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나바로 OFF’

  •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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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1   |  발행일 2015-04-21 제26면   |  수정 2015-04-21
“한국야구 훈련관행 이해 안가, 휴식일 소중…스트레스 풀어야”
동료들 훈련권유 아랑곳 않고 우천취소 결정에 경기장 나와
비오면 ‘나바로 OFF’

“휴식은 당연한 권리다.”

삼성의 효자 용병 ‘야마이코 나바로’가 내세운 선수 생활 원칙이다.

나바로는 19일 대구 kt전이 우천 취소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예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힙합 청바지에 흰색 계통의 후드셔츠를 걸친 나바로는 영락없는 20대 청년 모습 그대로였다. 나바로는 더그아웃을 서성이며 KBO 심판관이 경기 취소 결정을 내려줄 것을 간절히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동료들은 비를 맞아가며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하는데 왜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바로는 “나는 구단과 계약한 대로만 훈련과 경기 출전을 한다. 계속해서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바로가 더그아웃에서 계속 버티자 최형우와 이지영 등 동료들이 나서 타격 연습을 해보라고 재촉했다. 그럼에도 나바로는 훈련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잠시 뒤 김정수 삼성 육성파트장이 심판관으로부터 우천 취소 통보 소식을 전해오자 나바로는 뛸 듯이 기뻐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144경기로 운영되는 올 시즌 특성상 매주 월요일은 모든 프로야구 선수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휴식일이다. 하지만 리그 전력이 평준화된 올 시즌 삼성을 비롯해 각 구단은 우천 취소가 된 이후나 심지어 휴식일에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우천 취소가 결정되면 선수 누구나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발적으로 훈련에 빠질 수 있다. 나바로는 “한국 야구를 이해하고 적응을 했지만 가끔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휴식일이 가장 소중하다. 평소 못 잤던 잠도 자고 음악도 들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귀띔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2년차를 맞는 나바로다. 그는 지난해까지 주전 2루수와 리드오프로 맹활약하며 팀의 통합4연패를 이끌었다. 뛰어난 선구안과 4번 타자 같은 1번 타자로서 막강 장타력을 뽐내며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았다. 그런 나바로에게 아직까지 한국 야구의 훈련 관행과 분위기는 낯설기만 하다.

나바로는 “삼성이 다른 구단과 비교해 훈련 강도가 결코 약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나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훈련에 쏟아붓고 싶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프런트 직원과 동료들이 잘 배려해줘 한국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며 “조만간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가족을 대구로 초청해 좋은 시간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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