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코리안 디저트 카페 ‘무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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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5   |  발행일 2015-05-15 제41면   |  수정 2015-05-15
카페에서 비빔밥·쌈밥을 판다고?…‘무아’는 발상의 전환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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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현대를 절충한 코리안 디저트 카페 ‘무아’의 건물 외부와 내부.

3년 전부터 대구에 ‘디저트 카페 붐’이 일었다. ‘투썸플레이스’를 필두로 한국 빙수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설빙’, 커피 한 잔만 주문하면 빵은 무한 리필되는 ‘베이커리커피숍’, 남구 대명9동 와플 전문점 ‘빈스빈스’, 화가 이동원씨가 꾸려가는 방천시장 내 마카롱 카페, 방천시장 내 도시락카페인 ‘플로체’, 중구 북성로 믹스카페 등이 그런 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요즘 웬만한 커피숍은 빵집 같고, 빵집은 커피숍 같다. 경쟁이 치열하자 한 층은 공연, 전시, 영화상영, 아트숍 등의 공간으로 갖춘 복합문화공간 같은 카페·커피숍도 특수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구 종로2가에 신개념 코리안 디저트 카페가 도전장을 냈다. 바로 ‘무아’(無我·대표 윤금식)다. 무아는 불교적으로는 ‘내가 없다’는 뜻인데 카페적 의미는 ‘내려놓다. 휴식을 취하다’.


건축은 전통의 옷 입은 현대 지향
2, 3층이 공중에 떠있는 듯
특이한 내부 구조 시선끌어
매일 오후 가야금·인디밴드 공연


이 업소는 신개념 건축인테리어와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퓨전 메뉴라인과 함께 매일 밤 가야금 연주와 인디밴드 공연까지 선보여 20~70대로부터 고루 사랑을 받는다. 종로 경미반점 자리에 들어선 무아는 기존 디저트 카페가 제빵제과와 음료에 국한된 걸 혁파했다. 건축 전문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건물 스타일부터 예사롭지 않다. 메뉴도 유행하는 메뉴를 맹목적으로 벤치마킹하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실력파 셰프와 학술세미나 하듯 논의하고 토론한 끝에 58개 메뉴를 구축했다. 무아의 사업 아이템은 상당히 실험·모험적이었다. 최근 무아를 찾은 60여 명의 전국 지자체장, 촬영차 대구를 방문한 수십 명의 대만 탤런트, 외국 여행객 등이 무아만의 매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 퓨전 한식 디저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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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임에도 비빔밥과 쌈밥을 판다. 위로부터 달래간장비빔밥·촉촉쌈밥·메밀소바·호호팬케이크.

뭘 팔지? 거의 5년간 고민했다. 우리 음식을 어떻게 카페식 메뉴에 접목시킬 것인가? 모범사례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청사진을 새로 그려야만 했다. 한식당 같은 한식 디저트 카페? ‘디저트’란 개념부터 막연했다.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 메뉴도 롱런하려면 필요했다. 고심한 끝에 탄생한 게 바로 ‘달래간장비빔밥’.

“다들 카페에서는 비빔밥은 절대 안된다고 우겼다. 반대하는 사람에게 발상의 전환, 고정관념을 탈피하라고 했다.”

식기도 평범한 건 외면했다. 1인용 나무 소반을 마련했다. 놋뚜껑이 달린 놋그릇에 비빔밥을 담았다. 중후한 기품이다. 밥과 고명, 그리고 딱 맞는 양의 달래양념장도 개발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상태의 간을 찾았다. 공장 고추장 대신 집에서 만든 수제 고추장을 종지에 담았다. 한 점 떠 먹어봤다. 반가의 고추장 맛이다. 간장과 최소의 고추장만으로 간을 맞춘다. 삶은 무채와 생무채, 표고버섯과 황백지단, 새싹 등을 고명으로 올렸다. 한 그릇에 8천원? 과연 수익이 날까 싶다.

무아의 퓨전 쌈밥은 시행착오의 산물. 17년 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서 ‘마을에’란 민속레스토랑도 겸영하고 있는 윤 대표는 초창기 새로운 쌈밥을 개발하고 싶어 주방장에게 적잖은 돈을 주며 듣도 보도 못한 쌈밥 두 종류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당시 쌈밥은 주인에겐 최고였지만 손님에겐 ‘최하’였다.

쌈밥 실패의 교훈을 되살려 무아버전 쌈밥 두 종류를 재현시켰다. ‘촉촉쌈밥’과 ‘아삭쌈밥’. 촉촉쌈밥에는 상추, 케일, 적근대, 김치, 깻잎 등이 동원된다. 밥에는 해바라기씨·호박씨·호두·아몬드·잣·땅콩을 비롯해 깨소금과 참기름이 섞이고 쌈 위에는 명란젓갈이 고명으로 올려진다. 아삭쌈밥은 상추·깻잎쌈 비슷한 버전이다. 또한 새로운 죽도 개발했다. 팥죽에 동치미를 매칭시키듯 단호박죽에 숙성된 과일 맛이 가미된 백김치를 결부시킨 ‘백김치단호박죽’. 신개념 떡볶이인 ‘복주머니궁중떡볶이’도 짜냈다.

