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페셜] 대구 혁신도시로 온 사람들

  • 정재훈,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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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3 07:15  |  수정 2014-09-13 09:25  |  발행일 2014-09-13 제1면
몸은 대구에, 마음은 서울에…
4명중 3명은 혼자 내려와 외로운 생활
편의시설 아직 부족…금요일마다 서울행
20140913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주중업무가 끝난 지난 5일 저녁 서울 자택으로 가기 위해 동대구역에서 열차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이현덕기자 ihd@yeongnam.com

대구혁신도시(동구 신서동)내 한국산업단지공단에 근무하는 최형국 과장(36·가명)은 주중 업무가 하나 늘었다.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 전후의 서울행 KTX를 예매하는 것이다. 그가 KTX 예매에 열중하는 것은 한 시간이라도 대구를 떠나 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씨의 주중 하루 일과는 매일 아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직원들과 함께 셔틀버스를 탑승해 함께 출퇴근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곳에 친척이나 친구 등 별다른 연고도 없을 뿐더러 차가 없어 평일 대구시내에 나가려면 버스나 지하철을 갈아타더라도 1시간여가 소요돼 꿈도 못꾼다. 때문에 퇴근 후에는 할일이 없어 컴퓨터로 야구 중계를 보는 것이 전부다. 동아리 활동이나 취미 생활은 모두 주말로 미뤄졌다. 대구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에 소개를 통해 지역 여성과 결혼 생각도 했던 그지만 연결고리가 없어 다시 기약없이 미뤄졌다.

최씨는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라곤 숙소 근처에 슈퍼가 없어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식음료품과 담배를 구입하는 것이 전부다. 대부분의 생활을 서울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며 “세종청사 이후 많은 공무원들이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데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다만 김천이나 다른 혁신도시에 비해 그나마 대구는 나은 편이라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는 2012년 12월 중앙신체검사소를 시작으로 한국감정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5개 기관이 입주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신용보증기금, 중앙119구조본부(달성군) 등 4개 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다. 2015년 상반기에 중앙교육연수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장학재단(임차청사 이전 추진 중) 등 3개 기관이 입주하게 되면 공공기관의 입주는 모두 마무리된다.

아직 이주 인원의 절반 정도밖에 오지 않았지만 지역 산업계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먼저 혁신도시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3천500여명에 이르는 이전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공동주택 등이 들어선다. 대구혁신도시는 인근 율하지구로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으로 사용됐던 아파트 외에도 근처 단지에 민간아파트 분양이 잇따른 것이다. 또한 이주 기관들이 지역 대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지역 인재 의무 채용에 나서면서 취업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아직 불편한 점이 많다고 호소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대부분 대중교통이나 혁신도시 내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가족은 서울에 두고 홀로 내려와 주말마다 KTX를 타고 상경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전공공기관 직원 상당수가 나홀로 이주를 선택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지난 5일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전수조사 결과, 각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비율은 2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가족동반 평균 이주 비율은 대구(24.4%)와 경북(13.2%) 모두 전국 평균(25.3%)에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전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급여 외 별도의 교통비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삶의 터전이 갑자기 변하게 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혁신도시가 자생력을 갖춰 지역을 선도하는 신도시로서 본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전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지자체와 시민 그리고 이전 공공기관까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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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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