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다 어디로 갔나…환수율 전국 하위권

  • 박주희
  • |
  • 입력 2014-10-21   |  발행일 2014-10-21 제15면   |  수정 2014-10-21
대구·경북 주요 경제관련 기관 국정감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20141021

100장 중 6장만 돌아와
전국 평균에 크게 못미쳐
고액상품권 발행량도 급증
지하경제 확대·탈세 의심

지하경제 논란에 빠져있는 5만원권의 환수율이 올 들어 대구·경북에서는 고작 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고에서 빠져나와 지역에 풀린 5만원권 100장 중 고작 6장 정도만이 지역 한은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또한 전국 대형마트·백화점이 발행한 액면가 30만원 이상의 고액 상품권은 1년새 2배로 불어나 지하경제에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대구·경북의 5만원권 환수율은 5.6%로 부산·경남(3%)에 이어 둘째로 저조한 환수율을 보였다. 전국 평균인 22.7%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농사자금 사용 등으로 농어촌지역에 5만원권 수요와 선호도가 높다. 또한 제주에서의 5만원권 환수율이 333%로 높은 것을 보면 5만원권 발행 지역과 사용 지역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만원권의 환수율 하락은 지하경제와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날 한은 대경본부 국감장에서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5만원권 환수율 저조는 지하경제 활성화, 재산 은닉, 탈세 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열린 한은에 대한 국감에서도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개인이나 회사가 현금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한 현금거래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종학 의원은 5만원권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으로 화폐에 제조연도를 표시할 것을 제안해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한은은 5만원권을 둘러싼 지하경제 논란이 거세지자, 올해 처음으로 일반인과 기업을 상대로 화폐 수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연내 공표할 방침이다.

5만원권은 정부가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작년부터 환수율이 급락해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를 오히려 늘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돼 왔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한은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현금 보유성향이 상승한 점 등도 5만원권의 환수율 하락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도별 대구·경북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4.9%에서 2010년 30.3%, 2011년 44.0%, 2012년 48.2%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25.4%로 뚝 떨어졌고, 올 들어서 8월까지는 이보다 훨씬 저조한 5.6%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전국의 5만원권 환수율은 2009년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점차 증가하다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으며 올 8월까지는 22.7%에 그쳤다.

5만원권 환수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백화점의 고액상품권 발행량은 1년새 2배로 불어난 점도 지하경제가 확대되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유통사의 위탁을 받아 찍어낸 30만원권, 50만원권 상품권은 478만장으로 1년 전(227만장)보다 110.6% 증가했다.

액면가 50만원의 상품권은 2009년만 해도 연간 42만1천장이 발행됐지만, 지난해에는 365만4천만장으로 늘었다. 4년만에 9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5만원권 상품권 발행량이 2.1배로, 10만원권은 2.0배로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50만원권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