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학가산(鶴駕山 해발 870m·안동시·예천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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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05   |  발행일 2015-06-05 제39면   |  수정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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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봉에서 바라본 국사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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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사의 제자 능인대사가 머물렀다는 능인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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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가산성 터


산행 길잡이천주마을~(30분)~애련사~(50분)~능인굴~(5분)~국사봉~(5분)~유선봉~(50분)~신선바위~(10분)~마당바위~(30분)~천주마을

학가산(鶴駕山·해발 870m)은 안동시 서후면과 북후면, 예천군 보문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주변에 막힘이 없이 우뚝 솟아 있는 산이다. 학이 날아가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백두대간 선달산(1천236m)에서 옥돌봉(1천242m)을 지나 남쪽 지맥으로 내달리다 청량산(870m)과 이나리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 내려서면 봉정사를 품은 천등산을 지나 학가산에 이르러 주변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다. 지맥은 남쪽으로 이어지다가 유순히 흐르는 낙동강과 내성천이 합수되는 육지 속의 섬인 회룡포를 지나면서 끝이 난다. 주변에는 곳곳에 서원과 고택이 많으며 사찰이 골골이 들어차 있고, 옛 문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학가산을 중심으로 안동은 북서풍을 막아주는 산이고, 예천은 일출을 맞이하는 동산, 영주에서는 앞산이 되어 풍수지리적으로 안산의 역할을 하고 있어 어느 곳에서나 정신적인 진산이 되어준다. 신라시대 능인 대사, 학조 대사, 학가산 사랑이 남달랐던 송암 권호문(權好文 1532~1587년) 선생 등 역사적 인물과 관계가 깊은 산이다.

안동쪽 코스가 접근성 좋고 다양
정상인 국사봉에 서면
굽이굽이 낙동강·내성천 한눈에
유선봉서 보는 정상 풍경도 멋져


이 일대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산임에도 찾는 이가 드물다. 아마도 정상 부근의 통신시설로 인해 반감된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예천쪽에서 오르는 코스도 있지만 접근성이 좋은 안동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다양하게 개설되어있다. 때 이른 폭염으로 한낮 더위를 피하기 위해 조금 일찍 길을 나서는데 안동이 가까워지자 짙은 안개가 깔렸다. 속도를 줄이며 쉬엄쉬엄 들머리인 천주마을을 찾아가는데 길이 좁고 꼬불꼬불해 주변 이정표를 살피기에 바쁘다.

천주마을 앞에 애련사 1.2km, 국사봉 2km 라 적힌 이정표가 있다. 솔밭 사이로 난 길은 국사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인데 가파른 길이라 이곳을 하산 코스로 잡고 애련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포장길을 따라 300m정도 진행하면 왼쪽은 당재, 오른쪽 오르막은 애련사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여기가 당재로 하산해서 내려오면 만나는 곳이다.

숨 고르듯 여유부리며 천천히 올라 30분 만에 애련사에 닿는다. 앞뜰에는 야생화와 화초를 아담히 꾸며놓았고, 안동 시가지를 바라보며 아담히 자리 잡고 있다. 애련사 왼쪽으로 작은 골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 골을 따라 길이나 있다. 모퉁이를 돌아 오르면 이내 작은 능선을 만나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르도록 ‘국사봉’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얼마간은 동네 뒷산을 오르듯 갈지 자로 여유를 부려보지만 그래도 산길은 산길이다. 조금 가파르다 싶을 즈음 큰 바위틈에서 용틀임하는 소나무가 보인다. 바위를 뚫고나온 듯 범상치 않은 기운이 돈다. 모퉁이를 돌아나가자 정면으로는 숲길이 나있고, 왼쪽 3m쯤 되는 바위에 로프가 매어 있다. 올라서면 조망이 트일까 싶어 로프를 잡고 오른다. 속았다. 누군가 매어놓은 로프 한 가닥에 보기 좋게 당했다. 5분쯤 더 오르자 또 다시 비슷한 로프를 매어둔 구간이다. 올라서면 제법 넓은 공간이 나올 것 같아 로프를 잡고 올랐다. 또 속았다. 정상 방향의 통신시설 철탑만 보일 뿐 조망은 없다. 이후에도 두어 번 바윗길과 평길이 나타나지만 숲에 가려 탁 트인 조망은 없다. 계속 능선길이다가 오른쪽은 철탑, 왼쪽은 국사봉 갈림길에서 왼쪽 골짜기를 따라 오른다. 능선까지 오르는 짧은 거리지만 가파른 길이다. 20여분을 더 오르면 정상 바로 아래에 능인굴을 만난다. 능인굴은 의상 대사의 10제자 중의 한사람인 능인 대사가 이곳에서 수행과 포교 활동을 하며 기거했던 곳이라는 안내표지가 있고, 굴 내부는 좁은데 바위틈에서 샘물이 마르지 않고 흘러나온다. 능인굴에서 50여 m를 오르면 정상인 국사봉으로 오르는 철계단이다. 정상에는 20명 정도가 올라설 수 있는 바위다.

자연석에 ‘학가산 882m’라고 적힌 정상석이 있다. 바위 가장자리에 금속으로 만든 ‘지적도근점’이 박혀 있다. 지형도에는 학가산 정상이 870m로 표기되어 있으나 정상석에는 882m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높이를 몇 번이나 고친 흔적이 보인다.

