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아름다운 언행습관 : 가시돋친 말·욕설·은어 쓰지 않기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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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5 07:55  |  수정 2014-12-15 07:55  |  발행일 2014-12-15 제18면
장난삼아 던진 말이 친구를 더 아프게 해요
20141215
일러스트 최은지 기자

말은 사람의 마음을 비춰 주는 거울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말의 거울을 꺼내 보세요. 그 거울로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비춰 보세요. 맑은 샘물 같은 거울인가요? 흐린 하늘 같은 거울인가요?

오늘은 아름다운 말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몇 해 전, 아름다운 말의 힘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이 텔레비전에 방송된 적이 있습니다. 실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방금 지은 흰 밥을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유리병 두 개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그리고 한쪽 병에는 ‘고맙습니다’라고 적어서 붙여 놓고, 다른 쪽 병에는 ‘짜증 나!’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두 병을 햇빛, 온도, 습도 등 모든 조건이 같은 장소에 며칠 동안 그대로 두었습니다. 틈틈이 사람들은 한쪽 병에는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와 같이 아름다운 말을 들려주었고, 다른 쪽 병에는 ‘미워 죽겠어, 야, 이 바보야’와 같이 거친 말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며칠 후,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랍게도 곱고 아름다운 말을 들었던 병의 밥에는 하얗게 예쁜 곰팡이가 조금만 생기고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운 말을 계속 들었던 밥에는 검고 흉측한 곰팡이가 가득하고 썩은 냄새가 많아 났습니다.


‘흰 밥에 말걸기’ 실험해보니
예쁜 말해주면 예쁜 곰팡이만 생겨
말 거칠어지면 행동도 거칠어져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을 보고 설마 그럴까하는 생각에 비슷한 실험을 많이 해 보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방송과 똑같이 밥으로 실험을 해 보았고, 어떤 사람은 바나나, 양파 등 다른 종류의 음식물로 똑같이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말의 힘이 느껴지나요?

아무 감정도 없는 밥도 이러한데 말 때문에 얻는 위로, 또는 말 때문에 받는 상처는 사람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치겠지요?

외국에서 여러 해 동안 살다가 다시 한국 학교로 전학 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어릴 때까지는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우리말을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아이가 처음 전학을 왔을 때에는 다른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너 영어 잘하니’ ‘영어로 말해 봐’라며 쉬는 시간마다 그 아이 주변에 친구들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지나며 친구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오히려 그 아이는 친구와 잘 사귀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후에 그 아이는 생각했습니다.

‘여기 아이들은 욕을 많이 쓰는구나. 욕을 잘하는 아이가 힘이 있고, 욕을 잘해야 친구가 잘 따라. 나도 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욕을 해야 되겠어.’

그 후로 그 아이는 온갖 욕을 배워 아이들의 대화에 끼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욕을 하면 할수록 정말 친구가 많아지는 겁니다. 그 아이의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결국에는 행동까지도 거칠어지게 되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 욕을 잘해야 힘이 생길까요.

욕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진흙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비오는 날 진흙탕이 되어버린 흙을 만져 본 적 있나요? 진흙을 한 움큼 쥐고 상대방에게 던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진흙이 상대방에게 닿기 전에 이미 자신의 손이 먼저 더럽혀져 있습니다. 물론 그 진흙을 맞은 사람은 매우 불쾌하고 때로는 깊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욕을 하는 순간, 이미 자신의 마음이 먼저 더러워져 있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럽혀가며 욕을 하고 싶으세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지요. 햇살 같이 따뜻한 말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싸 준다면 내가 한 말이 그 사람의 거울에 닿아 부드러운 솜털이 되어서 돌아올 겁니다. 반대로 날카로운 바늘같은 말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내가 한 말이 그 사람의 거울에 닿아 뾰족한 가시가 되어서 돌아올 겁니다.

‘폭력’은 남을 거칠고 사납게 억누르는 힘입니다. 그런데 꼭 남을 때려야만 폭력이 되는 건 아닙니다.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폭력입니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넘어지고 부딪혀서 멍이 들 때가 있죠? 넘어질 때의 아픔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부딪혀서 멍이 들어도 며칠만 지나면 멍 자국은 희미해집니다.

그런데 마음속에 상처가 생기면 좀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에 무시무시한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로 때리는 것이 더 아프다고 하는 겁니다. 마음에 난 상처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당사자에게는 너무 큰 아픔을 남깁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장난삼아 친구를 따라, 상대방보다 강해 보이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렇게 여러분이 욕을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한 번 욕을 하기 시작하면 점점 욕을 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게 됩니다.

여러분, 말의 아름다운 힘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말을 욕이나 은어 등으로 잘못 사용하면 무서운 힘이 생기지만, 말을 잘 쓰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도 생깁니다. 내가 가진 말의 거울이 깨끗해지면 옆 사람의 거울에도 맑은 빛이 전해질 겁니다. 이제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에게 ‘고마워’ ‘사랑해’ ‘너 덕분에 힘이 생겼어’라는 아름다운 말을 전해 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에게도 그 말이 반사되어 그대로 전해올 겁니다.

김대조<대구 화원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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