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유 피해 예방과 대처법

  • 박주희
  • |
  • 입력 2014-12-20 07:53  |  수정 2014-12-20 10:04  |  발행일 2014-12-20 제12면
주유 땐 시동끄고 “경유 차량입니다” 알려야
시동 켜고 혼유하면 엔진 치명타
피해자 57%는 운행중 이상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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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에 사는 30대 소비자 권모씨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중 직원 과실로 경유가 아닌 휘발유가 주입된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다.

주유소 측은 혼유 잘못을 인정하고 차량 수리나 구입비와 대차 지원을 약정했고 합의서까지 써줬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계속 손해배상을 해주지 않았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권씨는 소비자원에 구제 신청을 했는데도 해결이 안 돼 소송까지 불사했다.

소비자 손모씨도 상주의 한 주유소에서 뉴프라이드 차량에 경유 주유를 요청했으나 휘발유가 주입된 사실을 알고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주유소 측은 차량 수리 및 대차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주유소서 ‘혼유 책임 인정’ 고작 28%

경유 승용차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휘발유를 잘못 주유해 차량에 치명적 손상을 초래하는 혼유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혼유 피해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12년 141건에서 2013년 118건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11월 말 현재 125건으로 증가했다. 월 평균으로 따지면 11.4건에 이른다.

2012년부터 올 11월 말까지 접수된 384건의 상담 중 피해 차종이 확인된 271건을 분석한 결과, ‘국산 자동차’ 198건(73.1%), ‘수입 자동차’ 73건(26.9%)으로 나타났다.

국산 자동차(198건) 중에는 ‘뉴프라이드’가 28건(14.1%)으로 혼유 피해가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뉴액센트’ 18건(9.1%), ‘스포티지 및 크루즈’ 각각 14건(7.1%), ‘싼타페’ 13건(6.6%), ‘스타렉스’ 12건(6.1%), ‘쎄라토’ 11건(5.6%) 등의 순이었다.

수입 자동차(73건)의 경우, 골프(폴크스바겐)가 16건(21.9%)으로 가장 많았고, 320d, 520d, x3(BMW) 15건(20.5%), 300c(크라이슬러)와 A3, A6, S4(아우디) 각 11건(15.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혼유 피해자의 절반 이상(222건·57.8%)은 ‘주유 후 운행 중’ 차에 이상을 느껴 뒤늦게 혼유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혼유를 하게 되면 출력저하·소음발생·시동불능·시동꺼짐 등 이상현상이 일어난다. 피해자들은 이런 이상을 느껴 신용카드 매출전표 확인이나 정비업체의 점검 과정에서 기름이 잘못 주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혼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108건(28.1%)밖에 되지 않아 보상받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금 결제를 했거나 차량운행 중 뒤늦게 혼유사실을 알게 된 경우 주유소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혼유 피해는 경유차에서만 발생한다. 이는 자동차 구조적으로 연료 주입구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휘발유 차의 경우 연료주입구 크기가 경유 주유기보다 작아 혼유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지만, 경유차에는 휘발유 주유기가 들어가 혼유 사전 예방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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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 전 시동 끄고 경유차량 알려야

소비자원은 자동차 혼유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운전자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주유 전 반드시 시동을 끄고 주유원에게 경유차량임을 필히 알려야 한다.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혼유될 경우 연료탱크 청소 등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주유 중 시동이 켜져 있거나 주유 후 운행할 경우 연료계통의 부품이 전반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게 소비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주유 당시 시동을 켜두거나 주유원에게 경유 차량임을 별도로 알리지 않은 경우 소비자 과실이 인정돼 100%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금액과 유종을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주유 이후 갑자기 시동불량·출력부족 등의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운행을 중지하고 주유소에 먼저 사실을 알린 뒤 정비업체로 견인해 혼유사고 여부를 확인할 것도 당부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국주유소협회와 혼유 사고 예방을 위해 주유원을 교육하고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주유소에 혼유사고 예방 현수막을 부착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며 “경유차 구입이 증가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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