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과 그를 돕는 선배…美업체, 우정에 감동 동시채용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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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2 07:18  |  수정 2015-09-02 07:18  |  발행일 2015-09-02 제2면
대구보건대 임재현·최낙원씨 화제
청각장애인과 그를 돕는 선배…美업체, 우정에 감동 동시채용
대구보건대 출신 청각장애우 임재현씨(왼쪽)와 재학시절 도우미처럼 임씨를 챙겨준 최낙원씨가 근무지인 미국 하이텍덴탈세라믹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보건대 제공>

청각장애우와 그의 대학 생활을 도운 선배가 미국의 같은 회사에 취업해 그들의 도전과 우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보건대 치기공과를 올해 졸업한 임재현씨(21)와 최낙원씨(25)는 지난 4월 말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하이텍덴탈세라믹(Hitec Dental Ceramics)에서 치과기공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이 대표인 이 회사(대표 최인택·58·미국명 데이비드 최)는 한국·미국인 등 40여명이 근무하는 유망 치과기공업체로 알려졌다.

임씨와 최씨는 대학 1학년 때 만났다. 4년제 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하고 대구보건대 치기공과에 재입학한 최씨는 임씨가 장애우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다가가서 도우미를 자청했다. 임씨도 형 같은 최씨가 좋았다.

치과기공사가 좋아서 진학한 이들은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목표도 비슷했다. 2년 전 학과 교수의 소개로 미국 치기공소를 방문한 최씨는 이곳에서 꿈을 키우고 싶었고, 대학에 돌아와서 임씨와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비록 청각장애인이지만 눈으로 다 볼 수 있으니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낙원이 형이 늘 도와주니 더 든든했고요. 졸업 후 호주에 가고 싶었지만 낙원이 형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대학에서 개설한 세계로 프로젝트 해외취업반에 들어갔다. 영어와 전공에 매달리고 방학 때면 현지 업체를 방문했다. 이들을 추천한 학과 교수도 동행해서 힘을 실어주었다. 회사는 두 명을 동시에 채용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우정과 열정 앞에 임씨의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재현이를 돕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동생을 챙기는 게 당연한 거죠. 우리는 서로 의지하는 형제입니다.”

근무한지 4개월이 됐지만 서로 챙기며 붙어다닌다. 동료들은 동성애자가 아니냐며 놀리기도 한다. 제작 의뢰서에 영어 문장이 길고 어려워 실수할 때도 있지만 함께 극복해나갔다. 직접 만든 치아를 보며 보람도 느꼈다.

하이텍덴탈세라믹 최 대표는 “임씨는 일을 너무 잘해서 장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서로 돕고 일하는 두 명이 하도 기특해서 이달(8월)에 월급을 올려 주었다”면서 내년에도 대구보건대 학생들을 채용할 것을 약속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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