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 ‘돈 선거’ 오명 벗을 수 있을까

  • 입력 2014-09-15   |  발행일 2014-09-15 제2면   |  수정 2014-09-15
21일부터 선관위 위탁

내년 3월11일에 실시되는 전국 농·축·수협·산림조합장 동시 선거전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불법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써온 조합장 선거가 공명선거를 위해 추진하는 ‘동시 선거’로 과연 불·탈법 선거 풍토를 개선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시선거 대상 조합은 전국적으로 총 1천360곳(농·축협 1천149곳, 수협 80곳, 산림조합 131개곳)이다. 이 가운데 대구는 25곳, 경북은 192곳의 조합(농협 161곳, 수협 10곳, 산림조합 21곳)이 동시선거 대상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원수는 대구의 경우 5만1천172명, 경북은 44만6천956명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 유권자수가 420만여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지역 조합장 동시선거 유권자수는 6·4 지방선거 때의 약 12%에 이른다.

대구·경북 217곳 실시
불법 신고 포상금 1억원

대다수 지역 후보 윤곽
고발·비방 등 과열 조짐

◆21일부터 선관위 의무위탁

그동안 농·축·수협·산림조합장 선거는 금품 수수 및 불법 선거로 얼룩져 온 게 사실이다.

조합원수가 특정인으로 한정돼 있는 데다, 나이든 조합원의 경우 금품을 건네준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 ‘돈’으로 당선되기 유리한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조합장에 당선되면 급여와 성과급, 판공비 등을 합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획득할 수 있고 인사권·계약직 채용 등에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돼, 후보자들이 선거비용을 일종의 ‘투자’로 여기며 불법 선거가 난무해 왔다.

이번 선거는 이런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선거 관리 및 지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 역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치러진다.

오는 21일부터는 선관위에 선거관리·단속·감독 업무가 의무 위탁된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다.

선거운동 기간은 내년 2월26일부터 3월10일까지이고, 선거 운동방법도 변경됐다.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가 폐지되는 대신, 어깨띠·윗옷·소품를 착용한 선거운동이 추가됐다. △선거공보 △선거벽보 △전화·정보통신망 이용 △공개된 장소에서 명함 배포 등의 선거운동은 예전과 동일하게 가능하다.

농협 중앙회(중앙본부·지역본부·농정지원단) 및 단위 농·축협도 지난 8월 선거관리 전담기구를 설치했다. 조합장 선거가 ‘금품 선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기존 건당 1천만원에 불과했던 부정선거 신고포상금도 1억원으로 올렸다.

◆선거전 이미 혼탁

하지만 선거전은 이미 혼탁·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니 지방선거’로 불릴 만큼 치열한 선거바람이 불고 있다.

6·4 지방선거 탈락자 중에서 도전 의사를 밝히는 후보가 있는 등 대다수 조합에서 조합장 후보 윤곽이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후보들이 조합원들과 물밑 접촉을 강화하며 세불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상대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고발과 제보, 조합원 자격 시비 등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대구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이 수년간 직원 월급 중 일부를 허락 없이 빼돌려 정치자금으로 기탁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된 바 있다.

한 경북의 농협에서도 현직 조합장의 성과를 흠집내기 위해 선심성 사업에 대한 비난을 비롯한 각종 비방과 헐뜯기가 난무하고 있다.

이 농협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는 현직이 가장 유리한데, 상대 후보 측에서 각종 비방전을 벌이며 이미 선거전이 과열되고 있다”면서 “조합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임직원도 편이 갈려 앞으로 선거 관련 잡음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단위농협 조합원도 “조합장 후보자 및 가족이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다니는 등 이미 누가 조합장 후보로 누가 나오는지 훤하다”면서 “조합장 선거 끝나고부터 다음 조합장 선거를 대비하는 후보도 있는데, 사실상 지금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동시선거가 불·탈법을 제대로 뿌리뽑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다만 그동안 제각각 실시되던 선거일이 단일화되면서 선관위의 선거관리 및 단속, 투·개표 업무의 효율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조합장 선거가 1년 내내 치러지다보니 몇몇 지역의 과열선거로 전체 조합 이미지가 나빠지는 부작용도 한 번에 끝맺게 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조합장 후보가 2명이면 51%만 내 편으로 만들면 돼, 금품살포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선거 형태다. ‘후보자를 제외한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규정도 불법을 부추기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선관위에서 동시 관리를 하게 되면 차츰 불·탈법 선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전국 동시 농·축·수협·산림조합장 선거 일정

일자 실시사항 기준일
2014년    
9월21일 동시조합장선거 위탁신청일 임기만료일 전 180일
2015년    
2월19일 선거일 공고일 선거일 전 20일
2월24일∼
2월25일
후보자등록 신청 선거기간개시일 전 2일부터 2일간
2월26일∼
3월10일
선거운동기간 후보자등록 마감일의 다음날부터 
선거일 전일까지(2주간)
3월1일 선거인명부 확정 선거일 전 10일
3월11일 선거일 임기만료 연도 3월 중 두번째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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