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9] 대구 본리리∼본리임도∼반송리∼김흥임도∼비슬산 자락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5-01   |  발행일 2015-05-01 제40면   |  수정 2015-05-01
김흥임도, 들꽃 만발하고 산딸기나무 무성…소나무·낙엽송 군락은 산림욕 제격
20150501
김흥임도 입구에서 바라본 김흥리 전원마을. 계단식 논과 어우러져 그림 같다.

이 길을 선택한 것은 오직 함께 피어 더 아름다운 비슬산 참꽃을 보고 해질녘에 대견사지 3층석탑에서 노을을 보기 위함이었다. 자전거로 비슬산 대견사로 가는 최고의 코스는 대구수목원-본리마을-본리지-본리임도-기내미재-옥포로-반송리-김흥리-김흥임도로 해서 비슬산 자락 유가사에 이르는 본리-김흥임도길. 달서구와 달성군 쪽 산악자전거의 명품 MTB로드. 역시 이 길은 산불예방, 목재생산, 숲가꾸기 등 산림경영 목적으로 산지에 개설된 도로인데, 지자체의 둘레길 개발사업이 가미되어 등산객과 자전거가 다니면서 다목적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요일 대구지하철 1호선에 자전거를 싣고 대곡역으로 점프해서, 대구 건설 역사 중 당대 최고 백미로 평가하고 싶은 대구수목원으로 향했다. 쓰레기장을 매립해 수목원으로 바꾼 롤모델. 내 눈에 대구수목원은 대구수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생태환경 학습장 겸 전시장으로 깊어지기를 바라는 아쉬움은 있으나, 대구의 자부심 랜드마크 1호다. 그런 생태환경 공간 수목원에서 버럭 “자전거 통행 금지”를 선언했다. 무사제일 관공서가 자전거 애국자를 예우하는 익숙한 방식이다. 다니지 말아야 할 곳을 침범한 몰상식 시민 도둑놈 심보로 보행자 눈치를 보며 후문 3번 출입구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20150501
반송리에서 스치고 지나며 담은 농촌. 농부가 논에서 일을 하고 있다.
20150501
달서구·달성군 MTB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본리임도. 아직은 덜 알려져서 한적하다.
20150501
김흥임도의 시작 지점.
20150501
비슬산휴양림 입구에 있는 대웅전이 아름다운 소재사.

대구서 비슬산 대견사로 가는
최고 자전거 라이딩 코스 각광

초행자는 찾기 힘든 본리임도
6∼7㎞ 거리 1시간 남짓 걸려

김흥임도는 마을 끝에서 시작
1시간30분 정도 소요
비온 뒤에라면
계곡 물소리 들으며 업힐 가능

울타리를 벗어나 ‘끌바’로 야산길을 오르니 마비정과 남평문씨 세거지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왔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어 안심이 들었다.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엔 남평문씨 세거지와 마비정 벽화마을이 도심 인근 달성 문화관광의 투톱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마을 지날 땐 항상 대구시와 달성군이 방치하고 있는 인흥서원이 눈에 밟힌다. 형체를 가졌다고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땅의 상당수 고택이나 서원, 항교들은 정신의 가치만 강조될 뿐, 실상은 박제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자전거에 앉으면 별의별 것이 다 보인다. 그래서 자전거는 탱크보다 스마트한 싱크탱크다.

초행길에 길에서 헤매 보지 않고는 번지수를 찾아가기 어려운 본리임도. 자전거를 위한 안내판은 전무하다. 장거족에게는 등산객을 위해 새기고 박아놓은 안내도를 보고 자전거 버전으로 번역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본리임도 마비정으로 가는 본리2교를 넘으면 ‘작가와 커피’라는 간판을 단 카페가 나온다. 카페 지나자마자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가 본리1리 마을회관 - 본리1리 4반5반 전용 쓰레기 수거함 통을 보고 우회전해서 산불조심 깃발 날리는 본리지(못)로 향해 업힐해서 가면 본리임도 시작지점에 도착한 것이니 잠시 쉬어가셔도 되겠다. 본리지 앞에 어지럽게 4열 횡대로 서 있는 수영금지, 사망사고 발생 구역, 낚시안전 간판을 우리는 본리임도 안내판으로 읽어야 된다. 본리지에서 본리임도 끝나는 지점인 기내미재 주차장까지 거리는 약 6~7㎞로 1시간 남짓 걸렸다.

본리임도 라이딩 구간은 달서구와 달성군에 사는 라이더들이 즐겨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수목원 주변의 MTB코스를 기반으로 자전거문화 활성화를 위한 자전거동호회 수목MTB(http://cafe.naver.com/dgbikeclinic) 클럽에서는 본리임도, 마비정, 용문사 코스를 ‘수목3종 코스’로 운영하고 있다. 수목3종 코스를 무정차 주행한 당신은 초보 딱지를 뗀 걸로 인증된단다. 못을 지나게 되면 바로 업힐이 시작되고, 전진 방향은 뜨문뜨문 나타나는 녹색길, 비슬산둘레길 안내판을 이정표 삼아 사람 다니지 않는 호젓한 산길을 휘젓고 다녀도 좋다. 굽이굽이 계속 업힐을 하다 보면 잠시 잠깐 자전거 위에서 놀며 쉴 수 있는 평지를 만난다. 길섶 밖 야산에 뿌리를 내리고 세를 형성한 소나무 군락은 삼림욕 효과를 뿜어내는 수풀이었다. 6월이 되면 임도 곳곳은 산딸기 군락지가 된단다. 먹음직스럽기까지 한 길이다.

