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고통도 고통이지만 대장암의 증상 가능성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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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3 08:08  |  수정 2014-09-23 08:09  |  발행일 2014-09-23 제18면
20140923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고, 혈변·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땐 이미 대장암 2기를 넘어선 상태가 대부분이다. 대장암의 전 단계인 용종과 조기 대장암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장내시경이 가장 효과적이다.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복강경 수술을 하는 장면. <구병원 제공>

변비로 20여년을 고생한 직장인 백모씨(여·38)는 지난해 변비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지고 혈변 증세까지 보여 급히 병원을 찾았다.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15㎜의 용종이 발견됐고, 조직 검사 결과 대장암으로 밝혀졌다. 며칠 후 백씨는 복강경으로 우측대장절제술을 받고 최근에 개발된 변비치료제 복용 후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변비 생기면
가볍게 생각말고
병원 찾아야

내시경점막하박리법
대장암 수술은
깊숙한 환부 수술 가능

채소·과일 등
섬유소 풍부해
대장암 예방 도움
운동도 꾸준히 해야

◆변비,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도

변비는 보통 사흘에 한 번 이하로 변을 보는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일시적으로 변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변비를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에 비해 변비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고통이 심하다는 반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변비 환자는 매년 평균 8%씩 증가해, 2012년 62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상당수 변비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고, 약을 먹거나 민간요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변비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큰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변비는 특정 질환의 위험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자일 구병원 원장은 “변비는 섬유질·운동량 부족, 대장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하지만 당뇨·갑상선기능저하와 같은 내분비대사질환, 파킨슨병·척수 손상 등의 신경질환, 대장암 등 특정 질환이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대장암이 변비와 가장 밀접하다는 것이 구 원장의 판단이다. 대장암은 20여년 전만 해도 미국·유럽 등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2000년이후 국내에서도 대장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84개국 중 4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다. 국내에서는 갑상샘암·위암 다음으로 흔하게 발생한다.

변비는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다. 대장에 암이 생기면 장의 연동운동이 더뎌진다. 변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변비가 생긴다. 지난해 대한대장항문학회 조사에 따르면 실제 대장암 환자 7명 중 1명이 대장암 진단 전에 변비를 경험했다. 대장암 수술 환자 1만7천415명 중 23.5%(2천609명)가 변비 환자였다. 대장암을 진단 받기 전 변비가 있었던 환자는 1기의 17.5%, 2기의 21.1%, 3기의 26.1%, 4기의 29.4%로 점차 많아졌다.

◆초기 대장암은 ESD로 제거

변이 장에 오래 머물면 소장에서 항문까지 연결된 대장은 변의 독성물질과 접촉시간이 길어진다. 이런 독성물질이 대장 점막을 자극하고, 용종을 발생시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결국 변비환자들은 조기검사와 치료를 해야만 대장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 혈변·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땐 이미 대장암 2기를 넘어선 상태가 대부분이다.

구 원장은 “현재 국가 건강검진에선 대장암 검진을 위해 대변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장암의 전 단계인 용종과 조기 대장암을 잡아내기 어려운 만큼 장내시경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환자 수는 2009년 8천433명, 2010년 1만76명, 2011년 1만2천423명, 2012년 1만5천972명, 2013년 1만7천83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대장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는 환자도 2009년 91명에서 2010년 120명, 2011년에는 153명, 2012년 180명, 2013년 17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수술 중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90%를 차지한다. 이 중 내시경점막하박리법(ESD)은 대장 점막에 생긴 용종이나 암을 개복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떼어내는 대표적 치료 방법이다. 기존 내시경 시술로는 항문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용종이나 암만 떼어낼 수 있었지만, ESD로는 그보다 더 안쪽에 있는 용종이나 암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ESD는 전신마취가 필요 없기 때문에, 환자가 시술 후 3~4일 지나면 퇴원해서 일상 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대장암 예방의 시작은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은 섬유소가 풍부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하루 200g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담백한 가금류, 생선, 두부, 발효유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붉은색 육류나 가공육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식습관만큼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운동은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걷기나 달리기 등 일상생활에서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면 된다.

구 원장은 “변비 환자는 우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일반인은 50세 이후부터 3~5년 단위로 검사받을 것을 권장한다”며 “하지만 고위험군(대장암 가족력·흡연·남성)은 50세 이전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구자일 구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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