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놀이터, 이젠 못 놀아요?

  • 이연정,이현덕
  • |
  • 입력 2015-01-28 07:09  |  수정 2015-01-28 10:37  |  발행일 2015-01-28 제1면
20150128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시행된 27일, 설치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대구·경북지역 어린이놀이터 수십 곳이 잠정폐쇄됐다. 이날 대구시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린이가 출입이 통제된 놀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어린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
대구 미검사 놀이터 28곳 폐쇄
“인적 끊기면 불량학생 몰릴 것”
주민들 ‘우범지대 전락’ 우려

대구지역 어린이 놀이시설(놀이터) 수십여 곳이 사실상 폐쇄된다. 설치검사 유예기간 내 검사를 이행하지 못한 시설 상당수가 앞으로도 검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폐쇄되는 놀이터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방안이 나오지 않아, 우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에 있는 어린이놀이터 2천291곳 중 설치검사를 이행하지 않은 28곳에 대해 ‘이용금지’ 조치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지역별로는 북구가 25곳으로 가장 많았고 수성구 2곳, 동구 1곳 순이었다. 이들 시설은 오는 30일까지 전수조사를 진행한 뒤 최종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모든 어린이 놀이터는 국민안전처장관이 고시하는 시설·기술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됐는지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며,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놀이터는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는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개·보수가 가능한 시설에 대해선 설치검사 이행을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용금지 조치를 당한 시설 상당수는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대다수가 10년 이상 노후된 곳으로, 개·보수를 포기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중구 동인동의 T아파트는 지난 23일 설치검사를 포기하고 어린이놀이터를 없애기로 했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아이가 거의 없어 개·보수를 위한 비용은 낭비라고 판단해서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어서 놀이터를 없애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전관리법에 떠밀려 폐쇄된 놀이터가 오히려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어린이놀이터 이용금지 조치를 받은 북구 D아파트 주민 이모씨(66)는 “시설이 폐쇄되면 인적이 끊기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랄 게 뻔하다”며 “불량 학생들이 놀이터를 찾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폐쇄되는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없지만, 당분간 해당 시설이 있는 주택단지 등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2일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과 관련해 어린이놀이터 전수조사를 실시, 안전 기준 미달 24곳과 노후한 놀이터 5곳을 철거하고 ‘창의적 어린이놀이터’로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현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