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개망나니 재벌 3세 딱 내 옷 입은 느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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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03 07:58  |  수정 2015-08-03 09:28  |  발행일 2015-08-03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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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을 통해 악역을 개성있게 소화한 유아인은 “나도 평범한 아이는 아니었다”며 “20대 때 겪은 경험들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상을 옥죄고 있는 악의 축이자 개망나니.” 자신이 연기한 ‘베테랑’의 조태오에 대한 유아인의 설명이다. 부모 잘 만난 덕에 부와 권력의 맛을 일찌감치 알아버린 조태오는 그렇게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로 성장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은 정의와 상식의 대척점에 있는 조태오와 그를 단죄하려는 광역수사대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한판 대결을 그렸다. 식상한 형사물이라는 핸디캡을 거뜬히 뛰어넘을 만큼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은 물론,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화학작용은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함 그 자체다. 흥미로운 건 ‘완득이’ ‘깡철이’, 드라마 ‘밀회’ 등을 통해 청춘의 불안한 초상과 올곧은 서민 캐릭터를 대표하던 유아인의 변신이다. 그는 황정민·오달수·유해진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긴장의 축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인상적으로 소화해냈다.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유아인의 새로운 매력을 꺼내 보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이미 이뤄놓은 성취보다 잠재된 재능과 의지가 넘쳐나는 유아인을 다시금 새롭게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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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과 ‘긴장의 축’ 부담 컸지만
사고뭉치 어린시절 경험 바탕으로
내 스타일대로 풀어내보고 싶었다
자신감 느껴 ‘로코’도 출연 계획


-조태오는 전형적이지 않은 악역의 모습이다.

“재벌 3세지만 둘째 마누라 자식이고 배다른 형과 누나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조태오는 속물 같은 아빠 밑에서 괴물로 길러진 아이다. 그런 환경적인 요인을 생각했을 때 무시무시한 악역이기보다는 천진성과 소년성을 지닌 순수한(?) 악역이면 좀 더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했다. 그 점을 감독님이 잘 간파하셨다. 나를 캐스팅하면서 대단한 선배들처럼 연기하리라 기대하진 않았을 거다. 유아인의 개성과 특성을 조태오에 잘 믹스해준 것 같다.”



-힘들지는 않았나.

“왕을 제외하고 주로 중산층도 아닌 가난한 역할들을 많이 해 왔었는데 이번에 아주 내 옷을 입은 느낌이다(웃음). 물론 마냥 편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늘어진 티셔츠 입고 방구석에 늘어져 있고 그런 연기를 하다가 격식 차린 수트에, 걸을 때도 멋지게 걸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부담됐다. 다만 재벌 3세는 딴 세상 사람일 것 같지만 알 것 같은 지점도 분명히 있었고, 악의 표상을 상상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태오를 보니 당신의 연기적 열정과 의지가 읽혔다.

“그랬다면 다행이다. 20대에는 일부러라도 많이 부딪히고 아슬아슬하게 생활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배우인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또 어떤 가면이 잘 어울릴지에 대해 단련하고 내공을 쌓아갔다. ‘베테랑’은 그런 과정을 거친 나의 의지와 열정이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선택이 다소 모험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조건 해보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으면서 용기를 내지 않고 도전도 안한다면 그건 나약하고 뻔뻔한 거다. 그 점에서 ‘베테랑’은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감독과 배우들 모두 당신의 연기를 칭찬했다.

“솔직히 그분들이 안계셨다면 보여줄 수 없었던 연기였다. 연기는 혼자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그 점에서 난 행운아다. 류승완 감독님을 비롯해 황정민·오달수·유해진 선배 등이 계셨기에 내가 용기있게 도전할 수 있었다. 도전을 한다고 무작정 절벽 위에서 떨어질 수는 없는데, 난 든든한 낙하산을 메고 있었던 셈이다.”

-연기 베테랑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했을 텐데.

“물론이다. 어떻게 하든 다 받아주시고 만들어주셨다. 기대와 신뢰감, 믿음과 편안함이 있었다. 그런 점 때문에 내가 선배들과의 작업을 좋아하고 선호한다. 반면 이번에는 부담감도 많았다. 한 명이라도 구멍으로 작용하면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 버릴 수 있었다. 특히 긴장의 축인 태오가 구멍이 되어 버리면 곤란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엄청 부담스러웠다.”



-길거리 캐스팅된 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학도 검정고시로 입학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평범한 아이는 아니었다. 사춘기를 갓 지난 시기의 아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질서와 제도들이 다 그냥 꼴보기 싫을 때가 있지 않나. 난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사고도 많이 쳤다. 캐스팅이 되자마자 학교도 자퇴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처음에는 아이돌 가수 준비를 했다. 그것도 솔로로. 작곡가를 만나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그랬는데 다행히(?) 노래를 못해서 그만뒀다.”(웃음)



-배우 유아인의 현재는 어떤가.

“드라마 ‘장옥정’(2013)이 끝나고 잠시 주춤하던 때가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 식상했던 것이다. 어떤 식으로 내 것을 버릴지, 또 어떻게 변주했을 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그 인물처럼 보이고 싶은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장르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일부러 기피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다른 고민없이 이를 내 스타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조태오 역을 할 수 있었다. 차기작 ‘사도’도 그렇고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물에도 출연한다. 20대 때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터득했던 경험과 재료들을 이제는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베테랑’은 그 시험무대이다.”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느껴진다면 좋겠다. 내가 배우로서 독보적으로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오히려 나 스스로는 열등감과 피해 의식 덩어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자신감은 곧 경쟁력이다. 모든 일에는 시기와 때가 있는데 난 운이 좋았다. 첫 영화를 너무 잘 만났고, 그때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를 결정했다. 어떻게 보면 이 길(배우)은 애초부터 나와 운명처럼 엮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좋은 궁합이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프리랜서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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