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대구에도 여성영화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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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1   |  발행일 2014-11-21 제42면   |  수정 2015-05-19
20141121

2012년 6월27일 경북대학교에서 ‘여성, 영화, 그리고 지역-대구여성영화제의 가능성 찾기’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혜경 집행위원장이 초대돼 영화제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자리에는 당시 대구에서 여성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던 북구여성회 대표와 회원들도 함께 있었다. 이 자리에 불려가 몇 마디 했던 인연으로 영화제 자문위원을 덥석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없이 애정했던 대구평화영화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몇 년째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 대구에도 여성영화제가 있다. 벌써 올해로 3회째다. 특히 올해는 11월6일부터 8일까지의 영화제 기간 대부분의 상영작이 매진 사례를 이어가기도 해 영화제에 대한 대구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지난 5월9일자 칼럼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던 ‘한공주’ 무대인사에서 해외일정으로 바쁜 이수진 감독을 대신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이보다 앞서 경북대학교 백호관 강당에서 영화제가 ‘찾아가는 상영회’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 무대인사를 대학생 관객들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화제 개막식 때도 오지 못한 이미랑 감독을 대신해 무대인사를 진행해 ‘땜방 감독’을 자청한 셈인데, 당시 한달호 PD와 함께 진행을 하면서 폐막작 상영 후 공연을 하기로 한 듀오 ‘도깨비와 꿩박’의 배우 정인기 선배와 박길수 선배에게 우스갯소리로 여성영화젠데 남자 두 명이 모여 개막하고 또 폐막한다며 웃었던 기억도 즐거웠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 ‘영화제 홍수’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나 해당하는 얘기이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의 이해하기 힘든 지원 방식으로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힘들었던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한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이 폐관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릴 때마다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멀티플렉스가 늘어갈수록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는 줄어든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대구 영화 관객들은 더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

물론 이번 영화제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없진 않았지만(‘제주의 영혼들’ 제작자 조약골이 공연할 때 마이크 스탠드가 없어 곤란했던 일이나 폐막식 때 키보드 주자가 멋진 영화음악 연주를 들려줄 때 스크린으로 해당 영화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아 아쉬웠던 점 같은) 그런 세련된 방식보다 좀 투박해 보여도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영화제라 더 눈길이 간다.

지난해에 이어 무상으로 상영관을 내어준 롯데시네마 칠곡점을 비롯해 지역의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보여준 귀한 마음으로 3일간 웃고 울었던 대구여성영화제에 따뜻한 악수를 건넨다. 내년엔 올해보다 빨리 매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서두르시고.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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