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 야생동물 피해 막아주세요”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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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9 07:31  |  수정 2014-10-29 07:31  |  발행일 2014-10-29 제12면
상주·김천·안동지역 피해방지단 이달 활동 끝
지자체 활동연장 요청에 경찰 “지침 때문에 불가”
“11월말까지는 연장해야”
“수확철 야생동물 피해 막아주세요”
상주시 연원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상조씨가 28일 멧돼지떼가 휩쓸고간 자신의 논에 들어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피해가 엄청납니다. 자고 일어나서 와 보면 멧돼지가 휘젓고 간 곳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작년에는 가을철 수확을 전혀 못했습니다. 벼는 다 쓰러져 콤바인을 쓸 수 없고, 멧돼지가 다 훑어 먹어 타작을 해도 거둘 것이 거의 없었지요. 올해는 피해를 좀 줄여야 할 텐데….”

28일 상주의 김상조씨(59)는 기자와 함께 찾아간 연원동 그의 논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논은 멧돼지의 놀이터인 양 엉망이었다. 벼의 대부분이 누워 있거나 뽑힌 상태였으며, 논 바닥도 뒤집어져 있었다. 김씨는 큰 멧돼지 서너 마리가 분탕질한 것같다고 말했다. 먹이를 찾아 논에 들어온 멧돼지는 벼 이삭을 훑어먹고 진흙탕 목욕을 한다. 큰 몸뚱이를 바닥에 비비고 뒹구는 것이다. 벼가 남아날 수 없다.

“이 발자국좀 보세요. 이게 말이 돼지지, 몸집은 웬만한 송아지만 합니다.”

벼를 베고 나면 먹이가 없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는 듯 멧돼지는 수확기가 다가오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멧돼지 피해 면적이 날마다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그나마 포수들이 몇 마리 잡아가면 좀 조용해지는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멧돼지 등살에 1년 뼈 빠지게 지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수확철을 맞은 산간지역의 농민이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작물을 마구잡이로 망쳐놓기 때문이다. 떼로 몰려다니는 멧돼지의 경우 농민이 함부로 쫓아 낼 수 없다. 잘못 건드리면 큰 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행정당국이 엽사로 구성된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을 동원해 피해가 심한 지역의 유해동물을 퇴치하는 게 농민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상주와 김천, 안동 등은 이달말에 야생동물피해방지단 운영을 종료한다. 경찰청의 지침 때문이다. 반면, 문경, 울진 등 산간지역이 많은 지자체는 농민의 탄원을 받아들여 이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봉화와 청송군은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을 11월말까지, 문경은 11월20일, 영주는 11월10일까지 운영한다. 울진군은 12월말까지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을 유지할 계획이다. 영덕과 영양군은 순환 수렵장 개장 대상지다.

상주시 관계자는 “멧돼지 피해 농민의 민원이 빗발쳐 상주경찰서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경북지방경찰청의 지침 때문에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농민은 1년 내내 야생동물피해방지단 운영을 호소하는데, 최소한 수확이 끝나는 11월말까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경찰서 무기고에 입고된 사냥총에 대해 영치 해제를 해야 유해동물을 퇴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주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경북경찰청의 지침에 따라 이달말까지 총기 영치해제를 한다. 그러나 타 시·군에서 농민을 위해 연장한 만큼 경북경찰청과 협의해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글·사진=상주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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