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겸 단장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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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5   |  발행일 2015-05-25 제4면   |  수정 2015-05-25
“유소년 육성…1부리그서 통하는 팀 되기 전엔 대구 안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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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가 대구스타디움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적힌 공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처음엔 다들 궁금해했다. ‘많고 많은 팀 중에 왜 하필 대구FC를 선택했을까.’ 조광래(60)가 누군가.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대학(연세대) 1학년때 국가대표에 발탁돼 무려 11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86아시안게임 결승에서 결승골을 넣어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도 2년 가까이 지냈다. 프로감독 생활은 20년이나 된다. FC서울 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1부리그 우승까지 달성했다.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2부리그(챌린지) 소속인 대구FC와 ‘급’이 맞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구FC가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이라 더욱 그렇다. 의문은 또 있었다. ‘아무리 조광래라 하더라도 대구FC를 강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지난해 챌린지로 강등돼 7위에 머문 대구FC다.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였다. 현실은 어떤가.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겸 단장은 우려를 기대로 만들었다. 대구FC는 현재 승점 18점으로 챌린지 2위를 달리고 있다. ‘조광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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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전설’로 불리는 사내
中·韓 감독직 마다하고 대구로
“그간 준비한 구단행정 첫 도전”

“축구가 먼저” “힘들 때가 승부”
취임 8개월 만에 대구FC 바꿔
든든한 구단 지원도 부활 요인

“빠른 템포와 재밌는 축구 추구”
재정 열악 시민구단의 한계는
자체 선수수급 통해 극복할 것


조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취임했다. 8개월 만에 이뤄낸 변화가 놀랍다. 대구시민들은 “한 사람이 들어와서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조 대표이사를 여전히 “감독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 대표이사도 대구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는 “대구시민들이 상당히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 대표이사의 꿈은 크다. 단순히 1부리그 승격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1부에 올라가더라도 다시 2부로 내려오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것이고, 더 크게는 1부리그 우승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유소년을 육성해 1부리그에서도 통하는 팀을 만들 생각이다. 조 대표이사는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대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FC 대표이사 겸 단장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이 없었나.

“왜 없었겠나. 당시 중국과 한국에서 감독으로 와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선수시절 지도자 공부를 겸했고, 지도자 생활을 할 때는 언젠가 구단행정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단운영에 대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고민을 하다 제의를 받아들였다.”



-2부리그 팀이라 수준이 안 맞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차라리 잘 됐다고 여겼다.(웃음) 2부리그니까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감독으로 들어왔다면 촉박할 수 있지만, 행정적인 측면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차라리 대구같은 환경이 훨씬 좋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또 약한 팀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다 끌어올렸다.”

-힘든 점은 없나.

“아까도 말했지만 준비를 꾸준하게 한 덕분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프로축구단은 기업이나 선수단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팀으로 생각하고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선수나 프런트 직원들에게 프로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했으니 8개월 정도 지났는데 대구생활은 어떤가.

“대구시민들에게 참 고맙다. 상당히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성향이 있다고 들었는데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선수 때나 지도자 때의 느낌을 갖고 대해주시는 것 같다. 다 만나면 ‘감독님’이라고 한다.(웃음)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구단운영의 방향은 뭔가.

“팀에 대한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구단행정 자체에서 팀을 배려하고 있다. 축구가 먼저다. 축구가 잘 돼야 구단운영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팬들한테도 빨리 호응을 얻는다. 마케팅이나 홍보도 중요하지만, 팀이 좋은 경기를 하고 좋은 내용을 갖고 가면 팬들에게 훨씬 더 크게 어필할 수 있다. 올해는 짧은 기간이지만 클래식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최대한 팀을 배려하는 행정을 하려고 한다.”



-대구FC가 많이 변했다는 소리를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에 비해 방향이 잘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경기내용이나 경기운영하는 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짧은 패스에 의한 빠른 템포의 축구를 하니까 보는 사람도 흥미롭고, 좋은 장면도 많이 나오고 있다. 득점도 많이 하고 있다. 팬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경기내용이다.”



-팀분위기도 잘 잡아놨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정도는 했는데. 지금이 중요한 시기다. ‘힘들 때가 승부’라는 말이 딱 맞다. 2라운드만 잘 넘기면 안정적인 페이스로 올시즌을 갈 수 있다. 선수들에게 힘들 때가 승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에게도 더 조심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힘들 때가 승부라는 말을 언제부터 모토로 삼았나.

“선수시절부터 철학으로 삼았다. 힘이 들지 않을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힘든 고비를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에 따라 승부세계의 운명이 달라진다.”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하나.

“나는 축구가 좀 재미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보는 팬들이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는 축구를 해야 된다. 재미있게 하지 않으면 관중이 모여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적이 안 난다면 ‘뭔가’가 잘못된 프로그램이다. 재미있는 축구를 하면서 성적을 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특히 시민구단은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과 다르다. 기업구단은 많은 돈을 들여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선수를 육성하고, 만들 수 있는 의식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영진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가.

“게임이 끝나고 나면 이 감독과 이야기를 한다. 보완해야 될 점이나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한다. 감독보다 내가 경험이 많으니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해외동계훈련 때도 빠른 템포에 대해 이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다. 남들이 안하는 것을 우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승하기 위해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게임하는 전날부터는 일절 말을 안한다. 모든 것을 감독에게 맡긴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킨다.”



-우승하고 나면 대구를 떠날 생각인가.

“가긴 어딜 가나. 대구에 있을 것이다. 1부에 올라가면 더 큰 목표를 생각하고 있다. 1부리그 우승이다. 무엇보다 1부에 올라가서 또 내려오는 팀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유소년을 육성하려고 용을 쓰고 있다. 잘 하는 어린 선수들을 미리 뽑는 작업도 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으로서 선수를 육성하지 않으면 선수를 어떻게 충당하나. 1부와 2부는 레벨이 다르다. 선수를 육성해서 올라가야 한다.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준비하고 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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