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통시장 화재예방수준 전국 평균 훨씬 밑돌아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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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2 07:11  |  수정 2014-10-22 07:18  |  발행일 2014-10-22 제1면
25곳 조사결과 소화기 설치·전선피복 불량률 낙제점

지난 20일 오후 전국 대표 전통시장의 하나인 서울 동대문종합시장에서 발생한 불은 전통시장의 화재 취약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전통시장의 전형적인 구조로 50년을 훌쩍넘긴 낡은 목조건물인 데다 일부 점포에서 사용하던 LP가스까지 누출돼 피해가 확산됐다.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만 5억7천만원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대형화재였던 셈이다.

21일 오후 소방 관계자들과 함께 찾아간 대구지역 전통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구 봉덕 구·신시장은 1972년 개설 이후 현재 9천985㎡ 규모에 점포 238곳이 성업 중이다. 지역 대표 전통시장답게 평일 낮 시간임에도 많은 인파로 활기를 띠고 있었지만, 이날 시장을 둘러본 결과, 걱정이 앞섰다.

수십개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가 안은 미로처럼 복잡했고,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배선에는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채 얽히고설켜 있었다.

노천식당은 대부분 LP가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가스누출 경보기는 아예 장착돼 있지 않았다. 화재 진화설비인 스프링클러와 소화기를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 다른 전통시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소방안전협회가 최근 대구·경북 전통시장 25곳을 대상으로 화재예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채점항목별로 전국 평균치 이하였다.


먼저 점포내 가장 기초적인 소화설비인 소화기 설치율은 29%로, 전국 평균치인 32.7%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 14개 권역 중에서도 10번째로 하위권이었다. 또 시장의 84%(25곳중 21곳)가 스프링클러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옥내·외 소화전과 간이 소화용구 등의 소화설비 설치율도 모두 전국 평균치를 밑돌았다.


전선피복 불량여부에서도 지역 전통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불량률이 전국 평균치인 27.3%를 훌쩍 넘는 40%를 기록했다. 전통시장 화재의 주범 중 하나인 전기합선은 대부분 벗겨진 전선피복에서 시작된다. 지역 전통시장 10곳 중 4곳은 전기합선 화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 밖에 화재를 조기에 발견해 초기 소화와 피난에 큰 도움을 주는 경보설비 설치율도 최하위 수준으로 드러났다.


지난 10년간 전국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16건 대형화재 중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4건이 발생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2005년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화재’는 1천억원 규모의 재산피해를본 역대 최악의 시장 화재로 기록되고 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역 전통시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공하성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소방점검 시 권고수준에 머무는 법안을 개정해 예방시설 설치를 필수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통시장 상인에 대한 화재대응 교육을 철저히 실시해 스스로 초동대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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