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는다] 낮에 조는 아이, 어떻게 할까

  • 임호
  • |
  • 입력 2015-04-14 08:00  |  수정 2015-04-14 08:01  |  발행일 2015-04-14 제21면
밤에 푹 잤는데도 수업시간에 꾸벅꾸벅한다면…
늦게 자고 늦게 깨는 올빼미형
20150414
■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문혜진 교수

따듯한 봄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난 후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리면 춘곤증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두 번이 아니고, 매 시간 그렇게 졸리면 어떡할까. 이럴 때 부모라면 당연히 걱정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수업에 더 집중하라고 꾸중하기만 해서는 해결될 일이 아닐 수 있다. 과다졸음을 야기할 수 있는 몇 가지 상황과 해결책을 알아보자.

각성 유지 물질 부족한 기면병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잠들기도
약물치료 중요…생활습관 교정

늦게 자고 늦게 깨는 올빼미형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 가능성
光치료로 생체시계 다시 맞춰야


20150414

만성수면부족과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

몇 년 전 대구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총 수면시간을 조사한 한 연구가 있었다. 10세 어린이의 경우 총 수면시간이 스위스 9.9시간, 미국 9.44시간, 사우디아라비아 9.2시간, 홍콩 8.72시간 등이었으나 한국은 8.52시간으로,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짧았다. 이는 맞벌이, 아동에 대한 관리 부족, 학원 등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자들은 하루 평균 1.5개의 학원 또는 개인과외 수업을 받고 있었다. 만성수면부족은 당연히 주간 과다졸음을 유발하고, 집중력과 학습능력 저하, 피로감 및 비만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아이가 버거워하는데도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시키느라 너무 늦게 재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만일 아이가 과다졸음을 호소하고 이 때문에 학교나 학원의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한 개 정도의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빼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학원 수업 때문에 못 자는 것이 아니에요.” 부모님과 상담하다 보면 이런 케이스들이 종종 있다. 과감히 마지막 학원수업이나 개인과외를 빼고 일찍 잠자리에 들게 했지만 아이의 실제 수면시간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방에 들어갔지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늦게 잠이 든다. 억지로 불을 끄고 누워있게 해보지만 “잠이 오지 않아요”하며 뒤척거리기만 한다.

늦게 잠이 드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어려워 지각하기 일쑤이고, 밤잠이 부족하니 낮에는 당연히 졸기만 한다. 저녁 학원수업 마치고 집에 오면 가장 말똥말똥하다.

이런 경우는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즉 우리 아이의 생체리듬이 늦게 자고 늦게 깨는 것이 익숙한 올빼미형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학교 시간표는 올빼미형 아이들에게 불리하다.

종달새형이든 올빼미형이든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 일찍부터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수면센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광치료는 일주기 중 특정 시간대에 밝은 빛을 쏘여 생체시계의 주기를 앞당기거나 늘릴 수 있는 치료방법이다.

20150414
자녀가 학교수업이나 학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면 무조건 야단을 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산병원 수면센터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하는 모습. <동산병원 제공>

◆기면병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이에 비해 기면병은 낮시간의 과도한 졸림을 일으키는 중추성 질환으로 뇌의 시상하부에서 정상적인 각성을 유지시켜주는 물질인 히포크레틴(hypocretin)의 분비가 결여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잠이 너무 쏟아지는 경우에 이를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충분한 잠을 잤는데도 수업시간 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갑자기 잠이 들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렵다.

일부의 경우 재미있는 농담을 하며 웃거나, 슬픈 감정이 들 때, 긴장될 때 갑작스럽게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넘어지는 탈력발작(cataplexy)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자주 가위에 눌린다든지, 잠 들 때와 잠에서 깰 때 환각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밤시간에 충분히 자는데도 낮에 과도하게 많이 조는 아이의 경우 기면병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면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야간 수면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및 바로 다음날 연이어 시행하는 반복적 수면 잠복기 검사(multiple sleep latency test)가 필수적이다.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이며, 기면병 환자를 위한 수면위생 및 생활습관 교정 치료도 도움이 된다.

소아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주간졸음을 거의 동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청소년기에는 성인과 유사하게 과도한 주간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또래에 비해 덩치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밤동안 코골이가 심하고 간혹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심하고 수면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보다 어린 연령대의 경우에는 비만이 없더라도 편도선과 아데노이드 조직이 비대해져 수면무호흡이 있는 경우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다원검사로 진단하며, 수면 중 기도가 심하게 좁아지면서 저호흡·무호흡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하고 혈중산소포화도가 감소되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비만 관리, 지속적 기도 양압술, 구강 내 기구 및 이비인후과적 수술 등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다.

과도하게 졸음을 호소하는 자녀가 있다면 다그치지만 말고, 수면센터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고 교정해주는 것을 추천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