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가야산(伽倻山·1천433m) 만물상 코스(경북 성주군, 경남 합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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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8   |  발행일 2015-09-18 제38면   |  수정 2015-09-18
상아덤으로 오르는 길, 숨 고르며 뒤돌아보니 만물상은 수석 전시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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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덤으로 오르면서 뒤돌아본 만물상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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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견대에서 바라본 가야산. 백운동지구 입구에서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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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기념물 143호인 가야산성의 흔적. 산행 중에 서성재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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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백운동 탐방지원센터 입구에 있다.


백운동지구 탐방지원센터 맞은편
가파른 길이 만물상 가는 코스

만물상 데크 지나 바위 돌아나가면
만물상 서쪽 사면엔 부처 닮은 바위
각종 동물 닮은 형상으로 장관 이뤄


가야산은 백두대간상의 김천을 지나는 대덕산 남쪽 초점산에서 남동쪽으로 갈라져 경남과 경북의 경계를 이루며 수도산, 단지봉, 두리봉을 거쳐 합천군과 성주군의 경계선상에 높이 솟아 있는 산이다. 가야산의 주능선 칠불봉(1천433m)과 상왕봉(1천430m) 남동쪽으로 뻗은 능선 일대는 날카로운 암봉이 늘어서 석화(石火)에 비유되기도 한다. 기암괴석 전시장같이 경관이 빼어난 능선인 만물상 코스를 찾았다. 대부분 가야산을 합천의 산으로 부르지만 이번에 찾은 곳은 성주군에 속한 곳으로 그동안 막혀 있다가 2010년 38년 만에 개방됐다.

들머리는 백운동지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을 지나 포장길을 따라 약 200m를 가면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시작된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야영장 쪽은 용기골을 따라 서성재로 오르는 코스이고 건물 바로 맞은편 가파른 길을 올라야 만물상 코스로 가는 길이다. 5분쯤 오르면 김해허씨 묘와 전주이씨 묘를 잇따라 지나고, 15분을 더 오르면 첫 나무 계단에 닿는다. ‘가야 06-01’로 적은 구조위치번호 푯말을 지나 2분을 더 오르면 둘째 계단 아래에 ‘서성재 2.4㎞, 백운동 탐방지원센터 0.6㎞’의 이정표가 서있다. 여기서부터 야트막한 오르막의 암릉 구간이 이어지는데 오른쪽 용기골 건너편으로 동성봉에서 주봉 칠불봉까지 능선이 숨었다가 보였다가를 반복한다. 바윗길을 지날 때에는 햇살이 따가워 땀이 맺히다가도 잠시 그늘에서 쉬면 쌀쌀해 겉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주능선에서 가끔 왼쪽으로 허물어진 석축이 보이는데 가야산성의 흔적이다. 작은 암봉을 좌로 돌거나 우로 돌아 서너 번을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여가다가 ‘서성재 1.7㎞’ 이정표 앞에 서면 바위봉우리는 정면으로 이어지는데 이정표 방향은 오른쪽으로 90도 꺾여 가리키고 있다. 정면의 바위를 오를 수가 없어 오른쪽으로 바위 사이로 비켜 돌아나가도록 길이 나있다. 이 구간을 지나면 정면에 만물상 봉우리가 딱 버티고 있다. 한 봉우리를 돌아나가면 절경이고, 또 한 봉우리에 올라서면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비경이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가야산의 기암괴봉을 불꽃에 비유해 석화성(石火星)이라 하고 산 위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다고 하였으니 선생도 필시 이곳을 올라본 후에 기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길게 놓인 목재계단을 오르면 현재 위치 만물상을 표시한 안내도와 구조 위치 푯말이 나란히 서있는 만물상 봉우리다. 만물상이라는 안내도에 다소 의아해진다. 숲에서는 숲을 볼 수 없고 나무만 보인다는 말과 같이 만물상 봉우리에서는 만물상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잠시 후에 알게 된다.

