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韓-伊 컬래버레이션 쿠킹쇼…김치 넣은 ‘토르텔리니’의 이국적인 맛에 심사위원들은 감탄했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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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9   |  발행일 2015-10-09 제41면   |  수정 2015-10-09
[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韓-伊 컬래버레이션 쿠킹쇼…김치 넣은 ‘토르텔리니’의 이국적인 맛에 심사위원들은 감탄했다
쿠킹쇼의 한 팀인 루카 마르키니 셰프와 필자, 심사위원.
[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韓-伊 컬래버레이션 쿠킹쇼…김치 넣은 ‘토르텔리니’의 이국적인 맛에 심사위원들은 감탄했다
한국식 김치만두 소를 채운 이탈리아식 토르텔리니 파스타.

올 5월부터 시작된 ‘2015 밀라노 엑스포(MILANO 2015 ICC CHEF CUP)’.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연일 화제가 되면서 10월 말 폐막을 앞두고 인기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인류의 식량문제와 음식이 주제인 이번 밀라노 엑스포의 의미를 기리고 이에 동참하기 위해 현직 셰프 군단이 한자리에 총출동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미슐랭 스타셰프들이 일본, 태국, 프랑스, 스위스, 말리, 아르헨티나, 한국 등 모두 7개국에서 모여든 셰프들과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쿠킹쇼 겸 대회의 장을 펼칠 이곳 밀라노.

한국 대표로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된 나는 먼저 대회 파트너인 루카 셰프를 만나 작전을 짤 요량으로 그의 레스토랑이 있는 모데나로 향했다. 먼 길 온 귀한 손님에게 식사부터 대접하겠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가 손수 내오는 요리의 향연. 모르타델라햄을 넣은 카나페를 시작으로 치즈크림으로 맛을 낸 이탈리아식 쇠고기 육회, 라구소스 수제 파스타, 모데나의 자랑인 발사믹식초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로 식사를 마무리할 무렵, 배가 불러도 꼭 맛봐야 한다며 건네준 한 접시. 멀건 국물에 손톱만 한 만두 네다섯 개가 동동 떠 있다. 조금 전의 화려함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전쟁 직후 못 먹던 시절, 남은 햄 찌꺼기와 치즈로 만든 소를 넣고 만두 모양의 파스타를 빚어 국물에 끓여 먹던 가난한 이들의 음식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오늘날 이탈리아의 새해 전통 음식으로 유명하다는 ‘토르텔리니’. 먹고 남은 묵은지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빚어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호호 불며 먹던 우리네 떡만둣국이 떠오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결전 당일, 밀라노의 아침이 밝았다. 작전명 ‘반전의 토르텔리니’로 일사천리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우리. 닭과 쇠고기, 각종 채소로 뭉근하게 우려내는 모데나식 비법 육수와 밀가루에 유정란만 넣고 반죽하는 만두피, 아니 토르텔리니피는 루카 셰프가 담당하기로 하고 나는 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으깬 두부에 돼지고기, 부추, 당면, 파, 양파에 속을 탈탈 털어 낸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간장과 참기름, 깨소금으로 감칠맛을 더해주니 옆에서 지켜보던 루카가 한 마디 거든다.

“음~ 이 향은 뭐지? 아주 엘레강스한 매운 향인데…. 김치라고? 김치 좀 더 넣읍시다!”

꼬박 5시간30분 만에 400인분 2천여 개의 토르텔리니가 완성되었다.

이탈리아 미슐랭 스타셰프와 한국에서 온 셰프의 컬래버레이션 쿠킹쇼를 기대한 여러 심사위원과 이탈리아 관람객들은 겉보기에 그저 평범한 토르텔리니를 보고 실망하는가 싶더니 한입에 넣고서는 이국적인 그 맛에 깜짝 놀라 감탄을 금치 않았다. 겉은 이탈리아식 토르텔리니, 하지만 속은 우리 외할머니표 비장의 참기름을 더한 한국식 김치만두. 그야말로 반전의 토르텔리니 작전은 대성공!

여러 국적을 지닌 쟁쟁한 셰프들을 누르고 1위로 호명되는 순간 이탈리아 밀라노 한복판에 영광스러운 태극기가 펄럭였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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