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 한달간 ‘두 얼굴의 대구’

  • 이연정,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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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7 07:40  |  수정 2015-06-27 09:39  |  발행일 2015-06-27 제6면
메르스와의 전쟁…“함께 싸워야 이길 수 있습니다”
20150627
여전히 한산한 경북대병원//대구 첫 메르스 환자인 A씨가 퇴원한 26일 경북대병원의 접수대는 여전히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시민들 위생수칙 철저히 지켜
지역공동체 역할 충실히 수행

 

유언비어 돌고 피해자 따돌려
공포심에 시민의식 민낯 표출

 

학계 “정부 대응 실패가 원인”


대구지역에선 첫 메르스 확진자가 10여일 만에 완치 판정을 받는 등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한 달여간 표출됐던 시민 의식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공무원 A씨(52)가 메르스 증상 발현 전후로 다중이용시설 등을 수차례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국가적인 비상 상황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공직자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을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A씨는 앞서 누나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제기됐으나, 다행히 지금까지 2차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했다고 입을 모은다. 책임감을 갖고, 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성실하게 했다는 것.

반면 확진자 발생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유언비어가 돌고, 확진 및 의심 환자 가족을 따돌리는 등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 A씨의 확정 판정 이후 대구경찰청에 유언비어 유포나 공문서 유출 혐의로 입건된 사례만 4건이다.

유언비어 확산이 지속되자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은 시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팀까지 운영했다.

또 메르스 자가격리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학원에 못 나오게 했다는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리고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 학원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은 해당 학원의 등록을 말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에 사회학자들은 유언비어가 돌고, 막연한 공포감이 조성된 것은 개개인 간의 불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A씨의 동선 공개 이후 시민들이 크게 동요했던 것은 피해자가 단순히 남이 아닌 자신이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사회문제였기에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표출된 이면에는 정부와 보건당국의 잘못도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있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정부가 시민을 협조자가 아닌 통제 대상으로 보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이 감염되고도 시내를 활보하게 된 것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의 필요성을 따지기 전에 초동 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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