넓은 데크를 지나고 바위를 돌아나가자 작은 봉우리 위에 올라서는데 정면의 상아덤 봉우리와 정상 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만물상 봉우리 서쪽 사면에 부처를 닮았고, 코끼리, 개구리, 돌고래 등의 동물 모양을 하거나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바위가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해발 1천m 높이의 능선에는 마가목 열매가 빨갛게 익었고, 일찍 단풍이 드는 쥐똥나무, 개옻나무 등은 벌써 붉게 물들며 제법 가을 분위기를 연출한다. 상아덤으로 오르려면 작은 봉우리를 두어 번 넘어야한다. 짧거나 길게 놓인 계단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놓여있다. 계단을 오르며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면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발 아래 만물상은 수석 전시장이고, 팔공산 방향으로 실금을 그리듯 도열한 산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상아덤 봉우리에 올라서면 넓은 데크가 깔려있고, 한편에 상아덤의 유래를 적은 안내도가 세워져있다. 상아덤은 가야국의 건국신화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상아’는 여신을 일컫는 옛말이며 ‘덤’은 바위를 말한다. 즉 상아덤이란 곧 ‘여신이 사는 바위’란 뜻인데 그 여신이 바로 가야산 산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라고 한다. 신라 말 최치원이 지은 ‘석순응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가야국 땅의 백성들이 우러러 받들었다는 산신 정견모주가 상아덤에서 밤낮없이 하늘을 향해 백성들을 평안하게 다스릴 수 있는 힘을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고 하는데 그의 기도에 감복한 천신(天神) 이비하(夷毗訶)가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으로 내려오게 되고 산신과 천신 사이에 두 아들이 태어난다. 큰아들은 대가야의 첫째 왕인 ‘이진아시왕’이고 둘째아들은 금관가야의 ‘수로왕’이라고 한다. 가야산 정상부 칠불봉과 상왕봉 일대가 손에 닿을 듯 파노라마로 펼쳐진 상아덤에서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산허리를 돌아나가도록 길이 나있다. 서성재까지는 약 15분이면 닿는다. 서성재는 가야산성 서문에 해당하는 고개를 뜻한다. 이곳에서 1.2㎞의 거리로 주봉인 칠불봉까지는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와 용기골을 따라 백운동지구로 하산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곧장 용기골로 하산을 한다. 계곡으로 내려서자 좌우로 산죽이 자라고 있는 사이에 300m 정도 나무 데크를 깔아 두었다. 토사유출도 막고 산죽도 보호하려는 것인데 보폭을 적절히 조절해야 편하게 걸을 수 있다. 20분 정도 걸으면 백운암지를 지나고 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를 두어 번 지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백운3교, 2교를 차례로 지나면 완만한 길인데 자연석으로 바닥을 평평하게 깔아두어 걷기가 편하다. 10분을 더 내려오면 백운1교를 지나고 백운동지구 야영장을 지나면 곧바로 백운동지구 탐방지원센터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5분이면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 길잡이

백운동지구 주차장-(20분)-첫 계단-(60분)-만물상-(45분)-상아덤 -(15분)-서성재-(20분)-백운암지-(50분)-백운동지구 주차장

가야산 국립공원의 알짜배기 풍광을 즐기기에는 만물상 코스만 한 곳도 드물다. 대부분 이 코스는 백운동지구에서 만물상을 올라 서성재에서 칠불봉을 올랐다 되돌아 내려와 용기골로 하산을 한다. 역으로 만물상 코스로 하산하게 되면 바위구간이다 보니 교행이 어려운 곳도 있으니 고려해서 오르는 것이 좋다. 만물상 코스는 탐방지원센터에서 하절기 오후 1시, 동절기 12시 이후에는 입산을 통제한다. 소개한 코스 산행거리는 약 5.6㎞로 4시간 남짓 소요되고 칠불봉까지 오른다면 6시간 남짓 소요된다.

☞ 교통 =88고속도로 해인사 IC에서 내려 우회전으로 해인사방향으로 1084번 지방도를 따라 가야면소재지 대장경테마파크까지 간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 우회전으로 59번 국도를 따라 고개를 넘어 합천군과 성주군 경계를 지나면 가야산 백운동지구 주차장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180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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