안개가 피어올라 뭉개구름이 배경으로 깔리고, 의성의 금성산과 어렴풋이 팔공산도 보이고 소백산 자락의 산들과 청량산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보인다. 남쪽으로는 굽이굽이 낙동강이 흐르고 북쪽으로는 내성천이 백사장을 만들며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학가산 주변에는 가로막는 높은 산이 없어 조망은 최고를 자랑한다. 철계단을 내려와 오른쪽에 마주한 유선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유선봉까지는 불과 5분. 유선봉에서 정상을 바라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봉우리를 돌아나가면 ‘유선봉’ 유래를 적은 안내판이 있다. 유선봉은 신선들이 흥겹게 놀고 있다는 뜻으로 국사봉과 삼모봉 사이에 있는 봉우리다. 퇴계 이황의 제자인 송암 권호문 선생이 지었다고 전한다. 송암 선생은 일대를 풍미했던 학봉, 백담, 서애 류성룡 선생과도 교분이 두터웠고, 학행과 덕망이 높았으며 평생 벼슬을 거부하고 자연을 벗하며 살았다고 한다.

오르던 길에서 안내판을 지나 직진방향에 리본이 주렁주렁 걸린 길을 잡으면 된다.

로프가 매진 내리막을 지나 방송사 중계소를 연이어 지나고 안부에 이르면 작은 갈림길을 만난다. ‘신선바위 1.4km, 학서대 0.8km, 국사봉 0.5km’라 적혀 있는데 정면의 신선바위로 길을 잡는다. 갈림길에서 들어서자 바로 무덤 1기가 있고, 그 무덤가에 은방울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다. 봄 가뭄이 심하다고 봄꽃을 건너뛰고 바로 여름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세상물정 모르는 개구쟁이처럼 연초록으로, 노르스름한 빛으로, 불그스름한 빛으로 제각각 돋아난 나뭇잎들도 오월이 지나고 유월에 들어서자 앞 다투어 푸르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꽃밭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통신사 건물 울타리를 따라 길이나 있다. 울타리가 끝나면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의 작은 능선을 따르는데 길은 평탄하다. 애련사, 동학가산성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10분을 내려서면 석축을 쌓은 산성터를 지난다.

직진은 신선바위, 왼쪽은 천주마을 이정표가 세워진 갈림목에서 살짝 고민에 빠진다. 신선바위 방향에 작을 글씨로 ‘초보자 위험’이라 적어두어서다. 가서 얼마나 위험한지를 확인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마당바위 직전에 서로 만나는 길이고, 이름이 신선바위니 볼만하겠지 싶어 신선바위로 향한다.

두어 곳에 그나마 완만한 바위에 로프가 매어져 있어 내려서니 8m 정도 높이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에 로프가 묶였는데 바위에 쓸리고, 햇볕을 받아 표면이 많이 상해 있다. 보통은 로프에 몸을 완전히 매달리지만 불안해서 내려서는 동안 낡은 로프부분에 온신경이 쏠린다.

어렵게 신선바위에 다다르니 조망이 좋은 것도 아니고 쉴 공간도 마땅찮아 들르지 않고 곧장 내려가는 편이 편할 뻔했다. 산허리를 돌 듯 수평으로 난 길을 돌아나가니 곧장 내려온 길과 만나 3분쯤 지나면 왼쪽에 집채만 한 평평한 바위를 만난다. 마당바위다. 마당바위에서는 두 명이 같이 걸어도 될 만큼 넓은 길이다. 평탄한 능선을 따르면 몇 기의 무덤을 지나 30분이면 오전에 출발한 천주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교통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34번 국도를 따라 예천방향으로 3㎞정도 진행하면 상리교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창풍, 광흥사 이정표를 따라 약 6㎞를 가면 창풍리를 지나고 광흥사, 천주마을로 갈 수 있다.

☞ 내비게이션

안동시 서후면 재품천주길 301-5(안동시 서후면 자품리 1038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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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거리

◆천등산 봉정사=학가산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극락전이 있다.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사가 창건했다. 천등산은 원래 대망산이라 불렀는데 능인대사가 젊었을 때 대망산 바위굴에서 수행할 때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밝혀 주었으므로 ‘천등산’이라 이름하고 그 굴을 ‘천등굴’이라 하였다. 그 뒤 더욱 수행을 하던 능인 스님이 도력으로 종이 봉황을 접어서 날리니 이곳에 와서 머물러 산문을 개산하고, 봉황이 머물렀다 하여 봉황새 봉(鳳)자에 머무를 정(停)자를 따서 봉정사라 명명하였다.

◆광흥사=학가산 들머리에 있는 절이다(사진). 신라 신문왕(681~692)때 의상 대사가 창건하여 중수, 중창을 거쳐 안동에서 가장 큰 사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전한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정면 6칸, 측면 3칸의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165호로 지정된 응진전(應眞殿)과 정면 3칸, 측면 2칸의 응향각(凝香閣), 1962년에 이건한 정면 2칸의 칠성각, 정면 6칸, 측면 3칸의 대방과 정면 8칸, 측면 3칸의 요사채가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수령 4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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