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겨울 배스를 찾아서…전남 고흥 해창만수로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1-02   |  발행일 2015-01-02 제39면   |  수정 2015-01-02
맑은 물색을 경계하던 배스 날 어두워지자…노련한 꾼도 예상 못한 반전
20150102
부쩍 쌀쌀해진 해창만수로. 수온이 떨어지면서 물이 맑아졌다.
20150102
오전의 화두는 브레이크 라인. 우선 깊은 수심부터 찾아다녔다.
20150102
“이제부터 쇼타임이다!” 마지막 1시간 동안 하드베이트 속공으로 낚은 배스가 아침부터 오후까지 7시간 동안 낚은 배스보다 훨씬 많았다.

20150102
저녁의 대반전. 맑은 물색에 경계심을 품었던 배스들이 저녁이 되자 엄청난 활성을 보였다.

20150102
잉어와 40여분을 실랑이한 끝에 항복 선언을 받아낸 임씨. 이런 해프닝은 초겨울부터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캐스팅하는 족족 크랭크베이트 때려


남녘 필드의 마스터피스, 전남 고흥 해창만수로의 진가가 드러나는 겨울철이 왔다. 지난 12월 중순 영규산업 필드스태프 임동현씨와 함께 찾아간 해창만수로는 이미 초겨울 손맛을 보려는 배서들로 문전성시. 단순히 ‘남쪽이라서 좀 더 따뜻하니까 고기를 낚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고흥반도 끝자락에 있는 이 드넓은 필드를 찾는 이유로 충분치 않다. 먼 거리를 감수하고 이곳을 찾는 진짜 이유는 이날 저녁에 확인할 수 있었다.

◆ 불길한 맑은 물색

이날 포인트 안내는 해창만 배스캠프 박형백 대표와 영규산업 필드스태프 박선민씨가 맡았다. 원래 계획은 해돋이에 맞춰 일찌감치 탐색을 시작하려는 것이었지만 박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 기다렸다 나가 보죠. 지금은 아침 활성도가 너무 낮거든요.”

박씨의 의견을 받아들인 임동현씨와 나는 조금 여유를 갖고 오전 8시쯤 선착장을 출발했다. 그런데 물색을 살펴보던 박선민씨와 임씨의 표정이 약간 굳는다.

“어~? 이거 바닥이 훤히 보이잖아. 물이 너무 맑은데요.”

밑을 살펴보니 물색이 마치 계곡물 같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오늘 좀 힘든 게임이 되겠는데….’

오전의 화두는 브레이크 라인이었다. 바닥이 급경사로 꺾이는 곳만을 골라 집중 공략하는 것. 프리리그로 기념탑 앞 돌밭을 샅샅이 뒤져 간간이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배스캠프로 돌아가니 도보낚시에서 5짜 배스가 낚였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채비는 다운샷. 한 곳에서 집중 입질을 했단다. 보아하니 겨울의 전형적인 ‘스쿨링(배스 무리가 한 곳에 모여 웅크려 있는 형태)’ 패턴이 된 듯.

◆ 저녁 갈대밭의 반전

오후에는 중류로 조금씩 내려가 본다.

포인트를 잡으면 닻을 내려 꼼꼼하게 탐색했다. 스쿨링 된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임동현씨는 다운샷 채비로 교체했다. 나도 1인치 크기의 아주 작은 와이드갭 훅으로 교체했다. 입질이 너무 짧아서 툭 건드리는 느낌이 오면 무조건 챔질했다. 역시 배스들은 하나같이 입 안 피부에 살짝 바늘이 걸린 채 아슬아슬하게 훅 세트 되어 낚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자주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자꾸 채비가 빠진다. 채비가 착수하자마자 바로 입질이 들어오기도 했다. 얼마 후의 반전을 생각하면 이때부터 하드베이트를 썼어야 했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수심 얕은 해창만수로의 수온이 올라갔고, 활성도가 오른 배스는 갈대밭 가장자리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일몰 무렵 마침내 낌새를 알아챈 임씨가 크랭크베이트를 꺼내든다. 아니나 다를까 4짜급 배스가 연속 히트된다. 여기에 맑은 물색으로 경계심을 품었던 배스가 날이 어두워지자 확 떠올라 캐스팅하는 족족 크랭크베이트와 미노우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 진작 크랭크베이트를 썼어야 했는데~!”

