를 담당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 경제기반과 산업환경이 열악했던 상황에서 국내외에 한국섬유, 그중에서도 대구섬유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시기이기도 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2000년대 초 세계적 섬유경기 불안과 무리한 시설 투자 등으로 구조조정 및 부도가 일어나면서 침체를 경험한 지역 섬유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역의 뿌리 깊은 섬유업체인 <주>신라섬유는 급기야 섬유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량 관리를 위해 지난 18일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대내외적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부터 시작된 원화강세와 그칠 줄 모르는 염료값 인상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섬유업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지난달 지역 130개 섬유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경북 섬유산업 경기동향’ 결과에 따르면, 향후 내수 및 수출 체감지수는 각각 56.8, 64.6로 나타나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금사정과 채산성 역시 58.3, 53.1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엔 경기불황이 이어지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섬유업체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합성직물을 염색가공한 뒤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하는 경우가 늘면서 지역 동종업계간 연쇄피해마저 늘고 있다. 중국에서 옷감 자체를 수입해오다 보니 원사를 이용해 제직하는 직물업체들의 일감은 더욱 줄어 조업을 중단하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

한 섬유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기침체에다 해외수출까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누가 파산한다 해도 놀랍지 않다”며 “지역 섬유업계가 새롭게 도약하느냐 이대로 사양산업으로 접어드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고 말했다.

벼랑끝으로 몰리는 대구 섬유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 섬유업계의 자구노력과 외부지원이 이뤄진다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회생을 위한 세부 전략으로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용 섬유 집중 육성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의 R&D 역량 제고 △섬유업계의 소통과 상생 노력 △정부·대구시의 지원 강화 등이 꼽힌다.

이준영기자 jy259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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