퓨전 떡 개발에 나선다. 외식 컨설턴트를 만나 3개월간 수십 차례 시식하면서 신메뉴 떡 30여 가지를 만들었다. 20가지 이상 사라진다. 이 과정에 떡국까지 디저트화 해보기도 한다.

성공작은 단연 ‘첫사랑설기단지’. 스토리가 참 흥미롭다. 뜨겁게 한 돌솥 맨 밑에 설기를 담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견과류와 캐러멜과 초콜롯이 가미된 소스를 넣고 바글바글 끓이면 된다. ‘사랑은 뜨겁다.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의 만남, 옛날 떡과 현대판 아이스크림의 만남, 그게 사랑’이란 메시지를 갖고 있다.

기타 디저트 떡 이름도 재밌다. 절편고로케, 사르르설기, 절편구이와 콩스크림(잘 구워낸 절편과 콩고물을 뿌린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의 조화), 수수꽃떡샐러드(수수떡을 얹은 샐러드), 호호팬케이크 등이다. 사르르설기는 설기 위에 오렌지·베리베리·초코오레오를 토핑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인기 디저트 티라미수에 백설기를 결부한 ‘백설기 티라미수’도 눈길. 호호팬케이크는 기존 미국식 팬케이크와는 사뭇 다르다. ‘무아식 새싹호떡’ 같은데 생크림과 바나나, 아이스크림 등이 매칭된다.

라테와 스무디 등에 들어가는 고구마, 단호박, 미숫가루, 흑임자 가루도 상당수 인스터트지만 여긴 수제다. 떡류도 직접 만든다.

해독전문가와 음료 전문가를 불러 15가지 과일을 갖고 7종류(써니그린, 리프레시그린, 스위트레드, 페어진저, 그린라이트, 헬씨오렌지, 옐로포션)의 ‘디톡스주스’를 개발했다. 써니그린은 밀싹, 오렌지, 파인애플, 사과, 레몬, 스위트레드는 비트, 청포도, 파인애플, 레몬의 합작품. 여름을 겨냥해 직접 단호박을 삶아서 만든 단호박빙수도 인기다. 고구마라테도 인스턴트 고구마 가루 대신 수제 고구마를 사용한다.

◆ 누비옷 같은 건물 이야기

한국 전통문화를 도심 속에서 만끽할 수는 없을까? 무아가 탄생한 이유다. 서구의 카페에 한국의 전통 콘텐츠를 넣고 싶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건축에 간여했던 베스트 건축가를 모두 만났다. 우리 것을 갖고 기존 카페문화와 접목될 수 있는 건물은 없을까? 1년간 한국사를 집중 연구했다. 대구의 근대골목투어와 연계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고 하면 장소가 중요한데 경미반점 자리가 적격이었다. 마침 매물로 나와 있었다. 30분 만에 계약했다. 서울 가천대 건축디자인과 현원명 교수와 손을 잡는다. 기존 방식과 다른 건물을 지어야만 했다.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현 교수와 윤 대표는 의형제처럼 붙어다녔다. 괜찮은 전통누각을 공부하려고 경주 등 전국을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건물의 입구에는 전통 누각을 그렸다.

한지인 양 외벽도 흰색 페인트를 발랐다. 입구 창문 밖에 별도로 빛과 바람을 조절하는 꽃살무늬가 있는 철제 루버 12개를 설치했다. 원격으로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하절기엔 전통분합문처럼 활짝 연다. 실내와 바깥 도로가 한 몸이 된다. 운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3층의 내부 실루엣이 다 보여 행인의 눈은 마냥 즐겁다. 1층은 고분군 내부 같다. 하지만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점입가경. 묘한 건축술이다.

전체적으로는 2, 3층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 실제는 3층이지만 전체적으로는 5층처럼 보이도록 오픈형 계단을 설치했다. 2층과 3층은 층 구분이 없어 무척 넓어 보인다. 그 중간에 수조를 설치했다. 바로 그 옆 벽에 단청 가득한 꽃살무늬 창호를 부착했다. 3층의 명물은 사찰 대웅전의 닫집 같은 공중 사랑방이다. 그곳으로 연결되는 구름다리 같은 통나무 계단을 걸으면 한 마리 학이 된 듯하다. 조만간 옥상에 장독대 등을 갖춘 미니 한옥촌도 꾸미기 위해 포항 재개발 지역 한옥의 고재를 그대로 옥상에 옮겨놓는 중이다.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가야금 공연과 인디밴드 공연도 펼쳐진다. 그 자리에 앉으면 혀·귀·눈 모두 전통의 옷을 입은 현대를 만끽할 수 있겠다. 중구 종로 2가 2-1. (053)255-4717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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