임씨는 연속되는 입질에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 줄기 아쉬움을 토했다. 아침 무렵의 저조한 활성도와 맑은 물색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우리의 대응이 약간 늦었던 거다. 노련한 꾼들도 예상치 못할 만큼 해창만수로의 반전은 놀라웠다. 초겨울에 이렇게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필드는 별로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해창만수로의 매력이 아닐까.

 

점심시간 짬낚시에 미터급 잉어…40분 싸움 후 랜딩 성공

점심식사 후 오후 낚시를 준비하며 쉬고 있을 때였다. 일찌감치 밖으로 나간 임동현씨가 웬일인지 30분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곧 임씨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보트 선착장 위에서 그가 낚싯대를 든 채 힘겨운 표정으로 버티고 있었다.

“잉어에요, 잉어. 30분째 이러고 있어요. 잠시 짬낚시를 했는데 잉어가…. 어휴, 뭐가 이렇게 커!”

이리 째고, 저리 째고, 감아 들이면 또 그만큼 드랙이 풀린다. 설상가상으로 임동현씨는 라이트액션 로드에 2천번 스피닝 릴, 원줄은 불과 5파운드짜리를 쓰고 있었다. 수면에 비친 녀석을 보니 씨알이 보통이 아니다. 족히 1m는 돼 보였다. 거기에 지그헤드 훅이 꼬리에 걸려 제압도 되지 않았다. 장시간의 파이팅에 오기가 생긴 임씨. 원줄을 끊는 대신 10분을 더 버틴 끝에 잉어를 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근처에서 도보낚시를 즐기던 꾼들이 그 크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임씨는 이런 일을 종종 겪어봤다고 한다. 겨울 배스낚시를 하다 보면 이런 곤란한 상황에 빠질 때가 있단다.

“여름까지는 잉어들이 루어를 보면 피해 다녀요. 그런데 날씨가 좀 추워지면 잉어가 오히려 덤비기 시작합니다. 꼬리지느러미로 툭툭 치면서 노는 거죠. 그러다 걸리면 이렇게 고생하는 거고.”

만만한 장난감인 줄 알고 호기심에 덤볐다가 선착장에 길게 드러눕는 신세가 된 잉어는 사진에 찍힌 후 다시 물속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무심하게 물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잉어와 40여분을 실랑이한 끝에 항복 선언을 받아낸 임씨. 이런 해프닝은 초겨울부터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월간낚시21 기자·블로그 penandpower.blog.me
▨취재협조: 해창만 배스캠프 010-4615-5426, cafe.naver.com/podoo79


구멍찌 채비, 중층 배스 공략 효과적
비거리 우수…밑걸림·저활성의 대안


 

20150102
갯바위낚시용 구멍찌를 응용한 채비. 저활성에 맞춘 가벼운 채비를 멀리 던질 수 있다.

해창만수로에서 임씨는 나에게 한 가지 채비법을 알려 줬다. 그것은 갯바위 낚시용 구멍찌를 사용한 채비. 밑걸림 걱정이 없고 비거리가 우수하며 저활성 상태로 중층에 머무는 배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활성 상태의 배스라면 다운샷을 쓰거나 와키리그 같은 경량 채비로 예민한 낚시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다운샷은 밑걸림 염려가 있고 경량 채비는 바람에 매우 취약하며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구멍찌를 달아 해결한 채비다.

사실 물에 뜨는 소품을 이용해 밑걸림을 극복하려는 배서들의 시도는 드물지 않다. 마커채비도 그중 하나다. 임씨는 우레탄 소재의 마커 대신 원투 할 수 있는 구멍찌를 사용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구멍찌를 사용할 경우 가벼운 채비를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게 매력.

단 이 채비는 주력 채비로 쓰기보다는 저활성 서스펜딩 상황을 대비한 대안으로 적합하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입질이 짧거나 수온역전 현상이 일어났을 때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채비가 수중에 붕 떠서 움직이므로 바닥을 찍어 탐색하는 데 익숙한 꾼들에게 상당한 위화감을 줄 수 있다.

구멍찌는 본래 조류에 채비를 흘리기 위한 용품이니만큼 이 채비는 저수지나 호수보다는 강에서 운용하는 게 더 낫다. 흐르는 물에 채비를 태워 원줄이 풀려나가는 속도 변화를 보고 입질을 감지한다. 가끔씩 감성돔처럼 찌를 쭈욱 끌고 들어가는 입질도 볼 수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