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뇌 속의 GPS’ 위치-격자세포 시스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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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3 07:50  |  수정 2014-11-06 14:11  |  발행일 2014-11-03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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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위원회는 21세기에 들어서 뇌과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신경계 신호전달체계를 확립한 스웨덴의 아르비드 칼손 교수와 미국의 폴 그린가드와 에릭 캔들 교수에게 수여하였습니다. 2004년 다시 미국의 뇌과학자 리처드 액셀과 린다 벅 교수의 후각수용체와 후각시스템 연구 공로를 인정하고 다시 한번 뇌 과학자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만인 2014년 노벨상 위원회가 뇌 과학 분야 발전을 위해 놓은 신의 한 수는 우리 뇌 속의 바둑판, 바로 위치-격자세포 시스템 발견이었습니다.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미국 태생의 영국인 신경과학자 존 오키프 교수와 노르웨이 출신의 부부 과학자 마이 브리트 모저·에드바르 모저 교수로, 두뇌의 위치정보 시스템을 구성하는 신경 세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선정되었습니다. 이들 연구는 뇌의 위치정보 처리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지 과정을 수행하는데 과연 뇌에서 어떻게 연산처리를 하는지 연구하는데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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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는 오키프 교수가 1960년 후반 실험쥐가 자신의 위치 확인을 할 때 과연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1971년 쥐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특정한 장소를 지날 때면 멈칫거리며 그때 뇌의 특정한 신경세포가 흥분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렇게 특정 장소마다 흥분하는 신경세포가 각기 다른 것을 발견하였고, 이 특정 지역마다 흥분하는 신경세포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조직 특정지역에 몰려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이들 신경세포가 공간지도를 그리는 데 관여할 것이란 가설과 더불어 위치 세포(혹은 장소세포, place cell)라 명명하였습니다.

이후 1996년 오키프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하던 연구원 모저 부부는 모국인 노르웨이의 대학으로 돌아가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하여 2004년과 2005년에 뇌 안의 위치확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신경세포들을 발견합니다. 이 신경세포들은 해마에 인접한 내후각피질 안에 존재하며 이들 신경세포의 활성화는 공간에서 규칙적인 삼각형 격자 구조의 패턴을 이루며 나타남을 발견하였습니다. 모저 교수 부부는 이 신경세포들을 격자 세포라 명명합니다. 격자세포는 오키프교수가 발견한 위치세포와 더불어 우리 뇌에 위치정보를 처리하는 위치-격자세포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뇌 속의 위치-격자세포 시스템은 신경세포가 날줄과 씨줄처럼 규칙적으로 얽혀 만든 우리 뇌 안의 바둑판입니다. 또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비교하자면 우주에 떠 있는 GPS위성이 만들어 놓은 지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위치-격자세포 시스템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가까운 곳에 있는데, 지도 없이 도시 안 수천 곳을 찾아가는 훈련을 받는 영국 런던 택시기사의 해마가 특별히 발달한 것도 이 시스템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위치-격자세포 시스템이 발달한 사람은 남들보다 길 찾기가 쉬울 것이라 예측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 위치-격자세포 시스템이 손상되면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겠죠? 실제 치매환자의 경우 자신의 집을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치매가 위치-격자시스템이 위치한 해마 부위의 손상을 먼저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뇌 속의 위치정보를 처리하는 후속연구와 응용연구가 많이 진행되리라 예상됩니다. 이를 계기로 사람의 뇌처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생각하는 내비게이션이나 무인자동차가 개발되어 저 같은 길치들에게도 전국 어디라도 두려움 없이 다니게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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