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대구MBC 공동기획 ‘대구 신축야구장, 꿈의 프로젝트’ 미국 구장에서 배운다] (하) 신축구장‘가치’와 ‘문화’를 담아라

  •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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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9   |  발행일 2014-10-29 제26면   |  수정 2014-10-29
야구장의 주인은 ‘야구팬’이라는 사실 명심하라
[영남일보-대구MBC 공동기획 ‘대구 신축야구장, 꿈의 프로젝트’ 미국 구장에서 배운다] (하) 신축구장‘가치’와 ‘문화’를 담아라
뉴욕시내에 위치한 MLB 팬 케이브 내부의 모습.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운영 중이며 야구 스타와 팬 간 사인회와 미팅, 야구 관련 체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대구MBC 제공>

지난 25일 대구MBC가 방영한 ‘스포츠 특집 꿈의 구장, 프로젝트’가 국내 야구팬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방송은 2016년 3월 시즌부터 선보일 신축대구구장의 미래상을 담아냈다. 대구시 수성구 연호동 대공원역에 들어설 삼성의 새 홈구장이 야구만을 위한 공간을 넘어 연중 야구팬뿐만 아니라 시·도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종합테마파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축구장이 한국 야구 문화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신축구장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기존 국내 야구장이 답습해온 관행적인 모습을 지양하고 보다 창조적이고 과학적인 야구 마케팅과 팬 친화적 서비스를 개발·도입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그런 측면에서 야구 천국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동안 고객 만족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도입했는지 살펴본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특히 LA 다저스의 다저스타디움과 뉴욕의 상징, 양키스타디움, 메츠의 시티필드 등 3개의 메이저리그 구장은 신축구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들은 야구장이 단순히 소비와 즐기기 위한 곳만이 아니라 야구를 매개로 지역사회가 하나 되고 미국인만의 독특한 야구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결론은 메이저리그의 지향점은 팬 친화적이라는 것과 야구장 운영 정책의 골간이 팬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사례는 신축구장을 넘어 한국 야구장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잘 보여줬다. 바로 우리가 그동안 쉽게 생각했던 ‘야구’와 ‘야구장’의 가치 재발견이다.

올초 개장한 광주시의 ‘광주-KIA챔피언스 필드’ 사례를 보자. 분명 많은 관심과 주목 속에 야구팬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했다. 그동안 그 어떤 야구장에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면서 국내에도 메이저리그급 야구장이 들어선다는 기대감을 KIA 팬들은 물론, 국내 야구팬들에게 무르익게 만들었다. 하지만 개장과 동시에 실상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기대감도 점차 떨어진 게 사실이다. 야구의 가치와 문화를 살릴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야구장 시설 보수에만 60억원 가까운 혈세를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부족함이나 시대에 뒤처지는 모습이 있었지만, 그들은 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움을 팬들에게 선사해왔다. 새로 지은 야구장이 완공에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야구장들은 미묘한 차이의 변화를 매시즌 반복하며 팬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 있다. 단순 시설 측면을 벗어나 야구장 내 공간 활용과 야구의 가치를 담는 노력도 야구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메이저리그는 꾸준하게 펼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MLB 팬 케이브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팬과 선수, 또 야구가 만나는 문화공간이다. 뉴욕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은 말 그대로 야구팬들을 위한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나아가 유명 선수가 이 공간을 직접 방문해 팬들과 스킨십을 한다. 야구를 소재로 다양한 콘서트와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이 밖에 젊은층에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강연이나 전시회도 수시로 개최된다.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과 야구인이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야구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 야구 현실을 보면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야구장 소유주인 각 지자체들이 갑(甲)의 위치에서 군림하려는 관행이 야구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야구장 내 시설을 보강하고 싶어도 지자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팬들의 기호나 편의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구단의 독창적인 마케팅 노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최근 국내 야구장을 가봐도 참신한 아이디어나 팬들을 바탕에 둔 접근을 찾기 어렵다.

새로움의 효과는 단순히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치장한다고 해서 나타나지 않는다. 먼저 팬의 요구와 변화에 귀기울일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볼 수 있다. 신축구장 역시 보다 유연한 운영 전략을 갖고 팬과 지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야구장 내부 설계나 기본적인 운영 방침은 확정됐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런 변화들 사이에서 진정 중요한 건 분명 팬의 목소리다.

이창남 영남일보 기자·석원 대구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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