안내 표지판이 손짓하는 기내미재와 반송명곡도로 방향을 따라가면 정상 같지 않은 위치에 숲이 뻥 뚫리면서 주차장이 나오는데 기내미재란다.

주마간산, 스치듯 지나가며 찰나에 포착해야 하는 포토바이킹. 깊게 들여다볼 풍경은 많지 않다. 본리임도를 탔다는 성취감과 갈증이 동시에 밀려와 기내미재 주차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내미재는 명곡에서 용연사 넘어가는 산길도로인 명곡로 정상 부근에 있다.

본리임도를 찍는 데 성공했지만, 김흥임도를 잘 찾을까 싶어 다시 불안해졌다. 기내미재 주차장 칠송정 산까치 포장마차에서 육교를 건너 옥포 방향으로 다운힐하면 잠시 명곡로를 타게 된다. 달서구가 멀어지는 경계 너머 달성군의 참꽃단장은 화사했다. 내리막길의 MTB자전거는 차량속도에 버금간다. 속도감 죽여준다. 차들이 쫄 수 있는 속도가 나왔다. 잠깐만, 그 스피드 오래가지 않으니 위험해 보이게 질주하는 자전거가 불안하면 차들이 속도를 줄여주고 양해해주는 게 폭주자전거의 출현을 막는 지혜란 게 포토바이커의 생각. 신라왕국 잉어찜 지나 용연사길 이정표 나오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반송리, 반송진료보건소, 반송식육식당, 반송반점…. 노상엔 온갖 반송이 진열되어 있다. 반송리에서 김흥임도로 가는 길에서는 비슬농장식당이 키워드다. 반송초등학교 삼거리 기세곡천 앞에서 좌회전하여 옥포로 남로를 타고 반송3교, 반송2교를 순서대로 건너 쭉 올라가면 비슬농장식당으로 간다. 초행길에 이 길이 맞나 알쏭달쏭할 때 미륵사 표지판을 만나면 안심해도 괜찮다. 잘 찾아왔도다!

옥포면 김흥리는 비슬산둘레길의 출발점에 있는 산촌마을. 화원 명곡과 달성 논공공단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있어 공장이 많이 들어서 있었고, 영업중단하고 매물로 내놓은 공장도 보였다. 산업화의 흐름을 타고 농지에서 공장으로 활용되다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재녹색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비슬농장식당은 비슬산도 식후경이라는 듯 김흥임도 입구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고, O2글램핑이라는 캠핑장은 김흥마을의 비전북 같았다.

마을길이 끝나고 산길이 시작되는 길 밖 풀밭 위에 김흥임도(4.3㎞)를 알리는 팻말을 발견하니 고생 끝이라는 안도감이 찾아들었다. 덜 알려져서 한적한 김흥임도는 들꽃이 만발하고 산딸기 나무도 많다. 이 길의 터주로 자리매김한 소나무 군락과 낙엽송 군락은 삼림욕 라이딩 코스로의 발전을 담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흥임도는 비슬산 등산 연결선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재단장했지만, 라이딩 소감은 명품 자전거길로 최적화될 것이라는 만족감을 주었다.

길은 계속 오르막과 평지길을 왔다리 갔다리 했다. 오후 3시45분에 시작한 김흥임도 라이딩은 휴식 시간을 포함해 5시에 끝이 났다. 1시간30분 정도 업다운을 하니 옥포면 유가면 양리의 유가사주차장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돌아서 올라온 길, 해발 700m 초곡산성 쉼터에서 내려다본 김흥마을은 아찔했다. 직선거리를 빙빙 둘러왔다는 게 한눈에 포착됐다.

김흥임도 마니아 박연상씨는 “김흥임도는 비슬산과 바로 연결되는 길이다 보니 가는 내내 푸르름을 맛볼 수 있고, 비가 온 뒤라면 산줄기 및 작은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업힐을 즐길 수 있다. 업힐 중간 지점에는 작은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계곡물이 정말 시원하게 느껴진다“며 추천했다.

비슬산자연휴양림을 통과하여 대견사지로 올라가 해지는 낙동강을 바라보고 싶은 나의 계획은 반딧불전기차 승차권 발매소 앞에서 제지당했다. 차량은 괜찮고 “자전거통행금지”. 차들은 쌩쌩 달리는데, 자전거를 애완견과 동일하게 취급하니 불심은 도망가고 꿍심이 돋아났다. 라이딩 찬물을 끼얹는 일방적 조치에 열이 나서 자전거 타지 않고 끌고 가겠다고 말하고 약수터가 있는 소재사로 향했다.

목 마른 포토바이커의 목젖을 축이는 소재사 약수터는 갠지스강의 바라나시였다. 그 물은 생명수였다. 산길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흙때 묻은 자전거를 내 몸인 양 씻고 저녁예불이 시작되자 풍류만다라의 ‘가나안’(교회 안 나가지만 믿음은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 성도인지라 먼저 주기도문, 성모송, 영광송을 바치고는 대웅전 밖에서 잔돌 위에 무릎 꿇고 부처님께 삼배했다. 비슬산 대견사지에서 해지는 낙동강을 조망하는 우리들의 성불라이딩은 언제쯤 밝아올까?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